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신사 대 숙녀' 대결 초유의 반칙패
제18기 지지옥션배 연승대항전 2국
조혜연 9단, 최규병 9단에게 반칙승
(한게임바둑=한창규 기자) 지지옥션배 초유의 반칙패가 11일 저녁에 나왔다. 최규병 9단과 조혜연 9단이 벌인 제18기 지지옥션배 신사 대 숙녀 연승대항전 2국에서 돌발적인 상황으로 승패가 결정됐다.
반칙패 판정을 받은 선수는 최규병 9단. 초읽기 소리에 돌을 던지듯이 다급하게 둔 수가 놓여 있던 상대의 돌을 다른 곳으로 밀쳐냈고 자신의 돌도 교차점이 아닌 어정쩡한 곳에 놓였다.
계시기 버튼을 누르고 나서 흐트러진 기존의 돌과 자신의 착점 위치를 바로잡았으나 이미 심판의 레이더에 걸렸다. 이후 다섯 수가 더 두어진 장면에서 김선호 심판이 대국을 중지시켰다.
바둑TV 생중계로 전송된 문제의 장면. 좌상 방면에서 백돌이 교차점이 아닌 곳에 놓였고, 흑돌 하나(체크된 수)가 한 줄 아래로 밀려났다. |
비디오 확인 절차를 거친 김선호 심판은 잠시 후 실전 당시의 화면을 보여주며 상황을 설명했고, 최규병 9단도 이내 수긍했다.
대국을 개시한 지 1시간 30분께, 130수째였다. 이른 시점부터 형세를 압도해 나갔던 최규병 9단으로서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패배. 멋쩍게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후 조혜연 9단은 "패가 마지막 기회까지는 아니지만 포기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두어 갔는데 이렇게 되니까 사범님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
올해 18년째를 맞고 있는 지지옥션배는 그동안 시간패, 기권패, 옥집 해프닝 등 반상의 형세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고'로 승부가 결정된 적은 있었지만 반칙패는 이번이 처음이다. 351번째 대국 만이다. 상임심판제가 정착되면서 룰 적용도 엄격해졌다.
숙녀팀의 선봉 조혜연 9단은 2연승을 거뒀다. 다음 주 월요일(17일) 속행되는 3국에서는 신사팀 3번 주자를 상대로 3연승에 도전한다. 3연승 달성 시 200만원의 연승상금을 획득하며, 연승상금은 이후 1승당 100만원씩 누적된다.
"상대방 돌도 아예 밀려 버렸고, 착점한 위치도…." 김선호 심판이 녹화된 영상을 최규병 9단에게 보여주고 있다. |
최근 2년간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던 신사팀은 1국에서 골인 지점을 눈앞에 두었던 이정우 9단의 대역전패, 2국에서 골인 지점을 달려 가던 최규병 9단의 반칙패로 출발이 좋지 않다.
40세 이상으로 구성한 신사팀과 나이 제한 없이 구성한 숙녀팀이 12대12 연승대항전으로 자웅을 겨루는 지지옥션배는 우승팀이 1억2000만원의 상금을 독차지한다.
2007년부터 시작해 숙녀팀이 9차례(1ㆍ4ㆍ6ㆍ8ㆍ9ㆍ11ㆍ12ㆍ14ㆍ15기), 신사팀이 8차례(2ㆍ3ㆍ5ㆍ7ㆍ10ㆍ13ㆍ16ㆍ17기) 우승했다. 제한시간은 전기 대회의 20분(초읽기 1분 5회)에서 피셔방식(기본 20분, 추가 30초)으로 변경했다.
일찍부터 형세를 압도했던 최규병 9단(61). 이번 대회 최고령 선수이다. |
"너무나도 해프닝에 가까운 일이 일어났는데요, 방송대국이어서 이렇게 된 것 같은데 방송대국이 아닌 경우에는 제가 계속 두고 있었으니까 좀 어렵지 않나 생각을 하고, 최 사범님께는 죄송한 마음이 강합니다." (조혜연 9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