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기어서라도 가야지" 83살 살이있는 전설 장훈 지팡이 시구…요미우리 팬들 가슴 울렸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왕쨩(오 사다하루)의 기념일이라니까, 기어서라도 오려고 했지."
재일교포 야구 레전드 장훈(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이 28일 요미우리 자이언츠 창립 90주년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교류전 일정에 맞춰 왕정치(오 사다하루) 데이가 열린 가운데, 장훈이 시구자로 나섰다.
일본 데일리스포츠는 "장훈이 요미우리 창립 90주년 기념으로 열린 '왕정치 데이' 소프트뱅크와 경기에 앞서 시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살이 빠졌지만 건강해 보인다. 지팡이를 짚고 있지만 발걸음은 가볍다"는 설명과 함께 장훈의 시구 영상도 게재했다.
장훈은 등번호 10번 유니폼을 착용하고 오른손에 지팡이를 쥔 채 마운드 앞에서 시구했다. 관중석에서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시구를 마친 장훈은 "오늘은 왕쨩의 기념이라고 해서, 무리라고 들었지만 기어서라도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장훈은 현역 시절 요미우리 제39대 4번타자로 왕정치와 'OH포'를 이뤘다. 1976년 시즌 요미우리에 합류해 왕정치와 함께 공포의 중심타순을 이뤘다. 왕정치와 나가시마 시게오의 'ON포'에 이어 요미우리 중심타순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 장훈은 요미우리 이적 첫 해 30경기 연속 안타로 돌풍을 일으키고, 타율 2위에 오르는 활약을 펼쳤다. OH포를 앞세운 요미우리는 1976년과 1977년 2년 연속 센트럴리그 정상에 올랐다.
데일리스포츠에 따르면 SNS에는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장훈을 보니 눈물이 난다"며 과거를 회상하는 팬들이 등장했다. 장훈은 은퇴 후에도 '선데이 모닝'에서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미스터 쓴소리'로 이름을 날렸다. 2021년을 끝으로 방송에서 은퇴했다.
한편 장훈은 1959년 프로야구에 데뷔해 은퇴할 때가지 3085안타를 날렸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통산 3000안타를 넘긴 선수는 장훈 뿐이다. 통산 400승 투수 가네다 마사이치(한국명 김경홍)과 함께 재일교포로 일본 프로야구에서 깨지지 않을 업적을 남긴 영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