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깨어나는 곰… 투타 조화로 1위 턱밑 추격
프로야구 두산 8연승 광폭 질주
완연한 봄기운이 겨울잠에 취했던 곰을 완전히 깨워준 걸까. 최근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에서는 두산 베어스 상승세가 무섭다. 지난 3~4일 서울 라이벌 LG와 2연전 완승을 시작으로 키움(7~9일)과 KT(10~12일)를 상대로 모조리 승리를 일궈내며 8연승을 달리고 있다.
지난 12일 KT와 벌인 더블헤더 1차전을 이긴 뒤 이승엽(오른쪽) 감독과 손을 마주치는 두산 선수들. /뉴시스
지난 2일 삼성에 연패를 당했을 때만 해도 리그 7위에 선두 KIA와 7경기 차로 벌어졌지만, 8연승 후 13일 현재 4위 LG와 게임 차 없는 5위로 올라섰고, 리그 선두 KIA와 승차는 단 2.5경기로 좁혀졌다. 2위 NC·삼성과 승차는 단 0.5경기다.
8연승 기간 두산은 투타 모두 확연하게 기세가 살아났다.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침체된 선수들이 살아나면서 수퍼스타는 없지만 스타 선수들이 고루고루 활약하면서 투타 밸런스가 맞춰지는 두산 특유 팀 컬러가 살아난 듯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공격에선 이 기간 강승호(타율 0.337)와 허경민(타율 0.367), 양의지(0.347) 등이 꾸준히 맹활약한 가운데 부진하던 외인 타자 라모스를 비롯해 양석환, 김재환 등이 서서히 살아났다.
그래픽=김하경
라모스는 키움·KT와 시리즈에서 맹타를 터트리며 양의지와 함께 모처럼 팀 공격을 제대로 이끌었다. 지난주 기준 라모스 타율은 0.545(22타수 12안타)로 리그 전체 1위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이제야 처음 영입했을 때 기대했던 모습이 나온다”며 칭찬했다. 양석환과 김재환도 지난주 각각 14타수 6안타(0.429), 18타수 5안타(0.278)로 타격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수비에선 젊은 신인 투수들이 깜짝 활약하며 든든한 소방수 역할을 해줬다. 부상으로 등판하지 않고 있는 알칸타라 빈자리는 지난해 입단해 올해 1군에 올라온 최준호(20)가 메워주고 있다. 지난 12일 KT와 벌인 1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4피안타 6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데뷔 첫 승을 거뒀다.
개막 초반 부진했던 새내기 김택연(19)도 2군에서 재정비 후 지난달부터 맹활약 중이다. 특히 지난 10일 KT전에서는 팀이 5-3으로 앞선 7회초 무사 2·3루 위기에 등판, 박병호-신본기-오윤석 세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는 괴력을 과시했다. 양상문 위원은 “두산이 잘 갖추고 있는 2군 시스템을 통해 어린 선수들이 활약하며 팀 밸런스를 맞춰주는 것도 두산의 컬러”라고 말했다.
2년 차를 맞은 이승엽 감독의 ‘냉혹한 리더십’이 통했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에 연패한 지난 2일 조웅천 메인 투수 코치를 2군으로 내리는 투수 코치진 개편에 이어, 3·4일 LG전에서 선발로 내세운 젊은 투수 김유성(22)과 최준호를 5회 전 조기 강판하고 필승조 불펜을 연이어 투입해 연승 가도를 열었다. 정민철 위원은 “젊은 투수들에게 1승을 챙겨줄 수 있는 상황에서도 퀵후크(Quick Hook·선발투수를 빨리 내리고 구원투수를 투입하는 것)를 하면서 팀 내부에 ‘지금은 누구 기록이나 위신을 챙겨줄 때가 아니라 이겨야 할 때’라는 메시지를 냈고, 이게 내부에 확 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선우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이승엽 감독이 그 짐을 묵묵히 지면서도 계속 좋지 않았던 선수들을 탓하지 않고 계속 믿음을 주는 모습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14일부터 광주에서 선두 KIA와 벌이는 원정 3연전이 두산에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