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그만 쳐라" 이범호 만류에도 강훈련… 최형우는 그렇게 최고령 100타점 신화가 됐다
[스포티비뉴스=대구, 김태우 기자] "왜 저렇게 많이 치지. 그만 쳐도 될 것 같은데"
8월 29일 광주 SSG전을 앞둔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는 KIA 선수들이 정상적으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선수들의 훈련을 보던 이범호 KIA 감독은 한 선수의 타격 훈련량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팀의 핵심 타자이자 최선임 선수인 최형우(41·KIA)가 바로 그 시선이 꽂힌 선수였다. 이 감독은 최형우의 훈련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지자 "밸런스가 나쁘지도 않은데 왜 저렇게 많이 치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하게 바라봤다.
타격감이 나쁘거나 밸런스가 깨져 있으면 때로는 짧은 시간에 많은 훈련량을 가져가며 이를 되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 감독도 이것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 감독은 최형우의 타격 밸런스가 나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옆구리 부상 후 1군 복귀전이었던 8월 27일 홈런을 치기도 했고, 28일에도 안타가 있었다. 하지만 최형우는 만족스럽지 않다는 듯 연신 방망이를 돌리고 있었다.
날이 더운데 최형우가 하루 정도 훈련을 거른다고 해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었다. 이미 보여준 실적도 확실한 선수였다. 그러나 최형우는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후배들은 "쉬셔도 아무 말도 없을 텐데 항상 자기 훈련을 철저하게 하신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 장면들이 모범이 되고, 때로는 후배들에게 '발언력'으로 이어진다. 후배들보다 더 열심히 훈련하고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니, 후배들도 할 말이 없다. 최형우의 입지는 말보다는 행동과 성적으로 만들어진다.
그런 최형우는 31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도 타격은 물론, 수비까지 훈련을 하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허벅지 경련 증상이 있었던 나성범의 수비 출전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최형우가 "외야 수비에 나가도 괜찮다"고 이 감독의 고민을 슬그머니 지워준 것이다. 이 감독은 "수비 나가는 것을 괜찮다고 해준다"면서 "몸이 괜찮은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조금씩 뛰어주면 그게 또 하나의 팀워크가 된다"고 고마워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고, 최형우는 31일 대구 삼성전에서 5타점 대활약을 펼쳤다. 이날 경기 전까지 96타점을 기록 중이었던 최형우는 아홉수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며 100타점 고지를 훌쩍 넘겼다. 만 40세 시즌에 100타점을 기록한 타자는 있었다. 2022년 이대호가 은퇴 시즌에 이 기록을 달성(101타점)했다. 하지만 최형우가 이 기록의 나이를 조금 더 연장했다. 최형우는 만 40세 8개월 15일에 100타점을 달성해 역대 최고령 단일 시즌 100타점 기록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1회부터 희생플라이로 1타점을 추가한 최형우는 2-2로 맞선 2회 2사 만루에서 두 명의 주자를 불러들이는 우중간 적시타로 100타점까지 하나를 남겼다. 그리고 팀이 9-12로 뒤진 6회 선두 타자로 나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으로 기어이 100타점을 채웠다. 최형우는 9회 좌전 적시타로 1타점을 더 추가하며 이날 4타수 3안타(1홈런) 1볼넷 5타점 맹활약으로 팀의 15-13 역전승을 이끌었다.
부상으로 20일 정도를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두 번째로 100타점 고지를 밟은 선수가 됐다. 최형우도 다른 기록은 몰라도 타점 기록은 욕심이 있고, 올해 100타점은 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는데 이 고지를 넘어서며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이범호 KIA 감독도 경기 후 "3점차 뒤진 6회초 공격에서 최형우의 홈런으로 분위기를 바꿨다"면서 "최고령 100타점 기록 달성을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2020년 이후 처음으로 한 시즌 100타점을 돌파한 최형우는 경기 후 "오랜만에 100타점이 목전에 있어서 욕심이 나긴 했다. 막상 달성하고 보니 '아, 내가 아직 죽진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령 100타점 소식도 들었는데, 물론 기쁘긴 하지만 이제 기록은 크게 신경 쓰진 않고 있다"고 말하면서 "부상 부위도 트레이닝 파트에서 잘 관리해줘서 괜찮고 컨디션도 좋다. 수비도 오랜만에 나갔는데 내 쪽으로 공이 하나 오고 나서 괜찮아졌다"며 모처럼 나서는 수비도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제 올해 자신이 달성해야 할 기록을 모두 달성한 만큼 최형우는 팀 목표를 향해 오롯이 돌진한다. 최형우는 "순위 싸움이 치열한데 오늘도 선수들이 그런 상황을 알고 다들 열심히 뛰었던 것 같다. 당연히 내일도 이기는 경기를 할 것이고, 원정임에도 큰 응원 보내주신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이 중요한 1·2위 대전의 싹쓸이를 조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