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투수→타자’ 장재영 직격 인터뷰 “많이 울었습니다…정말 죄송합니다”

[카토커] ‘투수→타자’ 장재영 직격 인터뷰 “많이 울었습니다…정말 죄송합니다”

맛돌이김선생 0 136
지난해 6월 23일 고척 두산전 도중 이야기를 나누는 키움 장재영(왼쪽)과 이정후. 영건 파이어볼러로 주목받았던 장재영은 19일 타자 전향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 키움 히어로즈

“마지막 결정을 내리려고 하는데도 죄송한 마음이 너무 커서 쉽지가 않았습니다….”

지난 8일,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영건 파이어볼러 장재영(22)은 평소 훈련하던 2군 고양구장이 아닌 고척스카이돔으로 출근했다. 이어 잠시 마음을 추스른 뒤 고형욱 단장과 홍원기 감독을 차례로 만났다. 자신의 진로를 바꿀 최종 결정을 두고 마지막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이미 서로가 이날의 면담 주제를 놓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던 만큼 이야기는 길게 걸리지 않았다. 투수에서 타자로의 포지션 전환. 고심을 거듭한 선수는 어렵게 운을 뗐고, 구단은 유망주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

이제는 투수가 아닌 타자가 된 장재영을 19일 전화로 만났다. 이날 구단을 통해 타자 전향 사실을 밝힌 장재영은 “최근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지 않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구단과 타자 전향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지난 7일 마음을 굳혔고, 다음날 감독님과 단장님을 뵌 자리에서 타자 전향을 최종적으로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언제부터 언제까지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투수를 더 해볼지, 군대를 바로 다녀올지, 아니면 타자로 포지션을 바꿀지 정말 오랜 시간 고민했다. 그래도 이제는 결론을 내려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키움 장재영(오른쪽)의 투구를 지켜보고 있는 홍원기 감독(왼쪽)과 박찬호. 사진 키움 히어로즈

장재영은 덕수고 시절 마운드에선 시속 150㎞대 중반의 빠른 공을 던지고, 타석에선 호쾌한 장타를 터뜨리는 특급 유망주로 촉망받았다. 특히 1m87㎝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강속구로 국내 10개 구단은 물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환심을 샀다.

한때 미국 진출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메이저리그의 국제선수 영입 시장이 좁아져 KBO리그 데뷔로 마음을 굳혔다. 이어 2021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키움으로부터 1차 지명을 받은 뒤 9억원이란 막대한 계약금을 안고 프로 무대로 입성했다.
 

지난해 7월 5일 고척 NC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키움 장재영(가운데). 자신의 40번째 등판에서 처음으로 승리의 기쁨을 맛본 장재영은 이날 동료들로부터 격한 축하를 받았다. 사진 키움 히어로즈

당장 한국야구의 차세대 에이스로 평가받았던 장재영은 그러나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강속구의 위력은 유효했지만, 제구가 들쭉날쭉해 타자와의 승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빠른 공은 갈수록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났고, 자신감은 계속 떨어졌다. 지난해까지 3년간 성적은 56경기 1승 6패 평균자책점 6.45(103과 3분의 1이닝 74자책점). 장재영과 키움이 활짝 웃은 날은 데뷔 후 첫 번째 승리(5와 3분의 1이닝 2피안타 4볼넷 7탈삼진 무실점)를 거둔 지난해 7월 5일 고척 NC 다이노스전이 거의 유일했다.

이 사이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다. 언론과 여론의 질타도 거세졌다. 제구 난조로 조기 강판되는 날이면 ‘볼볼볼볼’이란 조롱 섞인 비난을 받았던 장재영은 “이 모두 내가 야구를 잘했으면 나오지 않았을 비난이다. 가끔은 도 넘는 손가락질로 힘들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내성이 조금 생겼다”고 말했다.
 

2020년 8월 열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투수 겸 타자로 활약하며 덕수고를 우승으로 이끈 장재영. 가운데 우승 트로피를 포함해 자신이 차지한 MVP와 홈런왕, 타격왕, 타점왕 트로피를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봉준 기자

투수로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던 장재영은 지난 1일 경산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군 경기에서 구원 등판했다가 오른손 저림 증상을 느꼈다. 정밀검진 결과, 오른쪽 팔꿈치 인대 손상이 발견돼 수술과 재활 사이에서 선택을 내려야 했다. 며칠간 고민하던 장재영은 투수 글러브를 내려놓고, 또 다른 장기인 방망이를 살려보기로 했다.

장재영은 “남들은 나를 그저 볼만 던지는 투수로 생각하겠지만, 그동안 정말 많이 노력했다. 투구폼과 템포도 바꿔보고, 호주프로야구(ABL)에서 잠시 투수 겸 타자로 뛰며 마음도 다잡아봤다. 그래서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최근 들어 정말 많이 울었다. 단장님과 면담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단장님과 감독님 그리고 팬들까지 죄송한 분들이 많이 떠올랐다”고 했다.
 

키움 장재영의 타격 장면. 사진 키움 히어로즈

장재영은 고교 시절 투수로 주목을 많이 받았지만, 타자로도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스윙 스피드는 중심타자만큼 빠르고, 장타력과 주력도 뛰어나다. 신월중 때까지는 주전 유격수로 뛴 경험도 있다. 팔꿈치가 나으면 유격수와 중견수 등 수비 연습도 소화할 계획이다.

당장 21일 이천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의 2군 경기에서 지명타자 출전이 예정된 장재영은 “당연히 야수도 투수만큼 쉽지 않은 자리임을 잘 알고 있다. 야수가 쉬워서 도전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일단 유격수와 중견수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다. 팔꿈치가 나을 때까지는 지명타자로 뛰면서 타격 감각을 익히려고 한다. 그동안 나를 보고 실망하신 분들이 많은 만큼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마음으로 타자 전향을 준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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