[카토커] '스톤 1cm 차이'... 여자 컬링 경기도청, 2년 연속 태극마크 수성

[카토커] '스톤 1cm 차이'... 여자 컬링 경기도청, 2년 연속 태극마크 수성

촐싹녀 0 81

[컬링 한국선수권] 경기도청, 엑스트라 엔드 접전 끝에 춘천시청 꺾고 우승

▲  2024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여자 컬링 국가대표가 된 경기도청 선수들. 왼쪽부터 신동호 코치, 설예지·김민지·김은지·설예은·김수지 선수.
ⓒ 박장식


 
명승부였다. 자신들이 살아온 곳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나서기 위해 열전을 벌인, 여자 컬링 경기도청과 춘천시청의 '국가대표 쟁탈전'은 한 순간도 빼놓고 보기 어려운 명경기였다. 정규 엔드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전까지 간 승부는 3.66미터 짜리 하우스 안에서 겨우 몇 센티미터 차이로 판가름났다. 

2024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 여자부 결승이 경기도청의 승리로 끝났다. 17일 저녁 경기도청의 국가대표 연임이냐, 춘천시청의 국가대표 탈환이냐를 두고 의정부컬링경기장에서 벌인 싸움은 그야말로 올림픽 결승전을 방불케 했다. 올림픽 결승전 못지 않은 명품 샷, 그리고 자로 잰 듯한 드로우가 펼쳐졌다.

연장전 마지막 스톤에서까지도 승부를 완전히 가르지 못했던 이 경기의 최종 스코어는 6대 5. 경기도청은 이날 극적인 승리로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그리고 2025 의정부 여자 컬링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이라는 귀중한 기회를 얻었다. 

역전에 재역전... 숨 가빴던 경기

한 시즌 만의 국가대표에 나서는 춘천시청(하승연·김혜린·양태이·김수진·박서진), 그리고 국가대표 연임을 노리는 경기도청(김은지·김민지·김수지·설예은·설예지)가 결승에서 만났다. 두 팀의 상황은 경기 직전까지 정반대였다.

라운드로빈을 1위로 통과한 뒤 페이지 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결승으로 직행에 성공한 춘천시청, 그리고 탈락 위기까지 놓였다가 극적으로 페이지 플레이오프에서 2연승하며 생환한 경기도청이었다. 이번 대회 내내 막강했던 춘천시청, 그리고 절벽 끝을 잡고 올라온 경기도청의 결승은 스포츠 팬의 관심을 끌었다.

1엔드는 '탐색전'이었다. 후공권을 춘천시청이 쥔 가운데, 양 팀이 탐색전을 이어가면서 하우스 안이 텅 비는 블랭크 엔드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던 양 팀은 2엔드부터 숨 막히는 수싸움을 이어나갔다. 하우스의 1번 스톤 주도권을 두고 싸운 경기도청과 춘천시청은 서드 샷부터 불꽃 튀는 결전을 펼쳤다.

특히 경기도청 김은지 스킵은 라스트 스톤으로 하우스 안에 있는 춘천시청의 1번 스톤을 예술적으로 쳐냈다. 여러 개의 가드 뒤로 숨은 스톤을 예술적으로 쳐낸 경기도청. 그러자 춘천시청의 하승연 스킵도 앞서 춘천시청의 1번 스톤이 있던 자리에 다시 자신들의 스톤을 위치하는 드로우를 구사, 선취득점을 올렸다.

3엔드에는 김은지의 '원 맨 쇼'가 나왔다. 하우스 안에 난전이 벌어지면서 경기도청이 2번 스톤을 만들기에 정말 쉽지 않았던 상황, 김은지는 마지막 스톤에 정확한 웨이트를 실어보내며 2점 득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한 엔드만에 역전을 당한 춘천시청은 4엔드를 블랭크 엔드로 쉬어갔고, 5엔드 1득점을 가져가는 데 성공했다.
 

▲  17일 의정부컬링경기장에서 2024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 여자부 결승에 나선 (왼쪽부터) 춘천시청 양태이·김수진 선수가 스톤을 스위핑하고 있다. 경기도청 김수지가 스톤 길을 지켜보고 있다.
ⓒ 박장식


 
6엔드에는 경기도청의 실수가 치명적이었다. 경기도청이 스톤 한 개를 다른 스톤을 하나도 못 맞히고 흘려보내는 실수를 범하자, 춘천시청이 하우스 안을 복잡하게 만들며 상대의 공격을 저지했다. 경기도청은 마지막 어려운 샷을 시도했지만 실패, 한 점의 스틸을 춘천시청에 헌납했다.

7엔드에는 반대로 춘천시청이 실수를 범했다. 춘천시청은 엔드 마지막 스톤 투구에서 하우스 안에 1번으로 자리한 경기도청의 스톤을 런 백 샷으로 쳐내려다 자신들의 스톤 두 개를 빼버리는 미스 샷을 범했다. 경기도청이 2점을 올리면서 스코어는 4대 3, 다시 역전에 성공했다.

