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대한민국, 어쩌다 스포츠 변방국가 됐나?
세계의 높은 벽 아니라 아시아의 높은 벽?
구기종목 중 女핸드볼만 파리행, 인기 종목 다 탈락
일본 교도통신 “대한민국은 우리 경쟁 상대 아냐!”
"세계의 높은 벽이 아니라 아시아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하나요?"
대한민국 구기 스포츠를 여자 핸드볼만 제외하고, 파리올림픽에서 볼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안방에서 올림픽을 시청하는 우리 국민들은 일본 대표팀의 축구경기를 보면서, 패배하기를 기원해야 할 판이다.
1988 서울올림픽 이후 대한민국 구기종목이 이처럼 처참했던 적이 있었던가 할 정도다. 구기종목 팀들이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싣지 못하다보니, 선수단은 200명이 되지 않는 역대 최소 규모다.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이 이대로는 더이상 아시아 스포츠 강국이 아니라는 현실 진단에서 출발해야 한다.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이사 등의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축구를 비롯해 전 종목에 걸쳐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신흥 중동국가(카타르, 요르단, UAE 등)들도 구기종목 상승세가 뚜렷하다.
◆"비참한 지경" 숙적 일본에게 조롱받는 처지
아시아 스포츠 강국으로 영원한 숙적인 이웃나라 일본이 "대한민국은 더이상 우리 경쟁 상대가 아니다"고 조롱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본 '교도통신'은 8일 한국 구기종목의 파리올림픽 전멸을 보도하며, "오는 7월 말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에 한국 구기종목은 거의 전멸했다. 아시아 맹주를 자처했던 남자축구마저 탈락했다. 스포츠 강국을 쌓은 기존 스포츠 육성 시스템이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매체는 "한국 남자축구가 인도네시아에게 패하면서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에 실패했다. 이미 농구, 배구 등의 올림픽 진출은 남녀 모두 좌절됐다. 한국에서 올림픽에 가는 단체구기 종목은 여자 핸드볼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교도통신'은 "한국은 최근 저출산으로 선수층이 더 좁아지고 있다. 가치관의 다양화로 스포츠에 대한 열정마저 사라지고 있다. 구기종목은 선수들이 높은 연봉을 받는 한국리그에 안주해 올림픽에 대한 동기부여도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의 지적은 뼈아프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대한민국이 구기종목에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이제 더이상 아시아에서도 전통의 스포츠 강국이라는 호칭을 듣기 어려운 형편이 됐다.
선수들 역시 '태극마크'의 무게를 느껴야 한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팀 워크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강인한 정신력으로 꼭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정부도 시대에 맞게끔 그동안의 엘리트 중심이 아닌 자율형 선수 육성 시스템으로 바꾸고, 대표 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학적 관리 및 지원을 해야 한다.
◆구기 7종목에 남녀 14개 팀 중 단 1팀만
파리 올림픽에서 볼 수 있는 구기종목은 오직 여자 핸드볼팀 뿐이다. 축구, 농구, 배구, 핸드볼, 럭비, 필드 하키, 수구 등 7개 종목에 남녀 14개 팀 중 단 1팀만이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 것. 야구는 이번 파리올림픽에는 정식종목에서 빠졌으며, 2028 LA 올림픽에는 다시 들어온다.
가장 심각한 종목은 남자 농구와 배구. 두 종목은 20여 년이라는 기간 동안 올림픽 무대에 밟지 못하고 있다. 국내 리그는 더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우물 안 개구리' 격이다. 배구 대표팀은 2000 시드니 올림픽, 농구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이 마지막 출전이다. 여자 배구팀은 2020 도쿄 올림픽 4강을 이끌었던 김연경, 양효진 등이 은퇴를 선언한 후 전력은 급락했다.
여자 축구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열린 아시아 2차 예선에서 중국과 북한을 패배하며, 본선진출에 실패했다. 남자 축구 대표팀마저 이번 U-23 아시안컵 8강에서 인도네시아에 패하며, 국민적 기대에 찬물을 제대로 끼얹었다.
단체 구기종목은 아니지만 여자 골프 역시 올 시즌 먹구름이 끼어있다. 올 시즌 LPGA 대회에서 태극낭자들은 단 한차례의 우승도 차지하지 못했으며, 선두권 경쟁조차 하지 못하는 대회가 더 많았다. 파리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들이 금메달은 아니더라도 은메달이나 동메달 소식이라도 전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