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최대 아닌 최소부터 취한다” LG에 없었던 변화구 킬러 타점왕, 마인드부터 남다르다 [SS스타]
맛돌이김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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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8 12:45
LG 오스틴 딘이 지난 27일 잠실 KT전에서 득점 후 더그아웃에서 하이 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 | LG 트윈스 |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단순하게 최소한의 이득부터 노린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경우가 있다. 시즌 막바지에 특히 그렇다. 개인 타이틀이 걸린 경우 자신도 모르게 욕심이 난다. 홈런 하나 타점 하나를 올리기 위해 힘이 들어간다. 주자 1, 3루에서는 타점 하나만 바라보다가도 1루 주자가 도루해 2, 3루가 되면 2타점을 생각한다.
LG 오스틴 딘(31)은 다르다. 내려놓을 줄 안다. 타석에 선 순간부터 마지막 스윙을 할 때까지 초지일관이다. 상대 배터리 의도를 간파한 후 힘을 뺀다.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면서 꾸준히 타점을 쌓는다. 112타점(27일 기준)으로 이 부문 1위를 달리는 비결도 여기에 있다.
지난 27일 잠실 KT전이 그랬다. 3회말 2사 3루에서 오스틴은 장타를 머릿속에서 지웠다. 상대 선발 투수 웨스 벤자민이 어렵게 상대할 것을 머릿속에 넣고 변화구를 그렸다. 변화구를 정확하게 맞혀 내야를 넘기는 타구만 생각했다.
실제로 오스틴은 벤자민의 4구 스플리터를 공략해 목표를 이뤘다. 정확하게 맞은 타구는 우중간을 갈랐고 오스틴은 3루까지 뛰었다. 적시타는 의도했지만 3루타는 아니었다. 의도적으로 힘을 뺀 게 최상의 결과를 가져왔다.
LG 오스틴 딘이 28일 잠실 KT전에서 적시타를 터뜨리고 있다. 사진 | LG 트윈스 |
지난 20일 잠실 SSG전도 비슷했다. 결승타를 터뜨린 8회말. 상대의 어려운 승부에 모범답안을 펼쳤다. 무사 1, 3루에서 1루 주자 신민재의 2루 도루로 2, 3루가 됐다. 그러자 변화구에 초점을 맞췄다. 상대 투수 노경은이 볼넷을 범하는 한이 있더라도 속구 승부는 안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게 2구 슬라이더를 공략했다. 2타점 2루타로 결승타 주인공이 됐다.
오스틴의 접근법은 명확했다. 그는 “1, 3루든 2, 3루든 내가 바라보는 것은 똑같다. 무조건 멀리 띄우는 것이다. 희생플라이만 쳐도 1점이다. 2-3으로 지고 있었다. 때문에 일단 1점을 올려서 연장이라도 가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깥쪽 슬라이더만 머릿속에 넣었다. 그게 상대 입장에서 가장 적합한 선택이라고 봤다. 결과가 생각보다 잘 나왔다”고 웃으면서 “늘 상황에 맞게 최소한의 결과부터 내려 한다. 최대가 아닌 최소부터 취하려 한다. 최소한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최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고 미소 지었다.
LG 오스틴 딘이 지난 23일 고척 키움전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 LG 트윈스 |
LG가 오스틴에게 받은 첫인상도 그랬다. 차명석 단장은 2021년과 2022년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뛰는 오스틴의 모습을 머릿속에 넣었다. 당시 오스틴은 더그아웃에서 꾸준히 동료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개인 성적이 좋아야 빅리그로 올라가는데 개인보다 마이너리그 소속팀 승리를 앞에 뒀다.
차 단장은 “마이너리그를 보면 선수의 성향이 보인다. 오스틴처럼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선수가 그렇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선수는 다시 콜업을 받기 위해 개인 기록만 신경 쓰는 경우가 많다”며 “오스틴은 다르더라. 진루타나 희생플라이를 만드는 모습을 많이 봤다. 그래서 늘 외국인타자 리스트 상단에 오스틴을 넣었다”고 밝혔다.
KBO리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외국인 타자는 타격 지표로 미래가 결정된다. 타율이 높고 홈런과 타점이 많아야 이듬해 계약서와 마주한다. 하지만 오스틴은 인위적으로 홈런을 노리지 않는다.
지난겨울 이호준 코치는 “오스틴은 보통의 외국인 타자와 다르다. 상대적으로 쉬운 투수와 마주해도 홈런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상황을 잘 보더라. 점수차와 주자를 머릿속에 넣고 이에 맞춰 타격한다. 이게 오스틴이 변화구를 잘 치고 볼넷도 잘 고르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기록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시즌 오스틴의 슬라이더 타율은 0.366. 스플리터·포크볼 타율은 0.458에 달한다. 볼넷 비율은 10.0%. 삼진 비율은 14.3%다. 기본적으로 변화구를 잘 때리고 잘 참는다. 정확한 판단력과 선구안을 바탕으로 공격 흐름을 이어간다.
지난해 LG가 29년의 한을 푼 순간에도 오스틴의 볼넷이 있었다. 한국시리즈 3차전 오스틴의 볼넷 출루 후 오지환의 결승 홈런이 나왔다. 올해에는 LG 구단 새 역사를 만든다. MBC 청룡 포함 42년 동안 없었던 타점왕을 바라본다. 구단 최초 3할 타율·30홈런·100타점 동시 달성도 예약했다. bng7@sportsseoul.com
LG 오스틴 딘이 24일 고척 키움전에서 2점 홈런을 터뜨린 후 베이스를 돌고 있다. 사진 | LG 트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