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한국의 기대 승률 4% 떨군 위파위의 퍼포먼스, 그러나 너무 무거웠던 그의 짐
그야말로 간담을 서늘케 하는 맹활약이었다. 그러나 팀을 승리까지 이끌기에는 위파위의 어깨가 너무 무거웠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한국 시간 20일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마라카라지뉴에서 치러진 2024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1주차 경기에서 태국을 세트스코어 3-1(25-19, 23-25, 25-15, 25-18)로 꺾고 대회 첫 승을 챙겼다. 무려 2년 11개월 만에 VNL 무대에서 거둔 승리다.
이날 경기에서는 한국 선수들만큼이나 한국 팬들의 관심을 끄는 선수들이 있었다. 바로 지난 도드람 2023-2024 V-리그에서 활약한 세 명의 아시아쿼터 선수들이었다. 폰푼 게드파르드는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타나차 쑥솟과 위파위 시통은 각각 선발 아포짓과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서며 친구들과의 맞대결에 나섰다.
두 선수의 희비는 엇갈렸다. 타나차는 크게 부진하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2점을 올리는 데 그쳤고, 범실은 4개를 저지르며 공격 효율 -15.38%를 기록했다. 그러나 위파위는 비교적 준수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블로킹 1개 포함 15점을 터뜨렸고, 공격 효율도 26.19%로 준수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40개의 리시브를 도맡으며 37.5%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위파위는 2세트에 한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폭발적인 활약을 펼쳤다. 12-15로 뒤진 상황에서 특유의 빠른 시간차 공격으로 서브권을 가져간 위파위는 연달아 날카로운 서브를 꽂아넣었고, 볼이 넘어오는 상황에서는 탄탄한 수비로 반격 기회까지 창출해냈다. 위파위의 디그가 사시파프론 잔타위숫의 반격 강타로 이어지는 상황에 계속 고전한 한국은 범실까지 연발하며 순식간에 역전을 허용했고, 위파위는 19-15에서 아예 직접 백어택까지 꽂으며 한국을 침몰시켰다.
위파위의 2세트 활약은 수치로 봐도 엄청났다. 팀 내 최다 득점인 6점을 터뜨렸고, 9차례의 디그 시도 중 8개를 성공시켰다. 13-15에서 20-16이 될 때까지 무려 8연속 서브를 구사하며 한국의 리시브 라인을 붕괴시키기도 했다. 그야말로 다방면에서 맹활약을 펼친 것. 1세트를 따낸 뒤 45%가 찍혔던 한국의 AI 제공 경기 기대 승률은 2세트 종료 후 41%로 떨어졌다. 위파위 혼자서 기대 승률 4%를 떨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위파위가 팀을 최종 승리까지 이끌지는 못했다. 짊어진 짐이 너무 무겁고 많았던 탓이었다. 아차라폰 콩욧은 1주차 라인업에서 아예 제외됐고, 핌피차야 코크람과 찻추온 목스리의 출전 시간도 그리 길지 않은 상황 속에서 타나차가 부진하자 위파위는 우선 공격 쪽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야 했다. 코트 좌-중-우를 가리지 않고 뛰어올라야 했고, 공격 시도 횟수는 42회로 단연 팀 내 최다였다.
문제는 수비에서도 위파위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다. 상술했듯 리시브 점유율이 팀 내에서 가장 높았던 위파위는 디그 시도 횟수 역시 팀 내 최다를 기록했다(29회). 6번 자리에서의 센터 수비를 거의 도맡았기 때문이다. 또한 본 포지션이 아웃사이드 히터지만 아포짓의 리시브-수비 위치에서도 플레이하는 등, 여러모로 너무 할 일이 많아 보이는 듯한 인상을 줬다.
공격 시도-수비 시도-리시브 시도-서브 시도가 모두 팀 내 1위였던 위파위는 결국 경기 후반 들어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는 4세트에 2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리시브와 수비에서는 4세트에도 꾸준히 견고한 모습을 보였지만, 분위기를 잃고 무너져가는 팀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적 팀 코트에 있었지만 반가운 얼굴이었던 위파위는 한 때 한국의 코트를 얼어붙게 만드는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우리를 압박했다. 그러나 해야 하는 일은 너무 많았고, 팀의 상황은 너무 좋지 않았다. 결국 씁쓸한 ‘졌잘싸’에 만족해야 했던 위파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