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불펜 ‘필살기’ 김택연의 마무리 발령, 새 과제 떠안은 두산
두산 김택연이 마무리 발령 첫 날인 13일 잠실 한화전 세이브를 기록하고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김택연이 13일 잠실 한화전 9회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김태룡 두산 단장은 지난해 9월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인천고 김택연(19)을 전체 2순위로 지명하며 “2~3년이면 두산의 스토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스무 살도 안 된 고졸 신인에게 어떻게 보면 파격적일 만큼 큰 기대를 표시했다.
그러나 김 단장의 전망보다도 더 이르게 김택연에게 마무리 기회가 돌아왔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13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승부욕이 있고 마무리 투수로 기질을 충분히 가진 것 같다”고 김택연을 칭찬하며 주전 마무리 ‘보직 발령’을 알렸다. 그리고 김택연은 새 임무를 맡은 첫날부터 공 4개로 세이브를 기록했다.
데뷔 첫해 마무리 기회를 받을 만큼 김택연은 그간 종횡무진 활약했다. 특히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빛이 났다. 이날까지 올 시즌 32차례 등판 중 9차례를 주자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 위에 올랐다. 주자 만루가 1차례, 1·3루를 포함해 주자 3루도 3차례였다. 그러나 김택연은 단 한 번의 승계주자 실점도 없이 완벽하게 위기를 틀어막았다.
이 감독은 “위기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선수”라고 김택연을 여러 차례 칭찬했다. 그러면서 “어린 선수에게 너무 부담을 준다”며 미안하다고도 했다. 이제 김택연은 불펜에서 가장 부담이 큰 마무리 임무를 맡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이기는 상황 마지막 이닝’이라는 보다 안정적인 상황에서 등판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 것도 사실이다.
이 감독이 ‘마무리 김택연’ 카드를 꺼낸 건 당연히 뒷문 강화를 위해서다. 그러나 한편으론 또 다른 과제를 떠안게 됐다. 그간 이 감독은 위기 상황이면 김택연을 투입했다. 하지만 김택연의 신분이 마무리로 바뀐 이상 예전처럼 ‘필살기’같이 그를 쓰기가 쉽지 않아졌다. 보통은 9회, 조금 빠르게 쓴다고 해도 8회 1사나 2사 때나 올릴 수 있다.
한때 메이저리그(MLB)에선 불펜에서 가장 구위가 강한 투수를 굳이 마무리로 못 박지 않는 기용법이 유행했다. 9회라는 조건을 생각하지 않고, 가장 위기인 순간에 가장 강력한 투수를 기용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KBO 역시 그런 사례가 없지 않았다. 올 시즌 김택연도 결과적으로 그 같은 기조의 활약을 해왔다.
두산 불펜은 양과 질에서 리그 최상급이다. 최지강, 이병헌에 김강률 그리고 기존 마무리 홍건희까지 구위 좋은 투수들이 많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김택연은 특별한 활약을 해왔다. 이제는 ‘위기 때 가장 생각나는’ 새로운 투수를 찾아야 할 상황, 이 감독의 선택에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