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본인한테 화가 났으면”…사령탑의 당부, 오원석의 각성
“본인한테 화가 났으면 좋겠어요.”
이숭용 SSG 감독은 지난 14일 인천 삼성전을 앞두고 좌완 선발 오원석(23)에게 바라는 점 한 가지를 언급했다. 사령탑은 오원석이 마운드에서 독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다. 선발 투수로서 한 단계 더 상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오원석은 2020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SK(현 SSG)에 입단했다. ‘제2의 김광현’이란 기대를 받으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높이 뛰어오르진 못했다. 오원석은 지난해까지 100경기(73선발)에 등판해 21승25패 2홀드 평균자책 5.16을 기록했다.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40㎞ 초반대로 그리 빠른 편은 아니지만, 결정구 슬라이더나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다. 올해는 스프링캠프 기간 체인지업 그립을 바꾸는 등 더 나은 성적을 위해 변화를 시도했다. 오원석 본인은 물론, 이 감독과 배영수 투수코치 모두 두 자릿수 승리를 올해 목표로 세웠다.
오원석이 지난 14일 인천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SSG 제공
그러나 오원석은 이번 시즌에도 좀처럼 알을 깨고 나오지 못했다. 딱 한고비. 그 위기를 넘기지 못해 무너졌다. 지난 8일 잠실 LG전에서도 오원석은 4회까지 1실점 하며 잘 던졌다. 투수 수도 47개밖에 되지 않았다. 5-1로 앞선 5회말이 문제였다. 선두 타자 오지환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졌고, 박동원을 삼진 처리한 직후 다시 한번 사구로 구본혁을 내보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홍창기에게 볼넷을 헌납한 오원석은 결국 문성주에게 싹쓸이 3루타를 얻어맞았다. 계속된 1사 3루 김현수 타석 땐 폭투까지 저질러 한 이닝에만 4실점 했다. 6회말엔 첫 타자 문보경에게 볼넷을 내준 뒤 이로운과 교체됐다. 5회 전후로 오원석은 전혀 다른 투수가 되어 있었다.
이 감독은 당시 상황을 돌아보며 “(오)원석이가 고비를 못 넘기는 것 같다. LG전 5-1로 이기는 상황에서 동점을 허용하는 과정이 안타까웠다”며 “그런 상황을 어떻게든 막고, 못 막으면 본인한테 화가 났으면 좋겠다. 감독으로선 그런 모습을 보고 싶다”고 쓴소리했다.
오원석이 지난 14일 인천 삼성전에서 힘껏 투구하고 있다. SSG 제공
그러면서 “원석이가 지금까지 보여준 게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그 고비를 넘길 수 있다”면서도 “3년째 선발로 들어가고 있으면 이젠 그 고비를 넘겨야 한다. 기회를 받은 만큼 본인도 변화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원석은 이날도 3회까지 잘 던지다가 4회초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지난 LG전과는 다른 결과를 냈다. 4-0으로 앞선 4회초 오원석은 아웃 카운트 2개를 만든 뒤 11연속 볼을 던져 주자 2명을 내보냈고, 이재현 타석 땐 3B에 몰렸다. 직후 빠른 공으로 카운트를 잡아 한숨 돌렸고, 풀카운트 대결 끝에 유격수 땅볼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오원석은 6이닝 2안타 2사사구 7삼진 무실점 호투로 팀의 9-2 완승을 이끌며 시즌 3승(2패)째를 수확했다. 경기 뒤 이 감독은 “원석이가 올 시즌 최고의 호투를 보여줬다. 4회 잠깐 제구가 흔들렸지만, 6이닝을 실점없이 잘 막았다”며 “이번 계기로 더 좋은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칭찬했다.
오원석이 한고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