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황준서 다음 조동욱…위기의 한화 구한 ‘단짝 영웅’
현대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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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03:16
2024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가 열린 지난해 9월 14일. 한화 이글스는 1·2라운드 지명을 마친 뒤 함박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황준서(19),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조동욱(20)을 한꺼번에 낚아챘기 때문이다.
황준서와 조동욱은 고교 시절 왼손 원투펀치로 활약하면서 장충고를 전국 최강으로 이끈 단짝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미국 유학을 다녀온 조동욱이 나이는 한 살 많지만, 동급생이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친구로 지냈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프로에 데뷔하게 된 둘은 “서로에게 힘이 될 것 같다”며 기뻐했다. 왼손 투수가 부족했던 한화도 이들의 동반 성장에 큰 기대를 걸었다.
프로 데뷔는 황준서가 한 달가량 빨리 했다. 선발 김민우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3월 31일 대전 KT 위즈전 선발 투수로 긴급 투입됐다.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져 데뷔 첫 승을 따냈다. 한화의 고졸 신인 투수가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따낸 건 2006년의 류현진에 이어 역대 두 번째였다.
조동욱은 그때 2군에서 TV로 이 장면을 지켜봤다. 그는 “가장 친한 친구가 첫 경기부터 잘 던지니까 기분이 좋으면서 한편으로는 부러웠다”며 “나도 준서처럼 데뷔전 선발승을 따내는 장면을 머리 속에 그리면서 혼자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고 털어놨다.
조동욱의 상상은 예상보다 더 빨리 현실이 됐다. 어버이날인 5월 8일, 박정진 2군 투수코치가 조동욱을 찾더니 “네게도 기회가 왔다. 1군에 갈 준비를 하라”고 귀띔했다. 12일 대전 키움 히어로즈전에 등판하기로 했던 문동주가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1군 복귀를 미루기로 한 뒤였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2군에서 착실히 선발 수업을 받던 조동욱을 대체자로 낙점했다. “1군에 올라갈 것 같다“는 아들의 전화를 받은 조동욱의 부모님은 “이보다 더 좋은 어버이날 선물이 어디 있겠느냐”며 기뻐했다.
조동욱은 이틀 뒤인 10일 1군에 합류해 ‘우상’ 류현진을 처음 만났다. 류현진은 “너무 잘하려 애쓰지 말고, 하던대로 편하게 던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데뷔전에서 호흡을 맞추게 된 포수 최재훈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내 미트만 보면서 세게 던지라”고 힘을 불어넣었다. 조동욱은 “실제로 마운드에서 선배님들의 말씀이 많이 생각났다”고 했다.
조동욱은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처음으로 1군 마운드에 올랐다. 만원 관중이 들어찬 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키움과의 주말 3연전에서 먼저 1승 1패를 기록한 한화가 42일 만의 위닝시리즈를 노리는 경기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6이닝 3피안타 1볼넷 1실점(비자책). 공 70개로 아웃카운트 18개를 잡았다. 우익수 요나단 페라자의 실책이 없었다면, 무실점 피칭도 가능했다. 최 감독은 경기 후 이례적으로 “정말 대단한 피칭이었다”고 칭찬했다. 조동욱은 “그동안 힘든 일이 많았다. 야구가 뜻대로 안 풀리기도 하고 시행착오도 겪었는데, 이 승리로 보상을 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프로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올린 고졸 신인 투수는 KBO리그 43년 역사에 단 11명뿐이다. 그런데 그중 한화 선수가 3명이고, 그 중 2명이 올해 탄생했다. 류현진·황준서·조동욱은 모두 왼손 투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 누구보다 신나게 조동욱의 첫 승 세리머니를 준비했던 황준서는 “우리 둘이 함께 류현진 선배님의 계보를 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동욱도 황준서에게 “정말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는 “(먼저 1군에 데뷔한) 준서가 마운드부터 공인구까지, 세세한 부분까지 다 설명해줬다. ‘1군과 2군 타자들이 많이 다르냐’고 물었더니 ‘그냥 다 똑같은 타자라고 생각하고 던지라’고 하더라”며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