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부키리치 지명... 포지션 중복 논란, 정관장의 셈법은?

[카토커] 부키리치 지명... 포지션 중복 논란, 정관장의 셈법은?

촐싹녀 0 105

198cm 장신 외국인 선수 지명, 메가와 쌍포 형성 노리나지난 1999년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OB 베어스(현 두산)는 1차 지명으로 경희대의 포수 홍성흔을 지명했다. 당시 두산은 1996년 1차 지명 선수 최기문(파주 챌린저스 감독), 1997년 2차 1라운드 지명선수 진갑용(KIA타이거즈 수석코치) 같은 국가대표 출신 포수 유망주들을 확보한 상황이라 홍성흔 지명은 '중복투자'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심지어 당시 OB에는 베테랑 포수 김태형과 공격력이 좋은 포수 이도형도 있었다).

하지만 팀 명이 OB에서 두산으로 바뀐 1999년, 베어스의 주전포수로 활약한 선수는 루키였던 홍성흔이었다. 홍성흔이 주전포수로 자리 잡으면서 최기문과 진갑용은 각각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 됐다. 두산은 신인드래프트에서 팀 전력을 고려하기 보다 졸업생들 중 가장 기량이 좋은 선수를 선택했고 홍성흔은 두산에서 신인왕과 두 번의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지난 9일에 있었던 2024년 V리그 여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도 비슷한 지명이 있었다. 바로 198cm의 신장을 가진 세르비아 출신의 아포짓 스파이커 반야 부키리치를 전체 2순위로 지명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였다. 고희진 감독은 모든 포지션을 합쳐 부키리치 만큼 기량이 좋은 선수가 없었다며 선발 이유를 밝혔지만 오른쪽 공격수인 부키리치는 정관장과 재계약한 '인도네시아 특급' 메가왓티 퍼티위와 포지션이 겹친다.

정관장 7년 만에 봄배구 이끈 메가-지아 쌍포  


 


정관장은 작년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예상을 깨고 전체 3순위로 인도네시아 출신의 메가를 지명했다. 다른 구단들이 아시아쿼터로 세터나 아웃사이드히터 지명에 집중하는 사이 정관장은 185cm의 신장을 가진 동남아시아의 젊은 거포를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186cm의 신장을 가진 미국 출신의 아웃사이드히터 지오바나 밀라나를 전체 5순위로 지명했다.

정관장을 제외한 나머지 6개 구단이 외국인 선수로 아포짓 스파이커를 선택했지만 정관장은 유일하게 외국인 선수를 아웃사이드히터, 아시아쿼터를 메가로 지명했다. 대부분의 배구팬들이 정관장과 고희진 감독의 선택이 무모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시즌이 개막한 후 정관장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다. 불안하다고 평가 받았던 메가와 지아가 리그 최고수준의 '쌍포'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정관장에서 가장 많은 공격을 책임진 메가는 43.95%의 성공률(4위)로 736득점(7위)을 기록하며 정관장의 주공격수로 활약했다. 히잡을 쓴 동남아시아 출신 공격수가 이 정도로 좋은 활약을 해줄 거라 예상한 배구팬은 거의 없었다. 메가의 인기에 힘입어 정관장의 경기가 인도네시아에 생중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정관장은 시즌이 끝난 후 인도네시아에 초청을 받아 현지의 만원 관중 앞에서 친선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공격에만 전념했던 메가와 달리 서브리시브에도 참여했던 지아의 활약도 대단히 눈부셨다. 지아는 43.95%의 성공률(5위)로 690득점(8위)을 기록하며 메가와 함께 정관장의 쌍포로 활약했을 뿐 아니라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108회의 리시브를 책임지며 35.56%의 리시브효율(11위)을 기록했다. 공수를 넘나들며 맹활약한 지아는 V리그 시상식에서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과 함께 아웃사이드히터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2023-2024 시즌 대전의 배구팬들을 행복하게 해줬던 메가와 지아의 콤비는 다가올 2024-2025 시즌에 다시 볼 수 없게 됐다. 메가가 정관장과 재계약에 성공한 것과 달리 지아는 올해 가을에 창설되는 미국의 여자배구리그 LOVB에 참가하기로 하면서 2024년 V리그 트라이아웃에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관장은 지아의 자리를 대체할 새로운 외국인 선수로 V리그 경력자 부키리치를 선택했다.

메가의 새 파트너 부키리치, 리시브는 누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UAE 두바이에서 열린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정관장의 고희진 감독은 지아의 자리를 대신할 아웃사이드히터 자원을 찾았다. 하지만 선수들의 면면이 예년만 못하다고 평가 받은 올해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는 고희진 감독을 만족시킬 만한 아웃사이드히터가 없었다. 결국 드래프트에서 2순위 지명권을 얻은 정관장은 2023-2024 시즌 V리그에서 활약했던 부키리치를 지명했다.

부키리치는 2023-2024 시즌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서 활약하면서 935득점으로 득점 부문 3위에 올랐다. 198cm의 장신에서 나오는 타점 높은 공격은 위력적이지만 공을 다루는 능력이 다소 투박하다는 평가 속에 41.85%로 공격성공률 부문에서는 8위를 기록했다. 결국 도로공사는 고민 끝에 부키리치와의 재계약을 포기했고 정관장에서 2024-2025 시즌 지아를 대체할 선수로 부키리치를 선택했다.

2023-2024 시즌의 성적만 보면 935득점의 부키리치와 736득점의 메가가 다음 시즌 한 팀에서 만나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메가와 부키리치의 포지션이 모두 아포짓 스파이커라는 점이다. 실제로 메가와 부키리치의 2023-2024 시즌 리시브 점유율은 각각 0.13%와 0.14%(이상 4회)에 불과했다. 메가와 부키리치 모두 2023-2024 시즌 소속팀 정관장과 도로공사에서 서브 리시브를 면제 받고 공격에만 전념한 바 있다.

물론 박정아(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가 활약하던 시절의 도로공사처럼 전문공격수 2명을 배치하고 아웃사이드히터 한 명과 리베로에게 리시브를 전담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정관장의 노란 리베로(리시브 효율 37.37%)와 주전 아웃사이드히터가 유력한 표승주(35.16%)의 수비능력은 도로공사의 임명옥 리베로(56.54%)와 문정원(50.61%)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 정관장에게 '2인 리시브'는 너무 위험한 모험수라는 뜻이다.

결국 정관장이 다음 시즌 메가와 부키리치의 쌍포가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둘 중 한 선수가 아웃사이드히터로 변신하는 희생이 필요하다. 만약 둘 중 한 명이 서브리시브에 참여한다 해도 상대의 집중적인 목적타 서브를 견디지 못한다면 쌍포의 위력은 크게 반감될 수 밖에 없다. 포지션 분배를 위해 좋은 선수를 놓칠 수 없었다던 고희진 감독은 과연 다음 시즌 메가와 부키리치의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술을 들고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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