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 29년 만에 유도 세계선수권 여자 금메달 안겼다

[카토커]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 29년 만에 유도 세계선수권 여자 금메달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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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57kg급서 세계 2위-1위 연파하고 우승...파리 올림픽 메달 전망 밝혀

허미미가 유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7kg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이자 작년 대회 챔피언인 캐나다의 크리스타 데구치를 이기고 금메달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캐나다의 데구치(흰색 도복)가 시도하는 공격을 허미미가 방어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허미미(22·경북체육회)가 한국 여자 유도에 29년 만의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안겼다.

허미미는 21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2024 세계선수권 여자 57kg급 결승에서 2019·2023 대회 챔피언인 캐나다의 크리스타 데구치(29)를 이기고 우승했다.

한국 여자 선수가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1995년 일본 지바 대회에서 정성숙(61kg급·현 63kg급)과 조민선(66kg급·현 70kg급)이 동반 우승을 차지한 이후 29년 만이다. 남자부까지 범위를 넓혀도 2018 아제르바이잔 대회 때 안창림(73kg급)과 조구함(100kg급)이 금메달을 딴 이후 한국이 6년 만에 따낸 세계선수권 금메달이다.

현 세계랭킹 6위인 허미미는 결승에서 세계 1위인 데구치와 대접전을 펼쳤다. 4분 경기에선 서로 지도 벌칙 2개씩을 받은 채 득점하지 못했다. 둘은 골든 스코어 방식(먼저 득점하는 선수가 승리)인 연장전을 8분19초나 펼쳤다. 정규경기를 세 판 이상 치른 것과 같은 12분19초간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인 것이다.

결국 조금 더 적극적인 공격을 펼친 허미미가 데구치의 세 번째 지도 벌칙을 이끌어내며 반칙승을 거뒀다. 업어치기 등을 시도한 뒤 적극적인 굳히기 동작으로 연계하는 플레이가 돋보였다. 데구치는 32강전부터 4강전까지 4경기를 치른 총 시간이 7분25초에 불과했을 정도로 화려한 기술로 상대를 제압했다. 하지만 결승에선 허미미의 저돌적인 공세에 맞서다 결국 막판에는 지친 모습을 보였다. 허미미는 2022년 12월 IJF(국제유도연맹) 예루살렘 마스터스 준결승에서 데구치에 절반 두 개를 뺏기며 졌던 아픔을 설욕했다.

허미미는 이날 준결승에선 2021년 세계선수권 우승자이자, 도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제시카 클림카이트(28)에 경기 시작 29초 만에 업어떨어뜨리기 기술로 절반을 얻은 뒤 끝까지 이를 지켜 결승에 올랐다.

허미미는 지난 두 차례의 세계선수권에선 연속 5위에 그쳤다. 작년에는 8강, 2022년엔 4강전에서 일본의 후나쿠보 하루카(세계 7위)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허미미는 그동안 IJF(국제유도연맹)가 주관하는 그랜드슬램 2회, 그랑프리 3회 우승 등 여러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면서도 유독 세계선수권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이번에 징크스를 깼다. 작년 세계선수권 은메달리스트인 후나쿠보는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전력 노출을 피하려는 듯 올해 세계선수권엔 출전하지 않았다. 후나쿠보 대신 나온 타마오키 모모(세계 42위)는 동메달을 걸었다.

허미미는 2002년 12월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조부모는 모두 한국 출신이다. 아버지는 한국, 어머니는 일본 국적을 갖고 있다. 이중국적자였던 허미미는 2021년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 할머니가 2021년 세상을 떠나기 전에 여러 차례 손녀에게 “한국 국가대표로 선수 생활을 하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허미미는 경북 군위 지역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허석 선생의 후손이기도 하다. 허미미의 조부가 허석 선생의 증손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본 도쿄에 있는 와세다 대학교 스포츠과학부에 재학 중인 허미미는 국제대회를 대비할 때면 한국으로 건너와 진천선수촌 등에서 훈련한다.

허미미가 21일 물리친 크리스타 데구치는 캐나다 출신 영어 강사였던 아버지(토마스 테일러)와 일본인 어머니(데구치 유키나)를 둔 선수다. 일본 나가노현에서 태어나 어머니쪽 성(姓)을 받았다. 일본에서 학업과 선수생활을 하다 야마나시 가쿠인 대학교 재학 중 일본 국적 대신 캐나다 국적을 선택했다. 캐나다 측에서 유망주였던 데구치를 귀화시키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허미미가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걸고 기뻐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허미미는 현 세계최강자 데구치에 대한 공략법을 확인했고,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파리 올림픽의 메달 전망도 밝혔다. 한국 유도는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김재범과 송대남이 우승한 이후 금맥을 캐지 못했다. 여자부의 경우엔 1996 애틀랜타 대회 금메달리스트 조민선 이후 ‘노골드’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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