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가장 실망스러운 시즌" 낙담한 이정후, 5일 어깨 수술 받고 본격 재활 시작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이정후(26,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수술대에 오른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1일(한국시간) '이정후가 오는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수술을 받는다'고 알렸다. 이정후는 지난달 13일 신시내티 레즈와 홈경기에 출전했다가 1회초 담장까지 뻗어가는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타구를 처리하기 위해 뛰어올랐다가 펜스에 강하게 부딪혀 쓰러졌다. 이정후는 곧장 교체된 뒤 병원 검진을 받았고, MRI 검사 결과 "왼쪽 어깨에 구조적인 손상이 발견됐다"는 소견을 들었다. 이정후는 수술 여부를 두고 고심한 끝에 지난달 18일 수술을 결심했고, 이제야 수술 일정이 잡혔다. 수술을 받으면 본격적으로 재활을 시작할 예정이다.
수술을 집도할 의사는 닐 엘라트라체 박사다. 엘라트라체 박사는 세계적인 스포츠 분야 수술 전문의로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받았을 때 모두 엘라트라체 박사가 집도했다. 지난 시즌 뒤 FA를 앞두고 팔꿈치 수술을 받아 메이저리그를 떠들썩하게 했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역시 엘라트라체 박사의 환자였다.
이정후는 이미 어깨 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다. 그는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뛰던 2018년 6월 19일 두산 베어스전에 나섰다가 슬라이딩 과정에서 왼쪽 어깨를 다쳐 관절와순 파열 진단을 받았다. 이정후는 재활 치료를 받고 한 달 만에 그라운드로 복귀했고, 그해 10월 20일 대전에서 한화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나섰다가 수비 과정에서 왼쪽 어깨를 또 다쳐 그해 11월에 왼쪽 어깨 전하방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았다. 이정후는 당시 그라운드 복귀까지 6개월이 걸릴 전망이었으나 4개월 만에 재활을 마치고 2019년 시즌 시작에 맞춰 건강하게 돌아왔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 FA 시장을 뜨겁게 달군 루키 가운데 하나였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565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계약에 합의하면서 꿈의 무대에서도 천재타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역대 아시아 야수 최고 몸값을 받은 이정후는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겨우내 부지런히 몸을 만든 뒤 스프링캠프 일정에 맞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13경기에서 타율 0.343(35타수 12안타), 1홈런, 5타점, OPS 0.911로 맹활약하면서 '오버 페이'라 평가했던 미국 언론의 목소리가 쏙 들어가게 했다.
물론 정규시즌이 시작되면서 이정후를 철저히 분석하고 대응하는 상대팀에 맞서기는 쉽지 않긴 했다. 10개 구단 체제인 KBO리그와 달리 30개 구단이 있는 메이저리그에서 매일 모르는 투수의 공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주전 1번타자 중견수로 믿고 맡겼고 부상 전까지 37경기에서 타율 0.262(145타수 38안타), 2홈런, 8타점, OPS 0.641을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와 이정후는 수술 여부를 두고 고민했고, 구단은 "완벽한 회복을 위해 수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수술을 결심했을 당시 미국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 야구 커리어를 통틀어서 올해가 아마 가장 실망스러운 시즌이 될 것이다. 지금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고, 과거가 아닌 미래를 더 생각하려 노력하겠다"고 심경을 표현했다.
이정후 영입에 앞장섰던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사장도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 자이디 사장은 "정말 아쉽다. 올 시즌 이정후가 정말 성공적으로 보낼 것 같았다. 우리는 그의 아주 좋은 점들을 지켜봤고, 갈수록 더 좋아질 것 같았다. 그가 보여주는 플레이는 흥분하게 하는 것을 뛰어넘어서 점점 우리팀의 성공에 아주 중요한 선수가 되고 있는 것 같았다. 공격과 중견수로 보여준 수비 모두 그랬다. 정말 실망스럽다. 우리는 그가 잘 회복해서 2025년 시즌에 건강하게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