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스크린 황태자' 김홍택의 반란, 상금랭킹-대상 포인트 1위... KPGA가 간과했던 스타성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반란이다. 김홍택(31·볼빅)이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를 휘어잡고 있다.
김홍택은 9일 경상남도 양산시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제67회 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총상금 16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하나 포함 5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4언더파 270타로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로써 제네시스 포인트 710.67점, 상금 1억 1093만 3333만원을 챙긴 김홍택은 두 부문 모두 1위를 지켰다.
2012년 투어프로로 입회한 김홍택은 2017년에서야 본격적으로 1부 투어에 뛰어들었다. 그해 8월 카이도시리즈 동아회원권그룹 다이내믹부산 오픈에서 정상에 선 김홍택이지만 이후 오랜 기간 우승이 없었다.
오히려 더 존재감을 널리 알린 건 스크린골프 투어인 G투어였다. 지난해까지 12승을 챙겼다.
그러던 중 올해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상금 3억원을 품었다. 상금랭킹 1위에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KPGA에 따르면 우승 후 그간 부진이 G투어와 병행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 "오해다. 스크린골프대회는 비시즌중에만 참가 했고 스크린골프대회에서 성적이 잘 나오다 보니 스크린 골프만 많이 친다는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스크린골프 연습을 통해서 필드 및 우승에 도움이 많이 됐다. 스크린골프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해왔던 것과 코스 매니지먼트를 연습한 것이 우승에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도 밝혔다.
지난달 매경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홍택. /사진=KPGA 제공이후 지난달 27일 에쓰오일 세븐 G투어 믹스드컵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G투어 통산 남자 최다승 기록까지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220만 회원을 자랑하는 스크린골프 플랫폼 골프존의 상징과 같은 김홍택은 이미 최고의 스타였다. 48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골프존 유튜브 채널에서 프로와 스크린골프 대결을 펼치는 '프로 VS 프로'를 진행하며 인기를 모은 김홍택은 최근에도 아마추어 고수와 격돌하는 '프로 VS 아마'에 출연하고 있다. 구름 관중이 그의 플레이를 직접 관전하기 위해 동행했다. 현장에서도 이토록 많은 관심이 이어지는 게 놀랍다는 반응이다.
김홍택은 화려한 플레이로 화답했다. 1라운드 3언더파, 공동 15위로 시작한 그는 2라운드에 3타를 더 줄이며 공동 8위로 올라서더니 굵은 빗줄기와 함께 치러진 3라운드에서도 3타를 줄여 공동 4위까지 올라섰다.
최종 4라운드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3번 홀(파5)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326.95야드(298.9m)나 날린 김홍택은 안정적인 아이언샷과 5m 퍼트까지 떨어뜨리는 감각적인 플레이로 첫 버디를 낚았다.
이후 파를 지키던 김홍택은 4번 홀 러프에 떨어진 세컨드샷을 홀 4m 지점에 붙였고 다시 한 번 한 타를 줄였다.
내리막 경사에서 아이언샷을 날리는 김홍택. /사진=KPGA 제공9번 홀(파5)에서도 300m 가까이 드라이버 샷을 날린 김홍택은 그린을 노린 세컨드샷이 훌쩍 지나 벙커로 향했으나 환상적인 칩인 이글을 낚았다. 구름 갤러리들이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14번 홀(파4)에서도 다시 버디를 낚은 김홍택은 이날 보기 없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지만 아쉽게 빗나간 퍼팅이 많았던 게 옥에 티였다. 17번 홀에서 버디 퍼트가 빗나가며 추격의 기회를 놓쳤고 18번 홀(파4)에서도 버디 퍼트가 에이프런에서 친 퍼트가 홀 바로 앞에 멈춰섰다. 갤러리들 사이에서 아쉬움의 탄식과 함께 격려의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뛰어난 기량은 물론이고 올 시즌 가장 핫한 선수라는 걸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던 대회였다. 중계방송사 SBS골프의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도 우승자 전가람의 하이라이트(조회수 7만)에 버금가는 조회수 6만 8000을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필드 플레이에 비해 훨씬 접근성이 좋은 스크린골프가 골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을 하며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