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를 적신 비는 낭만이 아니다···‘손주영 시리즈’로 PO 키워드도 달라졌다

가을야구를 적신 비는 낭만이 아니다···‘손주영 시리즈’로 PO 키워드도 달라졌다

天花 0 21

LG 손주영. 연합뉴스

2차전서 손주영과 선발 맞대결을 벌이게 된 삼성 원태인. 연합뉴스

가을비는 누군가에는 낭만이지만, 프로야구 단기전을 진행 중인 구단 관계자들에게는 빨간불과 파란불을 가리는 운명의 신호가 되기도 한다. 미래를 흔드는 복선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난 14일 LG-삼성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리는 대구에는 오후 내내 비가 내리며 시리즈 자체가 하루씩 순연됐다. 두 팀 모두 휴식일을 더 확보하는 효과만 누린 것은 아니다. 두 팀의 선발 대진 자체가 차례로 바뀌게 됐다.

염경엽 LG 감독은 15일로 미뤄진 2차전 선발을 디트릭 엔스에서 손주영으로 교체했다. 그에 따라 3차전 이후 선발 대진도 차례로 바뀌게 됐다. 삼성 원태인과 LG 엔스가 선발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던 2차전 선발 대진이 원태인과 손주영의 대결로 바뀌었다. 17일 잠실에서 이어질 3차전 LG 선발로는 엔스가 유력해졌다. 삼성은 좌완 이승현 카드가 1순위로 올라와 있다.

4차전까지 이어질 경우, 삼성 데니 레예스와 LG 임찬규가 선발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5차전까지 연결된다면 2차전 맞수로 만나는 삼성 원태인과 LG 손주영이 재대결하는 시나리오다.

2차전이 순연되며 하루 여유가 생긴 LG가 선발을 바꾼 것이 플레이오프 전체 구도를 바꾼 것이다. 결국 화두는 손주영이다.

손주영은 올해 가을야구 LG 마운드에서 최상위 필승 카드로 부름을 받고 있다. KT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롱맨 역할을 맡았는데 2경기 7.1이닝 2안타 1볼넷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했다. 또 삼진을 11개나 잡을 만큼 위력적인 공을 던지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 시점부터 손주영을 2차전 선발로 쓰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손주영이 가을야구에서 팀내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을뿐 아니라 올해 삼성전에서 초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손주영은 올해 삼성전 3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 1.04를 기록했다. 17.1이닝을 던지며 13안타만 맞을 만큼 내용도 좋았다.

2차전 선발로 손주영을 당긴 염경엽 LG 감독. 연합뉴스

올시즌 손주영을 상대로 9타수 4안타로 강세를 보인 삼성 강민호. 연합뉴스

염 감독이 당초 손주영을 2차전 선발로 내고 싶어했던 것은 플레이오프 전체 일정을 고려할 때 2차전 선발을 5차전 선발로 다시 기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준플레이오프 KT전에서 상당 부분 힘을 쓰고 올라온 LG는 플레이오프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계산도 했다. 최후의 승부인 5차전 카드가 중요할 수 있다. 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은 나흘 휴식 뒤 5차전 등판이 가능하다.

지난 14일 대구 2차전이 취소된 뒤 가을비를 표면적으로 반긴 쪽은 LG 염경엽 감독이었다. 전체 선수단이 피로 회복 시간을 번 것도 있지만 손주영 카드를 최대치로 쓸 수 있는 밑그림이 나오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초 염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5차전 2이닝 등판 뒤 이틀만을 쉰 손주영 등판을, 트레이닝 파트 코칭스태프의 권고에 따라 미뤘으나 가을비의 도움으로 원래 생각대로 기용이 가능해졌다.

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 마운드에서 손주영은 어떤 공을 던질까. 손주영은 이번 시리즈 승부를 좌우할 가장 큰 이름이 됐다.

올시즌 좌완 손주영 상대로 가장 강했던 삼성 타자는 9타수 4안타의 베테랑 우타자 강민호였다. 좌타자인 김지찬도 5타수 2안타로 강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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