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맨손으로 하는 연습 스윙이 가장 아름다운 스윙이죠”
‘골프 레슨 대가’ ㈜에이지슈터 임진한 대표 만나보니임진한 대표는 골프 레슨계에서 아이돌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알아듣기 쉽게 가르치고, 레슨 효과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을 찾아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라고 조언했다. 특히 꾸준히 연습하라고 강조했다. ㈜에이지슈터 제공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윙은 어떤 스윙일까. 신·구 골프 황제인 타이거 우즈와 스코티 셰플러의 스윙? 아님 박인비와 넬리 코다의 스윙? 이도저도 아니다. 볼 없이 클럽 등 도구나 맨손으로 하는 연습 스윙이 가장 아름다운 스윙이다.
㈜에이지슈터 임진한(66) 대표의 생각이다. 임진한은 골퍼들 사이에서 ‘레슨의 신’, ‘레슨의 대가’, ‘골프 레슨의 대부’, ‘갓진한’ 등으로 불리며 아이돌급 인기를 얻고 있다. <터닝포인트 임진한의 전국투어>, <임진한의 끝장 레슨>, <임진한의 스페셜리스트> 등 다양한 골프 프로그램에서 그의 진가는 유감없이 발휘됐다.
임진한 레슨의 가장 큰 특징은 골프를 갓 시작한 ‘골린이’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바로 효과를 보게 한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방송 출연자의 스윙이 단박에 좋아지는 모습을 보고 ‘편집이 아닌가’라는 오해까지 받을까.
그런 이유 때문에 그에게 골프를 배워보고 싶은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학원강사로 치면 ‘대치동 1타 강사’와 같은 영향력이 있는 임진한은 골퍼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2년여 전부터 개인 유튜브 채널 ‘임진한클라스’를 개설했다. 현재 구독자 수는 49만4000명에 달한다.
그의 인기는 그냥 얻어진 건 아니다. 오랜 투어 경험과 각고의 노력 끝에 터득한 자신만의 노하우 결과다. 부산 출신인 임진한은 고등학교 때 앞집에 살던 고 김석봉 프로의 권유로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김 프로가 자주 해외를 나가는 게 너무 부러워서였다.
1977년 프로가 된 임진한은 국내투어 5승, 일본투어 3승 등 프로 통산 8승을 거두는 등 대한해협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했으나 팔꿈치 부상으로 은퇴한 뒤 1996년 ‘임진한 골프 트레이닝센터’를 열어 골프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동양인 최초의 메이저 챔프 양용은(52)을 비롯해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허석호(50)와 장익제(51) 등이 이곳을 거쳤다.
편작의 시술과도 같은 임진한의 족집게 ‘원포인트 레슨’은 그때부터 축적한 자신만의 ‘빅데이터’가 근간이다. 거기다가 복잡한 골프 이론을 쉽게, 그것도 핵심만 정확히 발췌해 전달하는 방법이 더해졌다. 생뚱맞게도 신문 사설이 그 방법으로 이용됐다.
그는 “부산 사투리에다 별로 아는 것도 없는 내가 어떻게 하면 내 생각과 느낌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생각해낸 방법”이라며 “신문 사설은 극히 제한된 분량으로 사회의 복잡한 현상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누군가에게 내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는데 신문 사설 기법을 쓰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 지금도 매일 사설을 읽고 있다”고 했다.
서두에서 말한 ‘아름다운 스윙이론’도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그는 “많은 골퍼가 스코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를 찾아온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스코어를 더 잘 낼 수 있느냐는 생각뿐”이라며 “즐기기 위해 필드에 나간다고 하지만 스코어가 잘 나오지 않으면 십중팔구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연습도 전혀 하지 않고 스코어만 좋아지길 바라는 분들이 대부분이다”고 일갈했다.
다만 준비하는 마음가짐이나 자세를 유지하는 골퍼라면 그 기복을 줄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즉 연습을 하라는 것이다. 연습장 가기가 번거롭거나 힘들면 집에서 맨손으로 해도 효과가 상당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임진한은 “사무실이나 집에서 맨손으로도 괜찮다. 도구 없이 자꾸 연습 스윙을 해서 몸이 회전하는 걸 자꾸 흉내를 내면 코스에 나가서 어색함 없이 훨씬 편안하게 스윙할 수 있다”라며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윙은 연습 스윙이다. 반면 공을 놓고 연습하면 나쁜 습관이 생긴다. 멀리, 똑바로 쳐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진한은 골프를 잘 친다는 것은 옷을 아주 맵시 나게 코디해서 입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골프는 3가지 그립(인터록킹, 오버래핑, 베이스볼 그립), 3가지 스탠스(스퀘어, 크로스, 오픈), 그리고 3가지 스윙(인사이드 아웃, 아웃사이드인, 인투인)이 기본이다. 그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것을 찾아 자기 것으로 만들면 된다.
그다음은 강하게 치려는 생각을 버리라고 조언한다. 강한 스윙 대신 힘을 뺀 ‘약(弱) 스윙’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클럽 무게로 스윙을 하라는 것이다. 헤드 스피드는 클럽 헤드의 스피드를 말하는데 많은 주말 골퍼들이 팔로 스피드를 내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고 지적한다.
임진한은 “어린 시절 냇가에서 하고 놀았던 물수제비를 연상하면 된다. 스냅으로 돌을 던지지 않고 강한 힘으로 돌을 던지게 되면 돌은 뜨지 않고 가라앉는다. 골프도 그 원리”라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골프는 손목 스냅과 몸 회전만 알면 끝이다”고 조언했다. 먼지떨이로 먼지털기, 승마 때 채찍질 등도 효과적인 손목 사용을 위한 연상 훈련이다.
강 골프에서 약 골프로 전환해 골프 신세계를 경험한 대표적 인물이 천하장사 출신의 방송인 이만기 교수다. 임진한은 “이 교수가 유튜브에 출연해 힘으로 골프를 하는 동안 드라이버를 10개가량 부러뜨리고 18홀 라운드에 평균 볼을 40개나 잃었는데 헤드 무게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골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자랑하더라”고 귀띔했다.
개그맨 겸 프로골퍼인 김국진의 독특한 연습 방법도 주말 골퍼들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력 추천한다. 연습장에서 드라이버부터 빼들고 연습을 하는데 골퍼들이 많은데 김국진은 6번 아이언으로 연습을 시작한다는 것.
6번 아이언으로 먼저 어프로치 하듯 볼 10개 정도를 30%가량만 들어 올린 스윙으로 50m가량 보낸다. 그런 다음 70% 정도 올려서 또 똑같은 힘으로 볼을 친다. 그리고 채를 흔드는 연습을 한 30개가량 하고 마지막에 풀 스윙으로 볼 10개를 날리는 방식이다. 임진한은 “그 남다른 연습 방법을 보고 ‘이 사람은 볼을 잘 칠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가 레슨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목포에서 만났던 의족 골퍼다. 임진한은 “왼쪽 다리에 의족을 하신 분이셨다. 그분의 고민은 샌드웨지로 60m를 보냈으면 하는데 20m 밖에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면서 “어드레스 때 자꾸 체중이 오른쪽에 실린 걸 보고 그걸 의족인 왼발 쪽으로 이동하는 레슨을 했더니 거리가 60~70m가량 나갔다. 너무 좋아하셨다.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우승했을 때보다 더 기뻤다. ‘내가 참 보람 있는 일을 하는구나’라는 걸 느낀 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