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혁이 오빠’ 강혁 감독의 목표 “다시는 구단, 팬, 선수단 실망시키지 않겠다”

[카토커] ‘혁이 오빠’ 강혁 감독의 목표 “다시는 구단, 팬, 선수단 실망시키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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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조영두 기자] 2022-2023시즌 종료 후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구단이 유도훈 감독을 퇴단시키는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이 여파로 FA 시장에서 전력 유출만 있었을 뿐 보강이 없었다. 심지어 공들여 선발한 외인 아이제아 힉스마저 KBL컵 첫 경기에서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해 뭐 해보지도 못한 채 교체를 알아봐야만 했다.

임시로 팀을 맡은 강혁 감독대행은 이 가운데에서도 빠르게 팀을 재정비했다. 시즌 초반에는 1승하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안정감을 찾은 중반부터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4라운드에는 무려 7승2패의 성적을 거두며 상위권 팀들까지도 괴롭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최종 성적은 정규리그 7위(21승 33패). 비록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혼란의 팀을 추스른 그는 능력을 인정받아 3월부터 정식 감독이 됐다. 휴가 중에도 강혁 감독은 온통 농구 생각뿐이었다. 준비된 지도자 강혁 감독의 이야기를 담아 봤다.(인터뷰는 4월 16일에 진행됐습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5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처음 감독대행이 됐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뭐부터 해야되나 싶었다. 준비했던 게 아니라 갑작스러웠다. 우선 팀을 빨리 안정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란스러웠던 분위기를 좋은 분위기로 바꾸자는 게 가장 첫 번째였다. 오프시즌 훈련을 많이 하는 것보다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팀 분위기를 만들어가려고 했다.

오프시즌 훈련 프로그램도 제대로 짜여있지 않았을 것 같은데?
코치 생활을 하며 배운 것과 타 팀을 보며 저렇게 내가 했으면 좋겠다 싶었던 것들을 정리해뒀다. 우리 팀에 득점력이 있는 선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수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상대보다 더 잘 뛰어야 했다. 수비는 내가 메모했던 것들을 끄집어내서 해보며 맞춰갔다. 역시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풀어갔다.

김상영 코치를 영입했고, 이찬영 전력분석을 코치로 승격시켰다.
내가 (창원) LG 시절 D리그를 맡았을 때 김상영 코치가 상무 코치였다. 그때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눴다. (원주) 동부(현 원주 DB)에서 매니저 생활을 오래해서 그런지 굉장히 꼼꼼하더라. 수석코치로서 팀 관리와 제 역할을 해줄거라 생각했다. 이찬영 코치는 전력분석 시절부터 봤는데 너무 성실했다. 내가 보면서 배울 정도였다. 영상 분석에 대해서는 10개 구단에서 가장 잘 알 거라 생각한다. 항상 성실하고 한결같은 모습에 믿음이 갔다.





시즌 전 가스공사가 하위권 평가를 받았는데?

선수들에게 ‘모든 전문가들이 우리를 10위로 평가한다. 너희는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냐. 나도 그렇다. 우리가 한번 바꿔보자’라고 말했다. 평가를 뒤집으려면 우리가 바꾸는 수밖에 없었다. 1라운드에서 1승을 했는데 2라운드 2승, 3라운드 3승 이렇게 가면 10승 이상은 가능할 거라고 봤다. 결과적으로 7위를 했다. 시즌 중반에는 6강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잘해줘서 선수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KBL 컵대회 첫 경기에서 시작하자마자 힉스가 부상으로 이탈했다.
사실 맨 처음부터 1옵션 외국선수로 (앤드류) 니콜슨을 생각했다. 하지만 베이 에어리어 드래곤즈가 없어지기 전이라 오퍼를 기다린다고 하더라. 그 다음 플랜이 힉스였다. 일본 전지훈련에서 연습경기를 하는데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다. (샘조세프) 벨란겔이 성장하는 게 느껴졌고, 힉스가 수비에서 중심을 잘 잡아줬다. 근데 힉스가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 아웃 되면서 모든 게 꼬였다. 수비 전술을 다 힉스 중심으로 맞춰놨기 때문이다. 그때가 팀 분위기도 어수선하고 가장 힘들지 않았었나 싶다.

