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잇몸으로 정말 잘 버텼는데, 그 잇몸에 피가 나기 시작했다...키움의 운명은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키움 홍원기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4.26/[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잇몸 상처는 한 번 나면 치유가 쉽지 않은데….
돌풍을 일으키나 했다. 감동적인 스토리 야구가 펼쳐졌다.
하지만 화려했던 불꽃은 오래가지 못했다. 얇은 선수층의 한계가 팀을 덮쳤다.
키움 히어로즈 얘기다. 지난 시즌 최하위 멍에를 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팀의 주축이던 이정후, 안우진, 최원태, 임창민 등이 팀을 떠났다.
타선은 그렇다 치고, 투수가 없었다. 엄살이 아니었다. 당장 스프링캠프에서 정해진 토종 선발이 전무했다. 불펜도 어떻게 꾸릴 지 예측조차 할 수 없었다. 조상우, 김재웅 정도가 확실한 필승 카드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
개막 4연패를 당했다. 여기저기서 "현실은 어쩔 수 없구나"라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곧바로 7연승 대반전을 이뤄냈다. 크게 치는 타자는 없지만, 나름 짜임새 있는 타선이 상대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과 키움의 경기. 4회초 4실점 후 교체되는 키움 선발투수 하영민.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4.28/가장 큰 동력은 하영민, 김선기 두 토종 선발들이었다.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하영민은 지난달 30일 LG 트윈스전 첫 등판을 시작으로 3연승을 달렸다. 김선기 역시 첫 등판 NC 다이노스전에서 패한 이후 3경기에서 5이닝 1실점-5이닝 1실점-6이닝 1실점의 역투를 펼쳤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 헤이수스가 영점을 잡으면서 엄청난 구위를 뽐냈다. 선발진이 제대로 돌아가자, 그 어떤 팀과도 싸워볼 만 했다.
고졸 신인들도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줬다. 전준표, 김윤하, 김연주 등이 개막 후 필승조로 활약했다. 손현기는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유격수 이재상도 강한 어깨와 장타력을 과시했다.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와 키움의 경기, 키움 선발투수 김선기가 역투하고 있다. 고척=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4.07/하지만 신바람을 내던 선수들이 하나둘 씩 주춤하면서 잘 버텨오던 키움도 무너지고 있다.
7연패 늪이다. 잘해주던 하영민이 28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3⅓이닝 6실점(5자책점)으로 무너지며 연패를 끊어주지 못했다. 김선기는 2경기 연속 부진으로 2군행을 통보받았다.
위에 언급했던, 개막 엔트리에 들었던 신인 5명은 28일 엔트리에 단 1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구위 좋고, 패기 좋았지만 결국 1군 무대에서의 한계를 보였다. 신인은 내야수 고영우만 1군에 남아있다.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키움 김인범이 역투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4.26/없는 살림에, 잇몸으로 버텼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하지만 그 잇몸에 상처가 났다. 피가 나기 시작했다. 강한 치아를 끼워넣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다른 잇몸 역할을 할 선수를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 그나마 다행인 건, 선발진 김인범과 28일 삼성전에서 홈런을 친 외야수 변상권 등이 무력 시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키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당장 연패를 끊는 게 시급하다. 이번주 최하위권 두 팀 롯데 자이언츠, KT 위즈와 6연전을 치른다. 여기서 반등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