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한국 남자 배구 미래' 이우진의 무한도전 in 이탈리아[인터뷰]

[카토커] '한국 남자 배구 미래' 이우진의 무한도전 in 이탈리아[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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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고교→유럽 직행…"언어도, 요리도, 배구도 많이 배운다"
'차세대 에이스' 기대…"'공수 만능선수'로 VNL 무대 밟고파"
남자 배구 대표팀에 발탁된 유망주 이우진이 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4.6.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작년 한국 남자 배구는 큰 굴욕을 맛봤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에 덜미를 잡히는 등 고전 끝에 7위에 머물렀다. 대회 개막식도 열리기 전에 짐을 싸야 했던 수모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또 다른 희망을 발견한 해이기도 했다. 한국 배구 역사상 최초로 고교 졸업 직후 유럽리그에 직행한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바로 2005년생, 신장 195㎝의 아웃사이드 히터 이우진이다.

이우진은 지난해 8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19세 이하 세계선수권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한국이 30년 만에 3위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그 대회에서 '베스트7'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우진의 활약을 눈여겨 본 이탈리아 1부리그 구단 베로발리 몬차는 이우진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했고, 그는 고심 끝에 이탈리아행을 결정했다.

21일 뉴스1과 만난 이우진은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고 프로 생활을 유럽에서 시작하는 자체가 두려움이기도 했다"면서도 "그런데 계속 생각해 보니 잡아야 하는 기회였다. 잘 하는 선수들 사이에서 많이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탈리아 베로발리 몬차 선수들과 함께 한 이우진. (이우진 제공)

◇난생처음 '작은 키'가 된 이우진의 이탈리아 성장기

지난해 11월 이탈리아로 향한 이우진은 만 19세가 되지 않아 연습생 개념의 '인턴 선수'로 몬차에 합류했다. 정식 선수가 아니라 공식 경기엔 나서지 못했지만, 훈련 과정과 연습 경기,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의 동고동락 모두가 이우진에겐 귀중한 경험이었다.

이우진은 "신체 조건부터 달랐다. 내 키(195㎝)가 몬차에선 리베로 빼고 뒤에서 세 번째더라"면서 "큰 신장을 무기로 활용할 수 없다 보니, 아무래도 서브와 리시브 등 다른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썼다. 높은 블로킹을 상대로 어떻게 공격해야 할 지도 많이 배웠다"고 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승부욕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경기장 밖에선 한없이 '천사' 같던 몬차 선배들은, 연습 경기에선 다른 사람이 됐다. 실수라도 한 번 나오면 '불호령'이 떨어졌다고.

이우진과 6개월 간 이탈리아에서 함께 생활한 어머니 이미옥 씨는 "우진이가 하루는 연습 경기를 하고 오더니 얼굴이 노래져서 왔더라"면서 "물어보니 연습 경기 때 혼나고 왔다더라. 한동안 우진이가 힘들어했는데, 그래도 '한 번 해보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전했다.

승부욕이 강한 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이우진의 실력도 쑥쑥 늘었다. 훈련 때 리시브 효율 '100%'를 찍고 온 날엔 이우진의 표정도 밝아졌다.

이우진은 "국내에 있을 때는 아무래도 공격 비중이 높았는데, 여기선 수비를 열심히 해야 하다 보니 더 집중하고 있다"면서 "그래도 민첩함이나 순발력은 키 큰 선수들보단 내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웃어 보였다.

남자 배구 대표팀에 발탁된 유망주 이우진이 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4.6.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영어 공부는 하루 3시간씩, 어깨 너머 배운 미역국도 '척척'

이탈리아에서 배우고 있는 건 배구 뿐이 아니다.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을 위해 언어와 요리에도 매진하고 있다.

특히 언어는 선수들과의 소통에 필수적이기에, 매일 공부를 쉬지 않는다. 그 결과 8개월 만에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가 됐다.

이우진은 "하루에 한 시간은 화상 수업, 2시간은 혼자 공부한다"면서 "그리고 훈련 때 '듣기 연습'이 되다 보니 그래도 조금씩 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어머니가 비자 만료로 한국에 돌아간 이후엔 요리도 배우고 있다. 팀에서 하루 두 끼는 제공해 주지만 아침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에, 서툰 솜씨로 직접 이런 저런 '도전'을 해보고 있다고.

이우진은 "한국에선 요리를 할 일이 거의 없었는데, 엄마가 하는 것을 보면서 따라 해봤다"면서 "미역국도 끓여봤는데 나름대로 맛있었다"며 미소 지었다.

'현지식'에 대한 적응도 마쳤다. 이우진은 "한국에선 파스타도 잘 안 먹었는데, 여기서 먹는 건 그마저도 한국하고 맛이 달랐다"면서 "그래도 한 달 정도 먹다 보니 적응이 됐다. 느끼한 맛이 아니라 고소한 맛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한국 배구 역사상 최초로 고등학교에서 유럽 프로 무대로 직행한 이우진의 '무한도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일단은 한동안 유럽에서 실력을 갈고 닦고,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게 단기 계획이다.

이우진은 "아직은 향수병도 없어서 홀로 지내는 게 괜찮다"면서 "언젠가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올 수 있겠지만, 지금은 생각하지 않는다. 유럽에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남자 배구 대표팀에 발탁된 유망주 이우진이 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4.6.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침체 빠진 男 배구, 이우진과 함께 '터닝포인트' 맞는다

이우진의 존재는 세대교체 실패로 긴 침체에 빠져 있는 한국 남자 배구의 한줄기 '빛'이기도 하다.

남자 배구 대표팀은 국제무대 최상위 레벨인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선 2018년 이후 자취를 감췄고, VNL의 아래 단계인 국제배구연맹(FIVB) 챌린저컵에도 출전하지 못해 '3부리그' 격인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에 나서고 있다.

최근엔 임성진(한국전력), 임동혁(상무), 김지한(우리카드), 박경민(현대캐피탈) 등 '99즈'를 필두로 세대교체의 조짐이 보이지만, 유럽 무대에서 성장할 이우진에 대한 기대치는 한층 높을 수밖에 없다.

이우진은 지난 5월 생애 처음 성인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AVC 챌린지컵에 출전하기도 했다. 아웃사이드 히터가 아닌 ''백업 아포짓'으로 대회를 준비했고, 주어진 몫에 최선을 다했다.

그는 "대표팀 형들과 함께 한 자체가 즐거웠다"면서 "청소년 대표팀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성인 대표팀에선 오히려 긴장감이 덜 했다"고 했다.

'국가대표' 이우진의 목표는 VNL 무대다. 공격과 수비, 모든 것을 잘 해내는 '육각형 선수'로 성장해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고.

이우진은 "어렸을 때부터 허수봉(현대캐피탈) 선수를 롤모델로 삼고 운동했다"면서 "앞으로 계속 발전해서, 공수에서 다 활약할 수 있는 선수가 돼 VNL 경기에 뛰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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