결과적으로 니콜슨 영입에 성공했는데?
베이 에어리어가 없어지면서 니콜슨이 바로 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내가 니콜슨을 생각했던 이유는 국내선수 층이 얇아서 득점할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수비를 잘해도 결국은 득점을 올려야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 니콜슨은 함께 있어봐서 잘 알았고, 고민도 하지 않고 연락해서 데려오게 됐다.

서울 SK와의 1라운드 맞대결에서 니콜슨의 결승 3점슛으로 부임 첫 승을 거뒀다. 당시 4쿼터 마지막 작전타임이 화제였는데?
사실 나는 ‘쇼부’라는 단어를 썼는지도 몰랐다. 워낙 긴박한 상황이었고, 선수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패턴을 지시하려고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쇼부가 나왔다. 경기 끝나고 제일 친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는데 쇼부는 좀 아니지 않냐고 하더라(웃음). 사실 일본말이라 마음에 걸렸는데 회사에서도 이슈가 되어서 괜찮다고 재밌게 넘겨줬다.

첫 승 이후 10연패를 하면서 내리막을 탔다.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처음이라 나 스스로 준비가 덜 된 것 같았다. 디테일한 부분을 잡아줬으면 10연패까지 가지 않았을 것 같은데 계속 지니까 습관이 되더라. 분위기 전환을 위해 고참 선수들 불러서 맥주도 한잔씩 마셨다. 그래도 회사에서는 믿어주셨다. 팬들도 독려를 많이 해주시더라. 덕분에 나와 선수들 모두 큰 힘을 얻었다.





“부족함이 많이 드러났던 첫 시즌”

시즌 초반 10연패에 빠지며 내리막 길을 걸었던 가스공사는 3라운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니콜슨의 컨디션이 살아났고, 벨란겔과 신승민은 가파르게 성장세를 탔다. 대체 외국선수로 합류한 듀반 맥스웰의 존재감도 뛰어났다. 그 결과 3라운드 4승, 4라운드에서는 무려 7승을 거뒀다. 시즌 막판 부상자가 연이어 발생하며 플레이오프 경쟁에서 멀어졌지만 분명 성과는 있었다. 그럼에도 강혁 감독은 냉정했다. 부족함이 많이 드러난 시즌이라고 평가하며 새 시즌 더 발전된 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앤쏘니 모스를 맥스웰로 교체한 이유는?
(안양)정관장에서 뛰는 걸 보니 딱 우리 팀에 필요한 플레이를 하더라. 활동량이 좋았고, 신장 대비 블록슛 능력이 뛰어났다. 무엇보다 에너지가 넘치더라. 농구를 대하는 진심이 보였다. 그래서 정관장과 계약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영입하게 됐다.

맥스웰 합류 이후 경기력이 확실히 달라졌다.
맥스웰 덕분에 팀에 에너지가 생겼다. 벤치에서 팀이 득점할 때마다 소리 지르고, 코트 안에서는 블록슛이나 공에 대한 집념이 강했다. 이런 에너지가 팀에 퍼졌다. 마침 니콜슨이 컨디션이 살아나면서 득점력이 올라왔다. 그때는 지더라도 분위기가 좋았다. 선수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쌓인 것 같다.

니콜슨도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사실 맥스웰이 와서 니콜슨이 수비를 열심히 한 건 아니다. 10연패 할 때 니콜슨이 체력적으로 힘들어했다. 몸이 안 되어 있었다. 농구하면서 이렇게 슛이 안 들어간 건 처음이라고 하더라. 나에게 와서 미안하다며 수비와 리바운드를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때부터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돋보였다. 맥스웰이 팀에 오고 니콜슨도 달라진 것처럼 보였겠지만, 아니다. 컨디션이 올라올 때쯤 연패를 끊은 것이다.

벨란겔의 성장세도 돋보였다.
벨란겔은 분명히 좋은 기술을 갖고 있다. 수비 때문에 1년 동안 적응기가 필요했다. 오프시즌에 대화를 정말 많이 했다. 공격을 하면서 팀을 전체적으로 아울러 달라고 했다. 근데 왜 공격만 하냐고 하면 패스만 하고, 패스만 하냐고 지적하면 또 공격만 하더라.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나아졌다. (김)낙현이가 부상으로 빠졌을 때 1번(포인트가드)으로서 중심을 잘 잡아줬다. 2년차에 적응을 완벽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 선수들과도 너무 잘 어울린다. 팀에서 제일 많이 성장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신승민의 3번(스몰포워드) 포지션 변경도 성공적이었는데?

