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올스타 가드의 ‘충격 이적’...“신한은행 신지현, 저도 궁금하네요”
10년간 하나원큐 간판에서 새출발
FA 보상선수로 BNK 갔다 바로 트레이드
새 유니폼 입어 보고 "어색하네요"
예상 못 했던 이적에 충격받았지만
"현실 빠르게 받아들이는 스타일"하나원큐를 떠나 신한은행에서 농구 인생 2막을 열어젖힌 신지현이 21일 구단 훈련장인 경기 용인시 신한은행블루캠퍼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하나원큐에 입단한 신지현이 새 팀의 유니폼을 입은 건 이날이 처음이다. 용인=하상윤 기자
“유니폼이 어색하긴 하네요.”
2014년 프로 입단 후 하나의 유니폼만 입었던 여자프로농구 올스타 가드가 이번에 처음으로 새로운 유니폼을 입어 봤다. 10년간 정들었던 부천 하나원큐를 떠나 인천 신한은행에 새 둥지를 튼 뒤 연습복만 착용했던 신지현(29)은 “(유니폼 입은 모습을) 보는 분들은 재미있어 할 것 같다”며 “하나원큐 이미지가 컸는데, 이제 바꿔 보겠다”고 말했다.
하나원큐를 대표했던 신지현의 이적은 선수 본인은 물론 여자 농구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신지현은 2014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하나원큐에 입단했고, 두 차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을 때도 잔류했다. 특히 2022년 두 번째 FA로 풀렸을 당시엔 신지현에 대한 하나원큐 수뇌부의 애정이 남달라 타 팀에서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신지현이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하상윤 기자
그런데 올해 에어컨리그에서 기류가 달라졌다. 하나원큐가 FA 시장에서 부산 BNK 출신 센터 진안을 영입했고, 신지현은 보상선수 명단에서 풀렸다. 이에 BNK는 진안의 보상선수로 신지현을 지명했고, 이튿날 바로 트레이드를 통해 신한은행으로 보냈다.
21일 경기 용인시 신한은행 블루캠퍼스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신지현은 “처음 이적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10년 가깝게 한 팀에 있었다 보니까 실감이 안 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좋은 센터를 영입했으면 (가드인) 나에 대한 얘기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없어서 ‘내가 나가겠구나’ 싶었다”며 “현실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스타일이다. 프로의 세계가 이런 곳이니 할 수 있는 것만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10년 동안 큰 사랑 주시고, 행복한 선수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나원큐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 신지현은 ‘봄 농구’ 숙원을 풀고 떠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늘 하위권에 머물렀던 하나원큐는 2023~24시즌 창단 첫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신지현은 “힘든 시간이 많았는데, 그래도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서 떠날 때 마음이 좀 가벼운 것 같다”며 안도했다.
인터뷰 중인 신지현. 용인=하상윤 기자
신한은행에서 적응은 순조롭게 하고 있다. 팀 훈련에 합류한 지 3주째인 신지현은 “기존에 많이 알고 지냈던 선수들이 있어서 편하게 지내고 있다”며 “후배들과도 이제 막 친해져 편하게 얘기하고 장난도 친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비시즌 동안 선수단에 많은 변화를 줬다. 주축 포워드 김소니아가 BNK로 향했지만 신지현은 물론 FA 시장에서 포워드 최이샘, 가드 신이슬을 영입해 전력을 강화했다. 구나단 신한은행 감독은 “신지현은 두 번째 FA로 풀렸을 때부터 데려오고 싶었던 선수”라며 “우리가 원하는 빠른 농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사령탑의 큰 기대에 신지현은 “기대에 맞게 잘해야 하는데 걱정”이라며 웃었다.
2010년대를 전후해 통합 6연패 위업을 이뤄 ‘레알 신한’이라고 불렸던 신한은행은 왕조의 주역들이 물러난 뒤 중하위권에 맴돌고 있다. 약체 팀에서 오래 뛰었던 신지현에게는 또 한 번의 도전이다. 신지현은 “항상 봄 농구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갖고 있었다”며 “프로는 승리로 말하니까 최대한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공격적인 모습과 패스 능력을 살려 빠르고 재미있는 농구를 하고 싶다”며 “밖에서 봤던 신한은행은 에너지 레벨이 높았다. 나도 더 힘내서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신지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하상윤 기자
2024~25시즌 여자프로농구는 춘추전국시대가 예상된다. 리그를 평정했던 ‘국보 센터’ 박지수(전 청주 KB스타즈)와 국가대표 가드 박지현(전 아산 우리은행)이 해외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신지현은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즌이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박)지수가 있을 때 슛 쏘기가 부담스럽고, 리바운드도 버거웠다. (박)지현이도 워낙 피지컬이 좋아 상대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좀 편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에서 농구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신지현은 “팀을 옮겨서 뛰는 새로운 모습이 어떨지 나도 궁금하다”며 “팬들이 기대하는 모습을 충족시키고 싶기 때문에 비시즌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