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韓은 다른 나라와 달라서…” 현대캐피탈 정상 탈환 프로젝트, 64세 명장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우승은 나의 장기 프로젝트 마지막 과제다.”
프랑스 출신의 명장 필립 블랑(64). 배구팬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현역 시절 명 아웃사이드 히터로 이름을 날리며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온 블랑 감독은 은퇴 후에는 이탈리아, 프랑스, 폴란드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또한 2001년과 2012년까지는 프랑스 대표팀 감독을, 2013년부터 2016년까지는 폴란드 대표팀 수석코치를 역임했다.
무엇보다 일본 남자 배구 대표팀에서 보여준 화려한 이력이 현대캐피탈의 마음을 잡았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수석코치, 2022년부터는 나카가이치 유이치 감독의 뒤를 이어 일본 대표팀 감독으로 활약했다.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3위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더니, 2024 VNL에서는 결승까지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 사진=이정원 기자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 사진=현대캐피탈 배구단 제공그런 그가 현대캐피탈 감독으로 V-리그 데뷔를 앞두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월 블랑 감독을 선임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블랑 감독은 여러 배구 강국의 대표팀과 클럽팀 감독을 역임한 명장이다. 특히 일본 대표팀을 세계적인 강팀으로 탈바꿈시킨 주역으로, 아시아 배구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 현대캐피탈을 새롭게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블랑 감독을 중심으로 현대캐피탈에 세계적인 선진 배구의 전략과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접목해 새롭게 도약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일본 남자배구 16년 만에 자력으로 출전한 2024 파리올림픽 일정을 마친 후 팀에 합류한 블랑 감독은 시스템 정립에 매진하고 있다. 블랑 감독이 오기 전까지는 파비오 스토르티 코치를 비롯해 진순기-박종영-한상길 코치가 선수들과 합을 맞췄다.
최근 만났던 블랑 감독은 “아직은 현대캐피탈이란 팀이 어떤 팀인지 파악하고, 선수들 컨디션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지난 5월 진행된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쿠바 괴물’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를 데려왔다. 기존 전광인-허수봉에 레오까지, 많은 배구 팬들은 벌써부터 전광인-허수봉-레오 삼각편대가 선보일 화끈한 공격력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현대캐피탈 배구단 제공블랑 감독은 “전광인, 허수봉, 레오 선수처럼 경험 많은 선수들이 있는 건 팀에 큰 힘이다. 젊은 두 명(이준협, 이현승)의 세터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물론 세터와 공격수 호흡도 중요하지만, 좋은 볼을 올려주기 위한 리시브 효율도 중요하다. 안정적인 리시브 라인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중국 출신 아시아쿼터 아웃사이드 히터 덩 신펑(등록명 신펑)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신펑 선수는 우리에게 중요한 자산이다. 서브도 잘하고, 블로킹도 좋다”라며 “허수봉은 모든 포지션이 어울리는 선수고, 레오 선수도 몸을 끌어올리고 있다. 우리 팀에 어떤 라인업이 베스트인지 계속 확인하고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블랑 감독은 당장 우승이라는 목표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 지금은 팀을 만들고, 젊은 선수들을 육성시키는 게 2024-25시즌 목표다. 길게 바라보고 있다. 물론 긴 결말의 끝은 우승을 원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2018-19시즌이 마지막 우승이다.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 사진=현대캐피탈 배구단 제공블랑 감독은 “한국은 다른 리그와 다르다. 외인을 잘 뽑고, 신인 선수를 잘 뽑아야 한다. 오랫 시간을 거쳐 팀을 만들고 선수들을 성장시켜야 한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통해 선수의 능력치, 강한 마음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승이라는 단어가 선수들에게 중압감을 줄 수 있지만, 결국에 우승은 내 프로젝트의 마지막 과제다. 첫 시즌 어떤 성적을 낼지 모르겠지만 코트 위에서 좋은 배구를 선보일 것이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정상 탈환을 위해 선수들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광인-레오-허수봉-신펑이 이루는 공격 라인, 최민호-차영석의 중앙 라인, 박경민-오은렬이 이루는 리베로 라인은 탄탄하다.
그러나 세터진이 아쉽다. 195cm 장신 세터 김명관이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군체육부대(상무)로 떠났다. 2023-24시즌 후 트레이드를 노렸으나 무산됐다. 이현승, 이준협 두 젊은 세터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3년차 시즌을 맞이하는 이현승은 지난 시즌 26경기를 뛰었지만 선발 경기는 단 9회다. 이준협도 18경기에 나왔지만 대부분이 원포인트 서버 출전. 세터로 공을 올린 적이 총 15회가 전부다.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 사진=현대캐피탈 배구단 제공블랑 감독 역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선수들이 합심해서 이겨나갔으면 좋겠다. 우리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두 젊은 세터가 성장하고, 책임감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모든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옆에서 돕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