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이정후 신인왕 1순위 밀리나?…'ML ERA 1위' 722억 31살 루키의 대반란
이정후(26,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돌풍이 다소 잠잠해진 가운데 일본인 좌완 이마나가 쇼타(31, 시카고 컵스)가 신인왕 경쟁 구도를 완전히 뒤집어놨다. 우완 야마모토 요시노부(26, LA 다저스)까지 내셔널리그는 아시아 출신 경력직 신인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 3월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이 선정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신인왕 1순위였다. 이정후는 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540억원) 계약을 체결한 뒤부터 미국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KBO 통산 타율 0.340으로 역대 1위에 오른 천재타자가 메이저리그에선 어떤 타격을 펼칠지 궁금증을 일으켰는데, 시범경기 13경기에서 타율 0.343(35타수 12안타), 1홈런, 5타점, OPS 0.911을 기록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내셔널리그에서 이정후의 유일한 신인왕 경쟁 상대는 야마모토가 될 줄 알았다. 야마모토는 다저스가 올겨울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약 4331억원)를 투자해 영입한 투수 최대어였다. 투수 역대 최고 몸값에도 다저스와 뉴욕 메츠, 뉴욕 양키스까지 영입전에 뛰어들 정도로 '야마모토 모시기'에 진심이었다. 그런데 야마모토는 시범경기 3경기에서 1패, 9⅔이닝, 평균자책점 8.38에 그치면서 걱정을 샀다. 이정후의 신인왕 가능성이 더 높이 점쳐진 이유다.
이마나가는 올해 컵스와 계약했을 때 이정후, 야마모토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계약 규모 자체가 그랬다. 나이 20대 중반인 이정후, 야마모토와 달리 이마나가는 이미 나이 서른을 넘긴 베테랑이었고, 4년 총액 5300만 달러(약 722억원)로 몸값도 두 선수와 차이가 났다.
뚜껑을 열어보니 내셔널리그 신인왕 레이스는 지금까진 이마나가의 독무대다. 이마나가는 7경기에서 5승무패, 41⅔이닝, 평균자책점 1.08을 기록하고 있다. 평균 시속 140㎞ 후반대 직구에 대부분 스플리터를 섞어 던지는 사실상 투피치 유형의 투수인데도 메이저리그에서 통하고 있다. 피안타율은 0.187, WHIP(이닝당 출루 허용 수)는 0.82에 불과하다. 평균자책점은 메이저리그 전체 1위, 다승 공동 3위, WHIP 6위, 피안타율 공동 13위다.
최근 공개된 4월 내셔널리그 이달의 신인 타이틀은 이마나가의 몫이었다. 이마나가는 4월 5경기에서 4승무패, 27⅔이닝, 평균자책점 0.98, WHIP 0.80, 피안타율 0.181라는 엄청난 성적을 남겼다.
이마나가는 8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2실점 호투를 펼치며 또 한번 박수를 받았다. 공 102개를 던지면서 직구(57개)와 스플리터(39개), 스위퍼(4개), 커브(2개)를 섞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93.4마일(약 150㎞), 평균 구속은 91.5마일(약 147㎞)에 불과했는데도 샌디에이고 타선은 이마나가 공략에 애를 먹었다.
이마나가는 이날 7회까지만 마운드에 섰다면 시즌 평균자책점은 0.65까지 낮출 수도 있었다. 그러나 컵스 벤치는 1-0으로 앞선 8회에도 이마나가를 마운드에 올렸고, 이마나가는 선두타자 루이스 아라에스에게 내야안타를 맞고 주릭슨 프로파에게 역전 투런포를 허용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컵스는 8회 크리스토퍼 모렐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2-2 균형을 맞추고, 9회 선두타자 마이클 부시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3-2로 이기긴 했으나 이마나가의 평균자책점 기록을 날리고 팀 승리도 날릴 뻔한 컵스 벤치의 판단은 비판을 받았다.
MLB.com은 '이마나가는 시즌 초반 7경기에서 구단 역대 2번째로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구원 등판 기록은 포함되지 않았고, 내셔널리그에서 평균자책점이 공식 기록으로 인정된 1912년 이후 컵스 투수 기록을 살핀 결과다. 1963년 평균자책점 0.91을 기록한 딕 엘스워스가 유일하게 이마나가보다 나은 기록을 냈다'고 알렸다. 이마나가가 8회까지 등판하지 않았더라면 역대 1위도 가능했다.
크레이그 카운셀 컵스 감독은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마나가는 큰일을 해내고 있다. 그는 우리에게 정말 정말 중요한 선수고,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큰 이유기도 하다"고 이야기했다. 컵스는 시즌 성적 22승15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를 달리고 있다.
이정후는 정규시즌에도 꾸준히 콘택트 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스프링캠프 때의 강렬한 인상을 이어 가진 못하고 있다. 35경기에서 타율 0.264(140타수 37안타), 출루율 0.314, 장타율 0.329, 2홈런, 7타점, 14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1번타자라는 특성상 출루율에 더 비중을 두고 있지만, 예상한 것보다도 장타가 적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금보다는 타격 페이스가 더 올라와야 이마나가와 신인왕 레이스를 이어 갈 수 있다. 이정후는 8일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경기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첫 3안타 경기를 하면서 5월 반등의 발판을 마련해 두긴 했다.
야마모토는 최근 명성에 걸맞은 투구 내용을 보여주면서 이마나가와 신인왕 양자 대결 구도를 그리는 상황이다. 8일 마이애미 말린스와 홈경기에서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다인 8이닝을 던지면서 97구 5피안타(2피홈런) 무4사구 5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다저스타디움 첫 승과 함께 시즌 4승(1패)째를 챙겼다. 시즌 성적은 8경기 4승1패, 42이닝, 평균자책점 2.79, WHIP 1.00, 피안타율 0.215다. 이마나가와 비교하면 평범한 성적표이긴 하나 시즌 중후반에는 또 어떤 반전 드라마가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마나가의 신인왕 독주 체제로 굳혀질지, 이정후와 야마모토의 거센 반격이 시작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