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계속 쓸 테니까 보여줘”…‘믿음’에 보답한 하재훈 “욕심부리지 말고, 꾸준하게”
외야수 하재훈(34·SSG)은 불과 3년 전까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였다. 재능이 출중했다. SK(현 SSG)의 마무리 투수였던 2019년엔 61경기 36홀드 평균자책 1.98의 성적으로, ‘세이브왕’에 올랐다. 그러나 어깨 부상 탓에 투수로 더는 좋은 활약을 하기 어려웠고, 2022년부터 타자의 삶을 살았다.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서는 게 어색하진 않았다. 고교 졸업 후 메이저리그(MLB) 도전에 나섰던 하재훈은 원래 타자였다. 돌고 돌아 다시 방망이를 손에 쥔 하재훈은 전향 2년 차인 지난해 77경기 타율 0.303, 7홈런, 35타점, OPS 0.842를 기록했다. 스프링캠프에선 어깨, 시즌 중엔 손가락뼈가 부러져 많은 경기에 출장하진 못했으나 타자로서 경쟁력을 충분히 보인 한 해였다.
하재훈은 전향 3년 차인 올해 타자로서 완전히 자리를 잡길 바랐다. 그래서 겨울에도 남들보다 일찍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비활동기간인 지난 1월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추신수의 집에 머물며 팀 동료 박종훈 등과 함께 훈련했고, 2월부터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진행된 구단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하재훈이 지난 17일 고척 키움전에서 타격하고 있다. SSG 제공
겨우내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지만, 개막 전 컨디션을 최종 점검하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0.048로 매우 부진했다. 정규시즌 들어선 어느 정도 자기 페이스를 회복했다. 붙박이가 아니라 꾸준히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준수한 타격감을 유지했다.
그러나 더 자주 선발 라인업에 들기 시작한 5월 들어 주춤했다. 하재훈은 “너무 부진해서 연습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자신감을 되찾기 위한 계기가 필요했던 시점. 하재훈은 지난 17일 고척 키움전에서 반등의 조짐을 보였다. 그는 이날 4타수 3안타(1홈런) 3타점으로 팀의 5-4 역전승을 이끌었다.
하재훈은 2-4로 뒤진 5회초 2사 1·3루에서 키움 선발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를 상대로 2타점 적시 2루타를 쳤고, 4-4 동점이던 8회초엔 바뀐 투수 김재웅의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폴르 터트렸다. 동점타와 결승타가 모두 하재훈의 손에서 나왔다.
지난 17일 고척 키움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하재훈. 고척|배재흥 기자
경기 뒤 만난 하재훈은 “역전 홈런을 때릴 수 있어서 되게 기분이 좋았다”며 “장타가 필요한 상황이라 노리고 있었는데 좋은 타구가 나와 참 기쁘다”고 들뜬 소감을 전했다.
근래 힘든 시간을 보낸 하재훈은 모처럼 기분 좋게 미소지었다.
하재훈은 “잘 안 돼서 힘들긴 했다. 그래도 시합엔 나가야 하니까 부담감이 컸다”며 “(이숭용) 감독님께서 ‘계속 쓸 테니까 보여달라’며 부담감을 덜어주셨고, 그때부터 풀리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재훈은 17일 현재 41경기 타율 0.274, 4홈런, 17타점, OPS 0.737을 기록 중이다. 그는 “기회가 많이 주어진 만큼,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홈런 몇 개를 치겠다’ 등의 목표는 없다. 지금도 잘하고 있으니까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꾸준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