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선수 그만 두려고 시작한 레슨이 인생을 바꿨다’… 박준섭 매치플레이 3위 발판 하반기 KPGA 투어 복귀

[카토커] ‘선수 그만 두려고 시작한 레슨이 인생을 바꿨다’… 박준섭 매치플레이 3위 발판 하반기 KPGA 투어 복귀

촐싹녀 0 165

 


“선수생활을 그만 둘 생각으로 골프 레슨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다시 기회를 잡았으니, 이번엔 끝까지 해보겠습니다.”

박준섭(32)은 지난주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에서 유일하게 예선통과 선수로 4강까지 진출해 공동 3위에 올랐다. 시드 순번에서 밀려 사실상 골프를 그만두었던 그는 대기순번에서 기다리다 극적으로 출전기회를 잡고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이번 선전으로 획득한 포인트로 전반기 성적을 토대로 하는 리랭킹에서 상위권에 올라 후반기 첫 대회인 군산CC 오픈(7월)부터 다시 KPGA 투어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2023시즌을 끝으로 골프를 그만두려고 레슨을 하기 시작했는데, 한 템포 쉬어가는 그 시간이 오히려 박준섭에게는 치유의 시간이었고, 인생역전의 기회를 만드는 발판이 됐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인 박준섭은 2013년 KPGA투어에 데뷔해 그해 군산CC오픈 3위, 2016년 KPGA선수권대회 준우승(상금랭킹 13위) 등으로 한때 잘 나갔으나 지난해까지 147개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2019년 군에 입대해 2022년 투어에 복귀했지만 체중이 15㎏이나 불어 게임이 많이 달라졌고, 그러다가 퍼트 입스까지 오면서 2023시즌(상금 98위)을 끝으로 은퇴를 결심했다.

“십몇년 동안 프로선수로 뛰었지만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으니 이게 제 길이 아니다 싶었다”는 그는 간간이 유튜브 골프 채널에서 레슨영상도 찍다가 본격적으로 레슨을 시작해 서울, 인천, 수원, 용인 등지의 스튜디오를 돌며 수강생들과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지난달 20일 군산CC에서 열린 매치플레이 대회 예선에 나간게 그의 삶을 바꾸게 됐다. “일주일 전에 협회로부터 잘 하면 예선에 나갈 수 있으니 준비하라는 말을 들었고, 전날까지 대기 1번이라고 하다가 당일 새벽에 빨리 군산으로 내려오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날 강남에 레슨을 가려고 준비하다가 급히 동탄 집에서 군산으로 차를 몰아 출발시간 한 시간 전에 도착해서 예선을 치렀어요.”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로 나간 예선에서 그는 32위 안에 들어 본선 진출권을 따냈고, 지난주 올해 첫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

“기회가 왔으니 한 번 해보자고 했는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김비오 형이랑 하는데 퍼트 입스를 느끼지 못하겠더라구요. 입스는 멘털이 문제인건데 퍼트를 잡으니 편해지고, 2차전부터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김비오에게 첫 판을 7홀차로 대패했지만 옥태훈, 정유준을 1홀차로 꺾은 그는 김비오, 옥태훈과 치른 연장에서 승리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고 올해 KPGA 클래식 우승자 김찬우와 김종학을 연파하고 4강까지 올랐다. 4강전에서는 대회 준우승자 조우영에게 2홀차로 졌지만 최승빈과 겨룬 3·4위전에서는 1홀차로 지다가 마지막홀에서 극적으로 이글을 잡아 버디를 낚은 상대와 타이로 마쳤다.

4위가 될 뻔한 위기에서 회심의 이글 한 방으로 공동 3위가 됐고, 제네시스 포인트도 3,4위 합계 평균인 485점을 받아 시즌 랭킹 58위로 껑충 뛰면서 하반기부터 투어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박준섭이 지난주 KPGA투어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에서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KPGA 제공

2022년 KPGA투어 장타 2위인 그가 이렇게 다시 한 번 해볼 수 있게 된 계기를 그는 레슨에서 찾았다.

“스윙 연습은 계속 했어요. 스튜디오 기계가 워낙 좋으니까 제가 부족했던 점을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됐구요. 퍼트는 멘털이 원인인데 5개월 동안 퍼터를 한 번도 안 잡았는데, 이번에 대회를 나가면서 불안감이 없더라구요.”

레슨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그들과 함께 하며 사회를 보는 시야가 넓어진게 입스를 털어내는데 도움이 됐다. “제 성격이 내향적이라 대회 할 때도 필요한 말 아니면 거의 안 했어요. 캐디와도 대화를 최소한으로 하는 편이구요. 그런데 레슨을 하면서 말을 많이 하다보니 적성에 맞는 거 같았고, 제 마음도 편해졌어요. 저는 못 느꼈는데 이번 대회 때 캐디가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계속 이런 모습 보여주면 좋겠다고 하더라구요.”

지난주 성과에 가족들 모두가 기뻐했다. 신혼 6개월차인 그는 “부모님, 장인장모님이 너무 좋아하셨고, 와이프는 나흘 내내 코스를 따라다니며 기도하다가 끝나고 몸살이 났다”며 “2019년부터 사귄 와이프는 제가 못하던 모습만 보다가 너무 좋아했다”고 말했다.

투어에 복귀하면서 레슨을 정기적으로 똑같이 할 수는 없게 됐지만 수강생들과의 인연은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군산CC 오픈까지 한달 남짓 남았는데 회원님들과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가기로 했어요. 제가 이제 똑바로는 잘 치는데 거리감이 잘 안 맞아서, 그걸 보완할 계획입니다.”

유튜브 채널 몇 군데에 레슨 영상을 올린 그는 최근 ‘골프와이드’라는 자신의 채널을 개설했다. “제가 열심히 하는 과정을 통해 투어로 복귀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는데, 그게 너무 빨리 왔어요”라고 웃은 그는 “전에는 대회 나가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소중함을 알았어요. 이번에는 길게 끝까지 해서 우승 한 번 꼭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유튜브 영상은 그가 직접 촬영과 편집까지 한다. 사진과 영상에 관심이 많아 노력 끝에 다른 재능도 키웠다.

그의 레슨은 기본부터 시작한다. “저에게 오시면 먼저 그립과 어드레스부터 봐드려요. 그 기준이 생기면 골프가 확실히 쉬워지는데 그렇지 않은 분들이 많아요”라는 그는 “일반 골퍼 분들께는 유튜브 채널을 너무 많이 보지 말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요. 보시려면 한 채널, 한 분의 강의를 보는게 혼선이 없어 좋다”고 밝혔다.

박준섭은 지난해까지 금융회사 로고를 달고 대회를 뛰었으나 올해 투어에서는 ‘캘러웨이’ 모자를 쓸 계획이다. “고교 시절부터 캘러웨이 용품만 썼는데, 제가 시드전 탈락을 하고난 뒤에도 ‘용품 걱정은 평생 하지 말고 같이가자’며 지원해주셨다”는 그는 “어쩌면 그게 이번에 제가 다시 시작할 수 있게 연결된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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