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이승우는 어떻게 '후반의 남자'가 됐나

[카토커]이승우는 어떻게 '후반의 남자'가 됐나

현대티비 0 159

교체출전에도 팀 내 최다 득점... 승리요정된 이승우

▲ 짜릿한 역전승…이승우, K리그1 공격포인트 경쟁 박차 수원FC 이승우가 12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12라운드 전북 현대와 원정 경기에서 후반부 득점골을 넣은 후 기뻐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연합뉴스


 
'후반의 남자' 이승우(수원FC)가 또다시 교체출전하여 골을 터뜨리며 팀의 승리요정으로 등극했다. 이승우의 수원FC는 5월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12라운드에서 3-2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승우는 후반에 투입되어 멀티골을 터뜨리며 짜릿한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수원FC는 전반 24분 문선민에게 선제골, 10분 뒤에는 박재용에게 PK까지 허용하며 원정에서 0-2로 끌려갔다. 하지만 전반 41분 전북 미드필더 보아텡이 안데르손에게 거친 파울을 범하여 비디오판독(VAR) 결과 퇴장이 선언됐다.
 
수적 우세를 차지한 수원FC는 후반 들어 이승우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승우는 후반 11분 코너킥 이후 혼전 상황에서 박철우의 슈팅이 수비벽을 맞고 굴절된 것을 세컨드 슈팅으로 밀어 넣어 추격골을 뽑아냈다. 수원FC가 공세를 이어가던 후반 36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지동원의 머리를 받고 연결된 공을 이승우가 이번엔 다이빙 헤더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4분 뒤에 터진 안데르손의 역전골 상황에서도 이승우가 관여했다. 수원FC의 역습 상황에서 안데르손이 빠른 스피드로 전북 진영에 침투했고, 이승우가 컷백이 흘려준 공을 이어받아 전북의 골문을 갈랐다.
 
다급해진 전북은 수적 열세 속에서도 교체카드를 투입하며 공세를 펼쳤으나 후반 44분 티아고의 헤더가 골대를 강타하는 불운 속에 승부의 균형을 맞추는 데 실패했다.
 
4경기 만에 승리를 거둔 수원FC는 5승 3무 4패, 승점 18점을 기록하며 6위에서 4위로 도약했다. 아울러 오랜 기간 이어져온 전북 원정 무승 징크스(3무 4패)를 8경기 만에 떨쳐내는 데 성공하며 기쁨이 두 배가 됐다.
 
반면 12위 전북은 승점 10(2승 4무 6패)으로 충격적인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다. 페트레스쿠 감독 사퇴 이후 박원재 감독 대행 체제로 운영중인 전북은 후임 감독 영입이 난항을 빚고 있는 가운데, 9라운드 대구FC전(2-2 무)부터 10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0-3 패)과 11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0-1 패)에 이어 4경기 무승(1무 3패)의 수렁에 빠져있다.
 
교체멤버로 나와서도 눈부신 활약

이날 가장 돋보인 선수는 역시 이승우였다. 2골을 추가한 이승우는 올시즌 10경기에 총 6골 2도움을 올리며 득점 부문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득점 선두 이상헌(강원FC, 8골)과는 불과 2골 차이다. 특히 최근 4경기에서만 4골 2도움을 기록하며 물오른 득점감각을 이어가고 있다.
 
특이한 부분은 이승우가 주로 선발이 아닌 교체멤버로 나서고 있다는 것. 올시즌부터 수원FC의 지휘봉을 잡은 김은중 감독은 팀 내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인 이승우를 후반에 투입하여 경기 흐름을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활용하고 있다.
 
이승우는 올 시즌 기록한 6골을 모두 후반에 넣었다. 그만큼 승부와 직결되는 중요한 득점이 많았다. 전북전 대역전극을 주도한 멀티골을 비롯하여, 인천전과 제주전에서는 두 번의 추가시간 결승골도 포함되어 있었다. 올시즌 리그에서 교체 출전으로만 득점랭킹 탑5 이내에 오른 선수는 이승우가 유일하다.
 
김은중 감독은 이승우 교체 기용에 대하여 "우리 팀은 매 경기를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 이니고 수비를 많이 해야 한다. 이승우의 공격적인 장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후반에 투입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이 '슈퍼서브'의 대명사로 불리우던 올레 군나르 솔샤르나 치차리토(전 맨유)를 활용하는 방식을 연상시킨다.
 
물론 이승우는 선발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선수다. K리그에 처음 진출했던 2022시즌 14골(3위), 2023시즌 10골(6위)로 2년 연속 리그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수원FC 팀 내에서 이승우보다 더 많은 골과 공격포인트를 생산해낸 선수는 없었다.
 
이승우로서도 비록 후반전에 들어와 득점은 많이 올리고 있지만 선발 투입이 줄었다는 것은 많은 출전시간을 원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경기후 이승우는 "후반에만 뛰는 게 선수로서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감독님이 결정하시는 부분에 대해 존중한다"고 성숙한 답변을 남겼다.
 
이어 '후반에 나와서 공격포인트를 잘 만들어낸다'는 평가에, 이승우는 "후반에만 뛰니깐 후반에 공격포인트가 나오는 것 뿐"이라며 시크한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선발출전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반에도 얼마든지 공격포인트를 생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어필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이승우 활용법'에 대한 고민은, 팀의 결정력 부족과 스트라이커진의 부진과도 맞물려 있다. 수원FC는 리그 순위는 4위지만 팀 득점은 14골로 전체 12개 구단 중 9위에 불과하다. 한 경기를 덜치른 리그 최다득점팀 울산(24골)과는 무려 10골 차이다.
 
교체멤버인 이승우가 팀 내 최다득점자라는 것은, 그만큼 이승우가 막혀버리면 현재 수원FC의 공격루트에 대책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이승우는 골을 넣는 재주를 타고난 선수"라고 극찬하면서 선수가 최대한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기 위하여 부득이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수원FC가 현재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굳이 이승우의 기용 방식에 변화를 줄 가능성은 낮다. 지난 시즌 수원은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면서 힘겨운 잔류 경쟁을 펼쳐야 했지만 김은중 감독이 부임한 올시즌에는 초반부터 중상위권 경쟁을 펄치면서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권경원, 이용, 지동원 등 경험 많은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선수들이 연이어 입단하며 팀의 중심을 잡아줬고, 이승우의 전략적인 '슈퍼서브' 기용이 대성공을 거두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승점을 챙기는 실리축구를 펼치고 있다.

한편으로 이승우는 지난 2년여간 국가대표팀 탈락, 유럽 재도전설, 강등 위기 등 여러 가지 고비를 겪으면서도 묵묵히 흔들리지 않고 K리그에서 자신의 가치와 경쟁력을 증명했고, 선수로서 한창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며 호평을 얻고 있다.

이승우가 지금의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간다면, 사상 첫 K리그 득점왕 도전도 불가능해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선발도 아닌, 오직 교체출전으로만 타이틀을 차지하는 '슈퍼서브 득점왕'이라는 진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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