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생애 첫 태극마크 단 김영준의 소감 “앞으로의 배구 인생 위해, 많은 걸 보고 배울게요”
“영준이는 국가대표도 될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던 신영철 전 감독의 말이 현실이 됐다.
대한배구협회는 16일 2024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을 대비하기 위한 강화훈련에 참가할 16명의 선수를 선발 및 발표했다. 이사나예 라미레스 대표팀 신임 감독이 소집한 첫 번째 대표팀이다.
16인 명단에는 새로운 이름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베로 발리 몬자에서 뛰고 있는 이우진과 인하대학교에서 뛰고 있는 최준혁처럼 V-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들도 포함됐고, 신호진-한태준처럼 지난 시즌의 좋은 활약을 바탕으로 성인 대표팀에 처음 이름을 올린 선수들도 있다.
그리고 후자에 해당하는 선수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리베로 김영준이다. V-리그에서의 3년차 시즌을 맞은 김영준은 허리 부상으로 고전한 오재성의 뒤를 받치며 준주전급 선수로 발돋움했고, 31경기‧93세트에 출전하며 52.26%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김영준은 라미레스 감독의 선택을 받으며 박경민과 함께 국가대표 리베로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26일 <더스파이크>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김영준은 “시즌이 끝나고 나서 본가인 옥천에 내려왔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했고, 모교에 방문해서 선생님들께 인사도 드렸다. 후배들과 배구도 했고, 가족들과 여행도 다녔다”며 시즌 종료 후의 근황을 먼저 소개했다.
“3년차 밖에 안 되긴 했지만, 최고의 시즌이었다”고 지난 2023-24시즌에 대해 운을 뗀 김영준은 “(오)재성이 형의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주전으로 나서게 됐지만, 나름 내 역할을 잘 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그 자신감을 유지한 채로 시즌을 잘 치를 수 있었다. 앞으로는 더 나은 시즌도 치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됐다”며 긍정적으로 시즌을 돌아봤다.
김영준의 언급처럼, 그가 출전시간을 충분히 부여받을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는 오재성의 몸 상태 악화였다. 다행히 오재성은 김영준이 버티는 동안 조금씩 컨디션을 회복했고, 두 선수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함께 시즌을 마무리했다. 김영준은 “재성이 형은 너무 많은 도움이 되는 사람이다. 코트 안에서는 늘 보고 배울 점이 있는 선수고, 코트 밖에서는 말을 정말 예쁘게 하면서도 친근하게 장난도 쳐주는 좋은 형이다. 앞으로도 형에게 잘 배우면서, 또 선의의 경쟁에서는 승리하고 싶은 욕심이 든다”고 오재성에게 고마움을 표함과 동시에 건강한 승부욕을 드러냈다.
김영준에게 2023-24시즌에 치른 경기 중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그는 망설임 없이 두 경기를 꼽았다. 처음으로 꼽은 경기는 1라운드 현대캐피탈전이었다. 그는 “그 날이 내 생일이었고, 또 첫 선발 출전 경기였다. 그런데 경기가 잘 돼서 인터뷰실까지 처음으로 들어가 본 날이라 기억이 난다”고 이유를 소개했다. 또 하나의 경기는 5라운드 OK금융그룹전이었다. 김영준은 “이 경기는 교체로 들어간 경긴데, 모든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하면서 힘든 경기를 풀세트 끝에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다”고 당시 경기를 돌아봤다.
김영준이 이렇게 뜻깊은 시즌을 치를 수 있었던 데에는 신영철 전 감독의 덕도 빼놓을 수 없다. 신 전 감독은 김영준의 잠재력을 늘 높게 평가했고, “향후 국가대표팀에도 뽑힐 수 있는 선수”라는 언급까지 한 바 있다. 김영준은 “감독님이 정말 열정적으로 지도해주셨다. 잘 못하는 게 있으면 하나하나 세심하게 짚어주셨다. 감독님과 함께 자세를 교정하는 과정이 되게 힘들었는데, 그게 몸에 익으면서 좋은 실력이 나오기 시작했던 것 같다. 저의 프로에서의 첫 스승님이셨는데, 함께 할 수 있어 큰 영광이었다”며 신 전 감독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신 전 감독의 말대로, 김영준은 이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그는 “처음에는 좀 얼떨떨했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니, 너무 감사한 일이다. 유스 대표팀에도 뽑혀본 적이 없어서, 진짜 처음 달아보는 태극마크다. 부담도 되는 게 사실이지만, 앞으로의 배구 인생을 위해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대표팀 합류 소감을 전했다.
첫 대표팀 승선이 긴장될 수도 있지만, 다행히 김영준은 든든한 우리카드 동료들 세 명(이상현, 한태준, 김지한)과 함께 진천으로 향한다. 그는 “늘 함께 해온 선수들이라 아무래도 좀 편할 것 같다. 진천에 들어가서 운동할 때도 넷이서 함께 노력하면 금방 적응할 것 같다. 특히 대표팀이 처음인 나와 (한)태준이는 경험자들(이상현, 김지한)에게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든든한 마음을 밝혔다.
우리카드의 새로운 외국인 감독 마우리시오 파에스는 이란 대표팀의 잔여 일정을 소화한 뒤 7월 중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다. 따라서 김영준에게는 대표팀 감독인 라미레스 감독이 처음 만나는 외국인 감독이다. 그는 “외국인 감독의 훈련 방식이나 경기 운영을 경험해보는 건 재밌을 것 같다. 소속팀 감독님을 뵙기 전에 미리 체험해보는 느낌일 것 같다”며 유쾌하게 기대감을 표했다.
끝으로 김영준은 “대표팀의 일원이 된 만큼, 최종 명단에 포함된다면 팀에 보탬이 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설사 경기에 뛰지는 못하더라도 뒤에서 동료들을 응원하고 돕는 역할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3년차에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든 데 이어 국가대표 리베로 타이틀까지 달게 된 김영준의 거침없는 상승기류가 AVC 챌린지컵이 치러질 6월의 바레인에서도 멈추지 않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