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4연패' 불가리아, 모랄레스호 '연승 제물' 될까
[여자배구] 30일 1주차 4연패의 불가리아와 2주차 첫 경기에서 격돌30연패를 끊은 한국 여자배구가 미국에서 2주차 일정에 돌입한다.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오는 30일(아래 한국시각)부터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칼리지파크 센터에서 열리는 2024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2주차 일정을 소화한다. 한국은 30일 불가리아전을 시작으로 31일 폴란드, 6월2일 튀르키예, 3일 캐나다를 각각 상대할 예정이다. 2주차에도 세계적인 강호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브라질 리우에서 열렸던 1주차 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정이 예상된다.
사실 한국 여자배구가 2주차에서 세계랭킹 1위 튀르키예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3위 폴란드, 1주차 4경기에서 3승을 따내며 4위에 올라있는 9위 캐나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1주차에 4전 전패를 당한 세계랭킹 21위 불가리아는 충분히 해볼만한 상대다. 따라서 모랄레스호는 30일에 열리는 불가리아와의 2주차 첫 경기에서 모든 전력을 쏟아 부어 반드시 승리를 쟁취해야 한다.
불가리아의 수비 조직력을 흔들어라
▲ 한국은 지난 20일 태국전에서 VNL 30연패의 깊은 수렁에서 탈출했다. |
ⓒ 국제배구연맹 |
2021년 마지막 3경기를 시작으로 2022년과 2023년 대회에서 전패를 당한 한국 여자배구는 VNL 대회에서만 27연패를 기록한 채 2024년 대회를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은 1주차 첫 3경기에서 중국과 브라질,도미니카 공화국을 상대로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3연속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특히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3세트(20-25)를 제외하면 한 번도 20득점을 넘기지 못하고 손쉽게 상대에게 세트를 빼앗기는 졸전을 벌였다.
하지만 한국은 지난 20일 탄탄한 조직력과 빠른 배구를 구사하는 아시아의 신흥강호 태국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3-1로 승리를 따내면서 길었던 VNL 30연패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힘들게 대회 첫 승을 따낸 한국은 승점 3점과 함께 최하위에서 탈출했다. 반면에 불가리아는 1주차 일정에서 네덜란드와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에게 내리 패하면서 4연패에 빠졌고 4경기에서 단 한 세트를 따내는 데 그치면서 승점을 1점도 수확하지 못했다.
불가리아는 태국이 중국에서 열린 2주차 첫 경기에서 도미니카 공화국을 세트스코어 3-1로 꺾으면서 현재 VNL 참가 16개국 중에서 유일하게 승점을 따내지 못한 팀이 됐다. 따라서 불가리아 입장에서도 바로 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참가국 중에서 세계랭킹(37위)이 가장 낮은 한국을 상대로 대회 첫 승을 따내면서 분위기 반전을 노릴 것이다. 오는 30일 양 팀의 양보 없는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는 이유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도 불가리아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따내야 할 명분이 있다. 불가리아전에서 승리하면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첫 연승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1주차 마지막 경기인 태국전에서 승리한 한국은 2주차 첫 경기에서 곧바로 이번 대회 약체로 꼽히는 불가리아를 만난다. 만약 한국이 불가리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 첫 연승과 함께 상승세를 타면서 30연패를 당했던 시절의 아픈 기억을 빠르게 잊을 수 있다.
불가리아는 만 22세의 아웃사이드히터 마리아 요다노바와 198cm의 신장을 자랑하는 2006년생 신예 아포짓 스파이커 이바 두도바가 1주차에서 나란히 44득점을 올리며 쌍포로 활약했다. 유럽팀 중에서 신체조건이 아주 좋은 팀은 아니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피지컬도 우세하다. 다만 불가리아는 수비 조직력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어 끈질긴 수비와 정확한 목적타 서브로 불가리아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면 충분히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
작년 VNL 대회 1-3 패배 설욕전
▲ 한국 여자배구가 불가리아전에서 승리하면 37위까지 떨어진 세계랭킹 상승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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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이 활약하던 시절 한국 여자배구는 세계 그 어떤 팀들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서양 선수 못지 않은 뛰어난 신체조건과 운동능력, 여기에 서양 선수들도 감히 따라오지 못했던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김연경이 버티고 있으면 나머지 선수들의 자신감도 함께 올라가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김연경이 대표팀에서 은퇴하면서 한국 선수들의 자신감도 동시에 사라졌다.
실제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12전 전패를 당했던 작년 VNL 대회에서 9번의 0-3 셧아웃 패배를 기록했다. 특히 튀르키예와 캐나다, 미국, 브라질, 도미니카 공화국, 폴란드 등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피지컬이 좋은 팀을 상대로는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완패를 당했다. 승패를 떠나 신체조건이 좋은 팀을 상대로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상대를 끝까지 괴롭혔던 한국 여자배구 특유의 '근성'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한국 여자배구는 이번 대회에서도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의 팀이 아닌 한국보다 신체조건이 떨어지는 태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물론 태국전 승리를 폄하해서는 안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아직 신체조건이 좋은 서양팀을 상대로 허무하게 경기를 내주던 나쁜 버릇(?)을 완전히 고쳤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팀 중에서 전력이 가장 떨어지는 불가리아를 만난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만약 한국이 불가리아에게 승리를 거두면서 신체조건이 좋은 팀을 상대하는 법을 배운다면 더욱 자신감 있게 남은 일정을 치를 수 있다. 물론 한국이 불가리아 이후에 만날 폴란드와 튀르키예,캐나다는 물론이고 일본에서 열리는 3주차에 만나는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역시 한국에게 버거운 상대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불가리아를 이긴 후 이들을 만나는 것과 패한 후 만나는 것은 선수들의 마음가짐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작년 VNL 대회에서도 수원에서 불가리아를 상대했지만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한 바 있다. 당시 김다은(흥국생명)이 19득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블로킹에서 4-13으로 일방적으로 밀리면서 안방에서 불가리아에게 승점 3점을 헌납했다. 비록 장소는 미국으로 바뀌었지만 한국에게 이번 불가리아와의 경기는 일종의 설욕전인 셈이다. 과연 모랄레스호는 불가리아를 제물로 대회 2연승을 거두면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