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NO.2 아웃사이드 히터’ 페퍼 박정아 “연봉퀸 부담은 소휘에게 넘기고 지난 시즌과 달라진 모습 보여드릴 것”

‘역대 NO.2 아웃사이드 히터’ 페퍼 박정아 “연봉퀸 부담은 소휘에게 넘기고 지난 시즌과 달라진 모습 보여드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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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출범한 V리그 여자부에서 역대 최고의 토종 아웃사이드 히터는 누구일까. 해외에서 오래 뛰느라 소화한 시즌은 8시즌에 불과하지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만 6회나 수상한 ‘배구여제’ 김연경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김연경 다음은 누굴까. 여기부터 논란이 분분하겠지만, 누적 기록이나 우승 실적 등을 고려하면 ‘클러치박’ 박정아(31)가 두 번째로 꼽힐 만하다. 부산 남성여고를 졸업하고 2010년 IBK기업은행의 창단 멤버로 프로에 데뷔한 박정아는 2011~2012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13시즌을 소화했다. 누적 스탯에선 이미 최고 수준에 다다른 박정아다. 역대 득점 부문 3위(5737점), 역대 공격 득점 2위(4990점)에 올라있다.
 
우승 실적은 더욱 화려하다. 박정아는 챔피언 결정전 우승만 5회(IBK기업은행 3회, 도로공사 2회)를 경험했다. 챔피언 결정전 진출로만 따지면 8회로 더 늘어난다. 커리어 13시즌 중 무려 8시즌이나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우승권에 근접하고 싶은 팀을 만들고 싶다면? 박정아를 영입하면 된다는 얘기다.

2021년 창단 후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페퍼저축은행은 2022~2023시즌을 마치고 세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박정아 영입전에 참전했다. IBK기업은행에서 6시즌, 도로공사에서 6시즌을 소화한 박정아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페퍼저축은행으로 새 둥지를 틀었다. 보수상한선인 7억7500만원을 꽉 채워 받으며 김연경과 함께 공동 ‘연봉퀸’에 올랐다. 박정아의 영입을 통해 페퍼저축은행은 토종 선수들의 득점력에서 괄목할 만한 향상을 기대했다.

그러나 페퍼저축은행에서의 첫 시즌인 2023~2024시즌은 박정아의 커리어에서 가장 좋지 못한 시즌이었다. 36경기를 모두 소화하며 468점을 올렸지만, 공격 성공률(32.67%)과 공격 효율(22.34%)는 커리어 최하였다. 비시즌 동안 대표팀 주장으로 엄청난 강행군을 소화하느라 팀 훈련에는 늦게 합류할 수밖에 없었고, 비시즌에도 계속 경기를 치러야했기에 웨이트 트레이닝 등 V리그를 위한 체력 운동에도 다소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영행이 V리그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페퍼저축은행에서의 두 번째 시즌을 맞는 박정아의 각오는 남다르다. 이번 비시즌에는 국가대표 일정도 예년보다는 덜해 팀 훈련에 일찌감치 함께 했고, 체력 운동도 확실하게 챙겼다. 새롭게 페퍼저축은행의 지휘봉을 잡은 장소연 감독의 무한신뢰 속에 선수단 주장으로서 코트 안팎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책임감도 무겁게 느끼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박정아의 표정도 밝았다. 통영 KOVO컵과 비교하면 확 짧아진 머리스타일로 등장한 박정아에게 머리를 자른 이유를 물었더니 “매직 펌을 했는데, 너무 뽀글뽀글하게 나와서 망해서...그래서 확 잘랐어요”고 웃으며 말했다.
 