(신)승민이는 머리가 좋은 선수다. 내가 볼 땐 4번(파워포워드)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신장이 작기 때문에 앞으로 국가대표가 되려면 3번으로 가야 했다. 앞선에서 키가 커서 뒷선으로 가는 건 가능한데 뒷선에서 앞선으로 올라오는 건 쉽지 않다. 오프시즌에 다른 선수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승민이를 많이 가용했다. 잠깐 슬럼프가 왔는데 점점 재미를 들이면서 이겨냈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아졌다. 계속 안영준(SK)을 롤모델로 삼으라고 한다. 앞선부터 빅맨까지 수비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대로만 크면 국가대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5라운드 막판 정식 감독으로 승격됐다.
솔직히 올 시즌에는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구단에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사장님과 프런트가 좋게 봐주신 덕분이다. 선수들이 만들어준 자리다. 내 나름대로 준비를 했지만 선수들이 이행하지 못했다면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없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전하고 싶다.

시즌 막판 팀에 연이은 부상 악재가 닥쳤는데?
당시 6위 경쟁을 하고 있었다. 욕심이 생길 수 있지만 나는 시즌 들어갈 때부터 선수들이 성장하는 걸 보며 평균을 만들고 싶었다. 잘할 때와 못할 때가 있으면 안 된다. 평균이 유지되어야 강팀이다. 우리 팀 선수층이 얇은데 부상 선수가 많았다. D리그를 뛰던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지만 한계가 분명히 있었다. 시즌 막판에 힘을 내지 못한 건 아쉽다. 근데 이것도 경험이다. 코치들, 트레이너들과 미팅을 통해 내 잘못이 크지만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했다. 다음 시즌에는 부상 선수가 나오지 않도록 준비를 잘해야 한다. 내 생각에는 웨이트트레이닝에 좀 더 힘을 쏟아야 될 것 같다. 구단에 사이클을 구매해달라고 말씀드렸다. 트랙도 뛰겠지만 사이클을 통해 부담을 덜 받고, 체력과 하체 힘을 기를 생각이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좀 더 강조하려고 한다.

7위로 시즌을 마쳤는데 전체적으로 돌아본다면?
내 부족함이 많이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시즌 초반 10연패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배웠다. 얼마나 착실하게 준비해야 되는지 느꼈다. 만약, 10연패를 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 다시는 구단, 선수, 팬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준비를 좀 더 철저히 해서 이런 일을 겪지 않으려고 한다.





“KBL 최강 동안? 요즘엔 조금씩 늙어요”

강혁 감독이 농구 외적으로 팬들의 주목을 받는 건 외모다. 워낙 젊어 보여 KBL 최강 동안으로 불린다. 1976년생으로 조상현(LG), 조동현(현대모비스) 감독과 동갑이다. 동안 외모 덕분에 팬들에게 ‘혁이 오빠’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혁이 오빠에게 동안의 비결을 물어보니 별다른 관리를 안 한다고 한다. 공부 잘하는 친구에게 비법을 가르쳐달라고 했을 때 교과서만 본다는 답변을 들은 것과 같았다. 그러나 혁이 오빠도 감독 스트레스를 이길 순 없었다. 최근 조금씩 늙어가는 게 고민이라고 한다.

KBL 최강 동안으로 불리는데 비결이 있다면?
사실 관리를 따로 안 한다. 아내가 사주는 로션과 썬크림만 바른다. 부모님이 이렇게 낳아주신 덕분인 것 같다(웃음). 나이가 드니까 아내가 화장품을 더 챙겨주더라. 이제 떨어질 때가 됐다면서 신경을 많이 써준다.

동안 외모로 혁이 오빠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죽겠다. 혁이 아빠인데(웃음). 혁이 오빠라고 부르는 팬들을 보니 내가 아버지와 나이가 비슷할 것 같다.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선수 시절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다. 팬들의 사랑을 받을수록 내가 더 좋은 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항상 최선을 다하는 좋은 팀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조금씩 늙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지?
아침에 일어나마자 거울을 봤을 때다. 찌든 모습이 보이더라. 감독 자리가 얼마나 힘든지 깨달았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감독님들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거라 생각한다. 얼굴이 말라가고, 피부가 까매지는 게 느껴진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찾게 된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마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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