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2승 8패’ 위기의 한화...류현진, 무너진 ‘최강 선발’ 자존심 살릴까

[카토커] ‘2승 8패’ 위기의 한화...류현진, 무너진 ‘최강 선발’ 자존심 살릴까

맛돌이김선생 0 96

류현진, 30일 SSG전 선발 등판...KBO 통산 100승 재도전

개막 초 리그 1위를 달리던 파죽지세가 온데간데 사라졌다. 믿을 건 결국 에이스뿐. 한화 이글스의 에이스 류현진(37)이 30일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SSG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한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 가장 까다로운 타자로 꼽은 SSG 최정과는 12년 만에, 2013년 메이저리그에서 한 차례 맞붙었던 추신수와는 11년만에 투타 대결을 벌이게 된다.

2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T의 경기, 5회말 수비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한화 류현진. 수원=허상욱 스포츠조선 기자
1승만 올리면 KBO 통산 100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되지만, 류현진에겐 당장 개인 통산 100승보다 팀의 1승이 더 간절하다. 지난 주말(26~28일) 두산과의 3연전에서 1승 2패, 최근 10경기에서 2승 8패를 기록했다. 시즌 초 1위였던 리그 순위는 8위까지 추락했다. 한화 팬들은 “‘고산병이 힘들다’고 농담할 때가 그립다”고 하소연한다.

최근 부진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발진이 예상보다 고전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류현진이 한화에 복귀했을 때만해도 전문가들은 한화를 이번 시즌 ‘5강(强)’으로 꼽았다. “류현진-페냐-문동주-산체스-김민우로 이어지는 선발투수 라인업은 10개 구단 중 최강”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실제로 이들이 시즌 초 나란히 호투하면서 한화도 상승세를 달렸다.

하지만 이달 4일 8승 고지를 찍은 후 분위기가 돌변했다. 지난 5일부터 5연패, 12일부터 3연패, 20일부터 6연패를 기록했다. 지난 5일부터 28일까지 단 4승밖에 챙기지 못했다. 특히 연패 행진이 시작된 지난 5일 경기는 류현진이 키움을 상대로 4와3분의1이닝동안 9실점하며 무너진 경기였다.

2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두산의 경기에서 4회 3점 홈런을 허용한 한화 문동주./대전=송정헌 스포츠조선 기자
다른 선발투수들도 차례차례 부진에 빠졌다. 선발진 중 페냐가 유일하게 3승이고, 나머지는 다 1승에 그치고 있다. 특히 ‘미래의 에이스’로 불린 문동주는 지난 28일 두산전에서 3과3분의1이닝 동안 홈런 3개를 포함해 10피안타 9실점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선발진들의 구위가 전체적으로 떨어진 게 확연하다”고 말했다. 당장 구속(球速)만 봐도 그렇다. 페냐를 제외하면 한화 선발투수들의 최근 경기에서 던진 직구 구속은 시즌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류현진은 시즌 첫 등판에서 직구 평균 구속이 143.6km/h였던 지난 24일 패전한 KT전에서 직구 평균 구속이 139.8km/h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이 150km/h를 넘었던 문동주는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이 149km/h로 떨어졌고, 특히 부진했던 지난 28일 두산전에서는 직구 평균 구속이 146.8km/h까지 떨어졌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지난 스프링캠프부터 구속이 잘 올라오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구속을 포함해 구위가 떨어지면서 피안타와 볼넷이 늘고, 특히 이닝당 출루율(2.21)이 2를 넘어가니 이닝을 소화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지난 시즌 워낙 잘 던지다보니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선발 투수 2년차 징크스에 빠진 듯한 모습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개막 초 활약했지만 팔꿈치 수술로 인해 시즌 아웃된 한화 김민우/대전=박재만 스포츠 조선 기자
한화 선발진 중 경기당 평균 5이닝을 소화해주는 건 류현진과 산체스 정도. 하지만 류현진도 지난 11일 두산전에서 승리한 후에는 불안불안한 모습이다. 시즌 초 쾌조의 컨디션을 보인 5선발 김민우가 부상으로 팔꿈치 수술을 받게 되면서 시즌 아웃되는 악재도 겹쳤다. 올 시즌 혜성처럼 등장해 매경기 호투하던 황준서도 지난 26일 두산전에서는 3과3분의 2이닝동안 6실점으로 무너졌다. 한 해설위원은 “황준서는 신인이라 위기 상황에선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양상문 위원은 “최근 포수 최재훈이 부상당하면서 투수들과 호흡을 많이 맞추지 못한 이재원, 박상언이 돌아가면서 포수를 볼 수밖에 없다보니 투구 내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선발이 흔들리면서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니 자연히 불펜에도 부하가 걸린다. 한화 불펜 한승혁의 경우 개막 후 초반에는 경기당 14~15개의 공을 던지며 매번 호투했지만, 지난 14일 기아전에서 32개를 던진 후 투구 수가 늘기 시작해 21일, 23일, 26일 경기에서는 26~31개의 공을 던졌다. 그 사이 3점대였던 평균 자책점은 7점대로 나빠졌다.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와 키움의 경기, 4회초 한화 노시환이 안타를 치고 있다. 고척=허상욱 스포츠조선 기자
타선이 터지는 날에는 불펜이 무너지고, 불펜이 버텨준 날에는 타선이 침묵하는 등 투타밸런스도 깨졌다. 개막 초 맹타를 휘두르던 외인 페라자는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지난 시즌 홈런왕 노시환은 지난 6일 시즌 5호 홈런 이후 침묵 중이다. 지난 시즌 23개 홈런을 친 채은성도 올 시즌엔 2홈런에 타율도 0.233으로 부상 등으로 인해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류현진에게 의지하고픈 무의식부터 떨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해설위원은 “류현진이 오기 전에는 연패 상황에서 ‘우리가 부족한 걸 어떻게 메울까’라고 봤을텐데, 지금처럼 매경기 만원 관중이 오는 가운데 연패가 계속되면 ‘현진이형이 와도 안되는데 어떡하냐’라는 심리적 동요감이 앞설 수 있다”며 “류현진이 에이스다운 역할을 해줘야 하지만, 동시에 다른 선수들도 그런 심리적 동요나 무의식, 부담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침체된 분위기를 되돌리려면 현재로선 승리 외에는 별다른 해법이 없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에이스’ 류현진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양상문 위원은 “일단 포스트시즌처럼 총력전으로 승수를 좀 쌓으면서 분위기 반전을 한 뒤 재정비를 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게 나아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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