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안우진과 원투펀치 꿈은 깨졌지만…타자 장재영이 포스트 이정후·김혜성 시대의 희망? 트랜스포머, 더 빨랐다면
맛돌이김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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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13:24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단 1경기일 뿐이다. 그러나 희망을 갖기에 충분했다
키움 히어로즈 장재영(22)이 20일 청주 한화 이글스전서 깜짝 ‘1군 타자 데뷔전’을 치렀다. 9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 3타수 1안타 2볼넷 1득점했다.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낸 뒤 득점을 올렸고, 2루타도 한 방 터트렸다.
장재영은 팔꿈치 치료와 함께 타자전향을 선언하며 마운드에서 완전히 내려갔다. 토미 존 수술과 군 복무라는 일반적인 프로세스를 택할 수 있었지만, 장재영의 열정은 그라운드에서 떠날 줄 몰랐다.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되고,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어했다.
그렇게 퓨처스리그 19경기서 69타수 16안타 타율 0.232 5홈런 13타점 8득점 OPS 0.810을 기록했다. 19경기만 뛰고도 김웅빈(36경기 7홈런)에 이어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홈런을 칠 정도로 일발장타력을 과시했다. 덕수고, 청소년대표 시절 괜히 중심타자 역할을 했던 게 아니다.
지난 2년간 스프링캠프에서 타격훈련을 할 수 있게 배려한 고형욱 단장도 장재영의 타격재능에 대해선 익히 잘 알고 있었다. 장재영이 타격을 곧잘 했다며, 프로에서 체계적으로 훈련하면 승부를 볼 만하다고 판단한 상태다. 제대로 훈련을 하지도 않고 퓨처스리그 19경기 5홈런은, 간과할 일은 아니다.
1군에서도 타격재능을 번뜩였다. 한화 파이어볼러 문동주를 상대로 3회 선두타자로 등장해 차분하게 볼넷을 골라냈다. 장재영의 선구안이 좋았다기보다 문동주의 제구가 확연히 흔들렸다. 7회 마지막 타석 볼넷 역시 남지민의 제구가 크게 흔들렸다.
4회 2사 1루서 문동주를 상대로 우측 2루타를 터트렸다. 볼카운트 1S서 2구 152km 패스트볼이 바깥쪽 보더라인에 들어가는 듯했으나 가볍게 밀어냈다. 한화 우익수 김태연의 펌블로 이재상이 홈까지 밟았다. 장재영의 패스트볼 대응력이 입증된 순간이었다.
패스트볼에 당한 문동주가 6회에는 슬라이더와 커브만으로 삼구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장재영이 3구 커브에 방망이를 거두는 듯했으나 체크스윙이 인정됐다. 초구 슬라이더를 파울 커트했으나 변화구 대응력은 검증 대상이다.
홍원기 감독은 예상을 뒤엎고 장재영을 9번 중견수로 썼다. 퓨처스리그에서도 중견수로 많은 경기에 나가지 않았지만, 확실한 포지션이 있어야 쓴다는 지론은 변함없었다. 22세로 미래 창창한 선수가 평생 지명타자만 할 순 없는 노릇이다. 팔꿈치가 좋아지면 수비 연습도 많이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장재영이 간판스타 이주형과 포지션을 배분하는 문제는 남아있다. 이주형이 주전 중견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건 코너 외야로 옮기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당장 코너 외야 훈련이 덜 돼 중견수로 나갔다고 봐야 한다. 좀 더 큰 틀에선 군 복무도 해결해야 한다.
키움은 장재영을 2021년 1차 지명을 하면서, 미래에 에이스 안우진과 원투펀치를 이루길 기대했다. 이 꿈은 끝내 실현되지 않았다. 안우진은 작년 9월 토미 존 수술 이후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대체복무를 하고 있다.
대신 안우진이 복귀하면 장재영과 함께 키움 투타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은 있다. 타격재능과 장래성을 보면 9번 타자로 만족해야 할 선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떠났고, 김혜성도 올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로 간다. 현 시점에선 섣부르지만, 장재영이 이주형, 송성문 등과 함께 중심타선의 한 축이 돼야 한다. 그래야 타자전향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장재영이 좀 더 빨리 타자로 전향했으면 어땠을까. 아직도 22세라 늦지 않았지만, 타격 재능만 보면 궁금한 건 사실이다. 타자 장재영은 이제 시작이다. 홍원기 감독이 즐기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지켜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