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동생과 링거 맞으며 대결…우승하니 눈물 나네요”

[카토커]“동생과 링거 맞으며 대결…우승하니 눈물 나네요”

현대티비 0 88
허웅

“우승은 처음이라 무척 절실했어요. 잠들기 전에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할 정도로 정말 우승하고 싶었습니다.”

‘농구 대통령’ 허재(59) 전 대표팀 감독의 대를 이어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와 최우수선수상(MVP)을 품에 안은 부산 KCC의 가드 허웅(31)은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침착한 어조를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목소리는 떨렸다. 눈가엔 여전히 눈물 자국이 남아 있었다.

허웅이 이끄는 KCC는 지난 5일 수원 KT 아레나에서 열린 2023~24시즌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5차전에서 동생 허훈(29)이 버틴 수원 KT를 88-70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했다. 2011년에 이어 13년 만에 정상(통산 6회)에 복귀했다. KCC는 또 정규리그 5위 팀으로는 처음으로 우승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날 5차전에서도 팀 내 최다인 21점을 기록하는 등 챔피언결정전 평균 18.8점, 5.4어시스트를 기록한 허웅은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그의 아버지인 허재 전 감독은 프로농구에선 두 차례 챔피언(1997년 기아·2003년 TG), 한 차례 MVP(1998년) 자리에 올랐다. 허웅이 허 전 감독의 장남, 허훈이 차남이다. 허웅은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동료들과 함께 보냈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허웅은 지난 5일 챔피언결정전 5차전 승리로 우승을 확정한 뒤 함께 링거를 맞으며 뛰었던 상대 에이스 허훈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뉴시스]

허웅은 이번 우승으로 평생 자신을 따라다녔던 ‘허재 아들’ 이란 꼬리표를 뗐다. 어린 시절부터 MVP를 휩쓸었던 동생과 달리, 허웅은 ‘대기만성형’이다. 그는 학창시절엔 동생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용산고에선 내내 후보로 뛰다 3학년이 돼서야 주전이 됐다. 연세대에 진학 후에도 3학년이 된 뒤에야 핵심 선수가 됐다.

원주 동부(현 DB)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데뷔 시즌인 2014~15시즌 허웅은 평균 4.8점을 기록한 후보 선수였다. 신인 선수에겐 평범한 기록이었지만, 수퍼스타 아버지를 둔 허웅은 마음고생이 컸다. 그래도 승부욕만큼은 아버지 못지않았다. 허웅은 하루도 쉬지 않고 슈팅 훈련을 하면서 실력을 키웠다.
 

허웅은 허재 전 감독(아래 사진 오른쪽) 장남, 허훈은 차남이다. [중앙포토]

프로 2년 차부터 반전이 일어났다. 2015~16시즌 12.1점 2.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기량 발전상을 받더니, 해가 갈수록 실력이 좋아졌다. 평균 16.7점을 넣은 2021~22시즌부터는 리그 베스트 5에 선정되는 등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 올 시즌엔 마침내 ‘에이스’ 타이틀을 달아도 부족함이 없는 선수가 됐다.

카리스마를 앞세운 리더십도 아버지 허재 전 감독을 빼닮았다. ‘코트의 악동’으로 불리는 팀 동료 최준용도 허웅의 지시엔 군말 없이 따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허웅은 챔프전 5차전이 끝날 무렵부터 코트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허웅은 “챔피언결정전을 그동안 TV로만 봤는데 언젠가 그 자리에 꼭 있고 싶었다. 그동안 해온 모든 노력, 꿈꿨던 순간이 현실화한 것이 행복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허웅은 상대 팀 에이스였던 동생 허훈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허훈은 챔피언결정전 2∼5차전에서 40분 내내 풀 타임을 뛰었다. 3차전 37점, 감기를 앓았던 4차전과 5차전에서도 각각 33점과 29점을 터뜨리는 투혼을 발휘했다. 허웅은 “동생하고 어제(4일)는 링거를 같이 맞았다. 5차전이 열린 오늘(5일)은 집에서 같이 나왔다”면서 “동생이 감기에 걸려 기침하느라 잠을 못 잘 정도였다”며 안쓰러워했다. 그는 또 “하지만 경기장에 오면 내색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동생의 모습에 감동했다. 농구에 대한 진심을 느꼈다”며 동생을 치켜세웠다. 농구 인생의 전성기를 맞은 허웅은 벌써 다음 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이 행복한 순간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3∼4일 지나면 다시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팬 여러분의 사랑에 보답하게 돼 행복하다. 내년에도 이런 좋은 결과를 내도록 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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