박정아에게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 어땠느냐 묻자 그는 “지난 시즌은 저한테도 힘들고, 팀도 힘든 한해였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낸 뒤 “장소연 감독님이 새로 오셔서 그런 분위기부터 바꾸려고 하고 있다. KOVO컵에서 승리라는 결과를 보여드리진 못했지만, 분명 우리팀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라고 새 시즌을 향한 굳은 각오를 다졌다. 이어 “감독님께서 조직력적인 부분을 강조하며 ‘원팀’이 되길 원하신다. 그렇게 하나되는 팀으로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제 박정아의 수식어에서 ‘연봉퀸’은 사라진다. 이번 FA 시장 최대어였던 강소휘가 GS칼텍스에서 도로공사로 옮기면서 더 올라간 보수상한선인 8억을 꾹꾹 눌러담아 계약했다. 2024~2025시즌 여자부에서는 김연경과 강소휘가 8억원을 받아 공동 연봉퀸이다. 박정아는 “연봉퀸이라는 수식어는 (강)소휘가 가져갔으니 그 부담감을 알아서 잘 견뎌내길 바란다. 잘 하는 선수니까 잘 해낼꺼라 믿는다”라고 답했다. 박정아의 이런 말을 전해들은 강소휘는 “2500만원 차이인데...”라며 울상을 지었다.

올 시즌에 임하는 박정아의 각오는 남다르다. 그는 “지난해엔 수치나 이런걸 떠나서 너무나 안됐다. 지난 시즌과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다. 공격적인 부분에서도 책임감을 더 가지고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로 전위에서만 많은 공격을 했던 박정아지만, 다가올 시즌에서는 파이프(중앙 후위공격) 시도 빈도도 확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영 KOVO컵에서도 후위로 내려가도 공격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박정아를 볼 수 있었다. 박정아는 “감독님이 후위 공격을 많이 요구해서 훈련 때도 많이 하고 있다”라면서도 “경기 중에 가끔 후위로 내려가면 공격 들어가는 것을 깜빡하곤 하는데, 세터가 믿고 올릴 수 있게 더 가다듬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비시즌 때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대표팀 일정이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묻자 박정아는 “대표팀에 가는 게 너무 힘들다 생각했는데, 팀 훈련에 일찍 들어오니 체력운동이나 런닝도 만만치 않게 힘들더라. 그래도 대표팀 일정이 너무 많을 때는 시즌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었는데, 이번엔 런닝도 많이 소화하고, 웨이트도 많이 했다”라면서 “팀 훈련에 일찍 참여하니 후배들과도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져 더 친해졌다”라고 말했다.
 
박정아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페퍼저축은행의 주장을 맡는다. 선수단 자체가 젊은 팀이라 이제 30대 초반인 박정아가 최고참축에 속한다. 페퍼저축은행 입단 전만 해도 베테랑 언니들이 많은 팀에서 뛰면서 배구에만 신경쓰면 됐던 박정아였다. 개인적인 성향도 후배들에게 쓴 소리를 하거나 조언을 하는 게 그리 맞지는 않는다. 박정아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 않나. 어쩔 수 없이 후배들에게 쓴 소리를 하거나 지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데, 애들이 다 착해서 잘 들어준다”라면서 “장소연 감독님께서 제게 ‘코트 안에서나 바깥에서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어달라. 네가 좀 더 해야한다’고 말씀하신다.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고참급 선수가 되어보니 ‘언니들 말을 잘 들을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름 말 잘 듣는 동생이었다고는 생각한다”라고 과거를 떠올렸다.

어느덧 30대 초반이 된 박정아다. 그는 “자주 피곤하고, 체력 회복도 잘 안되는 것을 느낀다. 이번 KOVO컵에서도 하루 건너 경기를 하다보니 되게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김천에서의 6년을 뒤로 하고 광주에서의 1년은 어땠을까. 박정아는 “우선 광주에서 간 모든 식당이 너무 맛있다. 실패를 한 식당이 없을 정도”라면서 “김천보다 확실히 광주 음식이 맛있긴 하지만, 김천 도로공사 숙소 이모님의 음식 솜씨가 최고였다. 그 음식도 너무 맛있어서 가끔 생각나곤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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