명승부 끝에... 경기도청 '2연패' 성공했다

8엔드. 다시 난전이 펼쳐졌다. 하우스 안이 복잡한 상황 경기도청이 타임아웃을 쓰고 장고에 들어갔다. 타임아웃 끝에 경기도청의 김민지가 하우스 안에 자신들의 스톤을 채우며 공세에 나섰지만, 다시 춘천시청 김혜린의 더블 테이크아웃 샷이 성공하며 하우스가 깔끔해졌다. 공세 끝 결과는 춘천시청의 1득점. 스코어는 4-4.

9엔드에도 해결사로 김혜린이 나섰다. 김혜린은 엔드 여섯 번째 투구에서 춘천시청의 스톤 두 개를 제외한 모든 스톤을 하우스 밖으로 보내버리는 쾌청한 샷을 구사했다. 김혜린이 투구한 샷에 자신의 스톤을 모두 잃은 경기도청은 정규 엔드 마지막 후공권에서 1점만을 득점하는 데 그쳤다.

마지막 10엔드. 두 점을 만들어 경기를 끝내려는 춘천시청과 한 점 실점으로 막아내 연장전을 노리는 경기도청의 수싸움이 이어졌다. 경기도청 선수들이 상대의 스톤을 여러 차례 막아세우면서 춘천시청의 다득점이 불발되었다. 결국 춘천시청이 한 점을 가져가는 데 그치며 스코어 5대 5, 엑스트라 엔드에 돌입했다.

엑스트라 엔드의 해머는 경기도청이 쥐고 있었다. 경기도청에 어느 정도 유리한 싸움일 테지만, 춘천시청은 하우스 안에 자신들의 스톤 공간을 지켜내는 등 스틸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했다. 하승연 스킵이 던진 자신의 한국선수권 마지막 스톤은 1번 스톤이 되었다.

까다로운 샷. 경기도청 김은지가 이번 대회 마지막 샷을 투구했다. 김은지가 투구한 스톤에 두껍게 맞은 춘천시청의 스톤이 하우스 안 춘천시청의 스톤을 빼내는 런 백 샷이 되었다. 하우스 안에는 춘천시청의 스톤 하나와 경기도청의 스톤 하나가 남았다. 아이스 위 누구도 승리를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불안했던 김은지 선수가 "이겼어?"라고 묻자, 설예은 선수가 하우스를 유심히 지켜보더니 던진 말은 "어, 이겼어.", 단 네 글자였다. 네 글자만으로 승리를 알게 된 경기도청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2년 연속 태극마크를 달게 된 것을 축하했다. 최종 스코어 6대 5.

"우리 홈 세계선수권, 우리가 못 가면 어쩌나 싶었죠"
 

▲  2024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경기도청 선수들이 서로를 얼싸안으며 축하하고 있다.
ⓒ 박장식


 
보는 사람들도 얼굴에 긴장감이 돌 만큼 숨가쁜 경기였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국가대표를 지켜냈다는 기쁨이 컸다. 결승전이 끝난 후 만난 선수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설예은 선수는 "2연패 너무 하고 싶었다. 우리가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야 당연히 있었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되지 않았을 때도 걱정했다"면서, "그래도 우리가 최고로 잘 했을 때를 기억해서 서로를 믿고 다른 상황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서로 다짐한 덕분이었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결승전 경기 복기를 요청하자 설예은 선수는 "엑스트라 엔드 때 우리가 후공을 잡아서 승리하리라고는 생각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끝까지 방심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상대도 잘 하는 팀이었기에 더욱 그랬다"며 끝까지 놓지 못했던 긴장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결승전 때 얼터네이트로 대기했던 설예지 선수는 경기가 끝난 직후 버선발로 달려나와 동료 선수들과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예선 때 우리 팀이 약간 흔들려서 불안했지만, 그러다가 2연패를 했기에 더욱 좋았다"는 설예지 선수는 "갑자기 긴장이 풀려서 행복함의 눈물이 나온 것 같다"며 쑥쓰러운 듯 말했다.

내년 3월 한국, 그것도 선수들이 자란 의정부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나설 수 있게 된 선수들. 김수지 선수는 "사실 우리가 못 나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상상도 했었는데 너무 속상하더라. 그래서 꼭 나가고 싶었다"면서, "이번에는 홈에서 세계선수권 우승하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 단단하게 준비하겠다"라고 각오했다.

경기도청 선수들은 2025년 초여름까지 국가대표로 경기에 나선다. 선수들은 가을 열리는 범대륙선수권과 내년 2월 열릴 동계 아시안게임, 그리고 세계선수권에 차례로 나설 전망이다. 

Comments

0 Comments
카토커 라이브채팅 아이템샵
펼치기 팀순위
펼치기 회원랭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