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V리그 '마지막 토종 득점왕' 한송이의 은퇴

[카토커] V리그 '마지막 토종 득점왕' 한송이의 은퇴

촐싹녀 0 105

V리그 최고령 선수 정대영에 이어 한송이도 현역생활을 마감한다.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구단은 26일 보도 자료를 통해 팀의 맏언니인 미들블로커 한송이가 2023-2024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한송이는 "꿈 같은 시간이었다. 지난 7년간 정관장에서 받은 과분한 사랑에 행복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항상 응원해주신 팬 분들 덕분에 즐겁게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다. 좋은 모습으로 팬 분들께 다시 인사 드리겠다"고 은퇴소감을 밝혔다.

수원전산여고(현 한봄고)를 졸업한 한송이는 2002년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하며 성인배구에 뛰어 들었다. 프로 출범 후 도로공사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GS칼텍스 KIXX, 정관장까지 네 팀을 거친 한송이는 프로에서만 정확히 20시즌을 소화했다. 아웃사이드히터로 시작했다가 미들블로커로 포지션 변신에 성공한 한송이는 2007-2008 시즌 득점 1위에 이어 2020-2021 시즌에는 블로킹 1위에 오르며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냈다. 



김연경 꺾고 득점왕 올랐던 아웃사이드히터

'배구여제'로 불리는 김연경(흥국생명)은 V리그에서 활약한 7번의 시즌 동안 6번의 정규리그 MVP를 휩쓸었을 정도로 독보적인 커리어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천하의 김연경도 득점왕을 차지한 시즌은 루키였던 2005-2006 시즌 한 번뿐이었다. 2006-2007 시즌부터 V리그 여자부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되면서 득점 부문은 언제나 높은 공격점유율을 책임지는 외국인 선수들의 전유물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도입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07-2008 시즌 도로공사에서 활약하던 아웃사이드히터 한송이가 28경기에서 692득점을 기록하면서 649득점의 김연경을 제치고 득점왕에 등극했다. 이는 2023-2024 시즌 현재까지도 토종선수의 마지막 득점왕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만큼 도로공사 시절의 한송이는 김연경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공격력을 갖춘 아웃사이드히터였다는 뜻이다. 


2007-2008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한송이는 1억5000만원의 당시 역대 FA최고액을 받으며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다. 한송이는 흥국생명 이적 후 무릎과 발목 부상으로 도로공사 시절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2008-2009 시즌 챔프전 우승을 통해 커리어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한송이는 2010-2011 시즌에도 김연경과 황연주(현대건설 힐스테이트)가 차례로 팀을 떠나며 전력이 약해진 흥국생명을 챔프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한송이는 2011년 FA자격을 얻어 GS칼텍스로 이적했다. 2012년 컵대회에서 GS칼텍스를 우승으로 이끌며 MVP에 선정된 한송이는 2013-2014 시즌 커리어 두 번째이자 마지막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정대영이 도로공사로 이적한 2014-2015 시즌부터 미들블로커로 포지션을 변경한 한송이는 배유나마저 떠난 GS칼텍스의 중앙을 지키면서 이소영(IBK기업은행 알토스)과 함께 팀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16년 12월 차상현 감독 부임 이후 GS칼텍스는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고 한송이도 이에 휩쓸려 2017년 6월 KGC인삼공사(현 정관장)로 트레이드됐다. 한송이는 인삼공사 이적 첫 시즌 아웃사이드히터로 컴백했지만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한송이에게 체력소모가 심한 아웃사이드히터 컴백은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한송이는 2019-2020 시즌 미들블로커로 다시 돌아가며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양효진 블로킹 12연패 저지한 주인공 


2019-2020 시즌 25경기에서 230득점과 함께 세트당 0.64개의 블로킹을 기록한 한송이는 2019-2020 시즌 미들블로커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한송이는 이 기세를 몰아 2020-2021 시즌 세트당 0.7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면서 11시즌 연속 블로킹 여왕을 차지했던 양효진(현대건설)을 꺾고 데뷔 첫 블로킹 여왕에 등극했다. 아웃사이드히터에 이어 미들블로커로도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로 인정 받은 것이다.

하지만 한송이는 2021-2022 시즌 135득점에 세트당 0.52개의 블로킹, 2022-2023시즌 112득점에 세트당 0.43개의 블로킹으로 성적이 떨어졌다. 결국 한송이는 2023-2024 시즌 후배 박은진과 정호영에게 주전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렇게 2023-2024 시즌 벤치멤버로 활약하며 21경기에서 24득점을 기록한 한송이는 정관장 이적 후 첫 봄 배구 진출이라는 아름다운 추억을 남긴 채 현역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대표팀의 막내로 출전했을 정도로 대표팀에서도 오랜 기간 활약했던 한송이는 김연경과 함께 대표팀의 왼쪽을 지키며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 특히 김연경이 많은 공격점유율을 책임져야 했던 대표팀에서 서브리시브를 전담한 한송이의 '희생'이 없었다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과 2012년 런던 올림픽 4강,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같은 성과는 없었을지 모른다.

특히 김연경과 함께 대표팀의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했던 2012년 런던 올림픽은 국가대표 한송이의 '인생대회'라고 표현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3-0으로 승리한 브라질과의 조별리그에서 16득점, 3-1로 승리한 이탈리아와의 8강전에서 17득점을 기록하며 대표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102득점을 올린 한송이는 올림픽 기간 동안 8경기에서 41.63%의 리시브 점유율과 함께 54.98%의 높은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다.

V리그 원년부터 2023-2024 시즌까지 20시즌을 소화한 한송이는 출전경기 2위(1위는 흥국생명 김수지의 587경기)와 득점 5위(5882점)의 기록을 남기고 정든 코트를 떠난다. 물론 한송이의 득점기록은 2023-2024 시즌까지 5501득점을 기록한 김연경에게 금방 추월 당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성실하고 꾸준한 플레이로 팬들은 물론 동료들에게도 평판이 매우 높았던 한송이는 실력과 인성을 겸비했던 선수로 배구팬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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