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1/3의 성공 거둔 선수기용과 때론 유의미했던 빠른 반격, 그리고 불안 요소들 [VNL]

[카토커]1/3의 성공 거둔 선수기용과 때론 유의미했던 빠른 반격, 그리고 불안 요소들 [VNL]

현대티비 0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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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플레이도, 아쉬운 플레이도 나왔다. 다음 경기를 위해 모든 것을 돌아봐야 한다.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마라카라지뉴에서 치러진 2024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여자부 1주차 경기에서 중국에 세트스코어 0-3(15-25, 16-25, 14-25)으로 패했다. 매 세트 10점대 이전까지는 나름 대등한 싸움을 벌였지만, 그 이후에는 전술적 완성도와 집중력 부족에 시달리며 완패를 당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긍정적인 부분들과 부정적인 부분들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선수 기용과 전술적 방향성의 측면 모두에서 그랬다. 먼저 선수기용 측면의 경우 선발 아포짓으로 박정아를 기용한 것이 눈에 띄었다. 이선우의 어깨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으면서 아포짓 자원이 문지윤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모랄레스 감독이 꺼내든 대책이었다.

박정아는 1세트에 나쁘지 않은 컨디션을 보였다. 8-11에서 득점을 터뜨리지는 못했지만 준수한 리듬의 파이프를 구사했고, 직후 랠리에서는 라이트 백어택으로 경로를 변경해 득점을 터뜨렸다. 12-19에서는 2번 자리에서도 무난하게 공격을 성공시켰다. 세트 패배와는 별개로 나름의 효과를 본 나쁘지 않은 기용이었다.

그러나 박정아 아포짓 카드는 2세트부터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박정아가 선호하지 않는 위치에서의 공격이 최고 수준의 높이를 갖춘 중국을 상대로 계속 통할 수는 없었다. 이로 인해 오른쪽에서의 공격 루트가 아예 막힌 상황에서 변화가 필요했지만, 그 변화의 수단이었던 김지원-문지윤 더블 스위치 카드가 중국의 딩 샤-젱 이싱 더블 스위치 카드에 압도당했다.  

1세트는 통했지만 2~3세트는 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모랄레스 감독의 박정아 아포짓 카드는 1/3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이선우 없이 치러야 하는 경기들에서 향후 아포짓 자리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민과 준비가 필요해보였다.



전술적인 부분에서는 모랄레스 감독이 꾸준히 강조해 온 수비 후 빠른 반격 시도가 명과 암을 모두 드러냈다. 반격 과정에서의 명암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세트는 2세트였다. 가령 4-7에서 위안 신웨의 대각 공격을 건져 올리는 김다인의 엄청난 수비가 박정아의 반격으로 연결된 뒤, 직후 랠리에서 우 멍지에의 공격을 한다혜가 디그하고 강소휘가 빠르게 반격으로 마무리한 연속 득점은 과정과 결과가 모두 긍정적이었다.

11-16에서는 조금 아쉬운 장면도 나왔다. 우 멍지에의 대각 공격을 정지윤이 좋은 디그로 걷어 올렸지만, 세터나 리베로가 빠르게 붙기 힘든 사이드로 공이 올라갔다. 그러나 사이드에 있던 강소휘가 빠른 반격을 위해 연결 대신 곧바로 공격을 준비하는 바람에 두 번째 터치가 이뤄지지 못하고 허무한 실점이 나왔다.

대신 13-19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반격이 나왔다. 정지윤의 디그를 받은 김다인이 거의 네트 바로 위로 스쳐가는 빠른 앞C 패스를 쐈고, 상대 블로커가 따라붙기도 전에 강소휘가 빈 공간에 직선 공격을 찔러 넣었다. 과정과 결과 모두가 가장 완벽했다. 이처럼 수비 후 반격의 속도를 끌어올리려는 모랄레스 감독의 시도는 이번 경기에서 잘 이뤄진 적도, 그러지 않은 적도 있었다. 다음 경기에서는 잘 이뤄지는 빈도를 더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다.

하지만 경기 결과가 결과인 만큼,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부분들이 더 눈에 띄는 경기가 된 건 어쩔 수 없었다. 예컨대 2세트 들어 서브의 위력이 떨어지면서 중국 리시버들에게 A패스를 너무 많이 허용한 부분은 개선돼야 할 요소였다. 이로 인해 이어진 위안 신웨와 왕 위안위안의 고공 폭격을 감당하지 못하며 패색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3세트에 급격히 집중력이 떨어지며 10점 차 이상의 점수 차를 내준 부분도 아쉬웠다. 우 멍지에의 공격과 서브에 속절없이 당하기만 했고, 경기 극초반에 나쁘지 않았던 파이프 리듬도 옛날로 다시 돌아가 버리는 등 긍정적인 부분이 거의 없는 경기 내용이 나오고 말았다. 질 때 지더라도, 다음 경기와 대회 전체를 위해 지나치게 무기력한 경기 내용은 나오지 않도록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대회는 이제 시작이고, 다음 경기는 이틀 후에 바로 열린다. 모랄레스호가 남은 경기들에서는 중국전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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