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시즌 아웃의 빌미가 됐던 샌프란시스코 홈구장 오라클 파크의 외야 펜스가 바뀔까.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머큐리 뉴스'는 28일(이하 한국시간) '일련의 부상으로 인해 샌프란시스코가 오라클 파크의 외야 펜스를 바꿀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매체는 "이정후, 슬레이터, 마토스까지 이번 달에만 3차례 같은 지점에서 충돌한 것이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면서 "펜스의 특이한 구조가 팀의 부상자 명단 증가에 기여했다면, 그것이 존재해야 할까"라고 했다.

앞서 이정후는 지난 14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홈런성 타구를 잡으려고 점프 캐치를 시도하다 펜스에 부딪혀 왼쪽 어깨를 부상 당했다. 검진 결과 관절와순 손상으로 수술을 받게 돼 시즌 아웃이 결정됐다.

샌프란시스코의 중앙 담장은 독특한 구조다. 펜스 전체가 충격을 흡수하는 좌, 우측과 달리 가운데는 일부를 뚫어 철망(체인 링크)을 삽입했다. 가운데 펜스 뒤에 불펜이 있는데, 몸을 풀고 있는 투수들이 경기를 볼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11일 루이스 마토스가 오라클 파크 펜스에 부딪히는 모습. ⓒ AFP=뉴스1

그러나 이 체인 링크가 외야수들에게는 부상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정후에 앞서 오스틴 슬레이터는 11일 신시내티전에서 점프 캐치를 시도하다 뇌진탕 부상을 당했다. 이정후가 부상 당한 이후인 19일엔 루이스 마토스가 역시 점프 캐치를 시도하다 무릎을 부딪쳤다.

이 중 슬레이터는 최근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에게 펜스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3명의 선수가 잇달아 부딪혔다. 프런트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해준다면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면서 "잠재적인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면 탐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체인 링크는 다른 구장에도 존재하는데, 오라클 파크는 다른 대부분의 구장보다 낮다"면서 "더구나 체인 링크는 패딩과 정렬되지 않아 6~8인치의 간격이 있다"고 지적했다.

오라클 파크 펜스에 부딪혀 뇌진탕 부상을 당했던 오스틴 슬레이터. ⓒ AFP=뉴스1

오라클 파크의 체인 링크는 충격을 흡수하는 '패딩'에 둘러싸인 형태인데, 평평하게 정렬되지 않아 철망 부분이 움푹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이로 인해 오히려 펜스에 부딪힐 때 더 큰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의 또 다른 외야수 마이크 야스트렘스키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그는 "현재까지 일어난 일들은 분명 불행한 일이고, 앞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면서 "펜스 구조가 부상의 순수한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불행일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