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투잡 감독, 낡은 전술, 불통 협회… 한국축구 망친 3가지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이럴 줄은 몰랐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34위. 한국은 23위다. 그런데 이날은 순위가 바뀐 듯 했다. 황선홍(56)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23세 이하) 남자 축구 대표팀은 26일(한국 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4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에 승부차기 끝에 무릎을 꿇었다. 전후반과 연장전을 2대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2번 키커까지 가는 접전 끝에 10대11로 패퇴했다. FIFA 랭킹이 성인 대표팀 기준이긴 하지만 전반적인 축구 경쟁력을 설명하는 지표로 통하기 때문에 이날 패배는 충격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는 한국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았던 신태용(54) 감독이 이끄는 팀이다.
이날 분패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은 물거품이 됐다. 1984 LA 올림픽 이후 40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됐다. 이번 대회 1~3위가 파리 올림픽 본선 직행, 4위는 아프리카 기니와 플레이오프를 가져 이기면 나가는데 그 단계에 이르지도 못했다. 한국은 U-23 대표팀 역대 전적에서 인도네시아에 5전 전승을 기록 중이었는데 첫 고배도 들었다. 성인 대표 전적에선 한국이 1975년 8월 경기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에 17연승을 거두고 있다.
한국은 이날 인도네시아를 맞아 수비 5명을 후방에 세우는 소극적 전술을 사용했다. 한 수 아래라는 인도네시아가 되레 적극적인 전방 압박을 통해 공격 축구를 들고나왔다. 전반 15분 인도네시아 라파엘 스트라윅(네덜란드 덴하흐)이 페널티 에어리어 앞에서 멋진 중거리슛으로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전반 45분 문전 헤더가 상대 수비를 맞고 들어가면서 동점을 이뤘지만, 곧바로 3분 뒤 스트라윅에게 다시 한 골을 허용했다. 후방에서 길게 공중으로 공이 넘어왔는데, 골문 앞에서 수비수들이 머뭇댄 탓이었다. 그 뒤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다 후반 25분 이영준(상무)이 상대 공을 뺏으려 하는 과정에서 발을 밟는 바람에 퇴장당하면서 수적 열세까지 떠안게 됐다.
절체절명 탈락 위기에서 한국은 후반 39분 정상빈(미국 미네소타)이 침투 패스를 받아 골키퍼를 앞에 두고 오른발로 구석에 차넣으면서 다시 균형을 맞췄다. 가까스로 들어간 연장에서 한국은 수비에 집중하면서 승부차기를 노리는 편법을 택했다. 다행히 실점하지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갔으나 승부차기에서 골키퍼가 단 한 골도 막지 못하면서 끝내 좌절했다. 한국은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슈팅 수 8-21, 유효 슈팅 수 2-5, 볼 점유율 47-53(%) 등 경기 내용 면에서도 완전히 밀렸다. 후반 막판 황 감독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당하기도 했다.
이번 ‘도하 참사’는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애초 공격수 배준호(스토크시티)와 양현준(셀틱), 수비수 김지수(브렌트퍼드) 등 유럽에서 뛰는 핵심 전력들이 소속팀 반대로 합류하지 못한 채 임했다. 황 감독 경기 운영도 화를 불렀다. 황 감독은 조별 리그 1·2차전에서 3골을 터뜨린 스트라이커 이영준을 일본과 3차전에 빼고 휴식을 취하게 했는데도 이날 선발로 쓰지 않았다. 명재용 수석코치는 “연장 승부까지 고려해 이영준을 후반에 넣었다”고 했다.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처음부터 연장을 생각했다는 점이나 191㎝ 장신 이영준이 빠져 있는데 계속 측면 크로스를 고집한 경기 운영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황 감독은 2021년 9월부터 U-23 대표팀을 맡아 2년 6개월 동안 파리 올림픽을 향해 달려 왔는데 결국 본선 무대도 밟지 못했다. 특히 지난달 태국과 월드컵 2차 예선 2연전에 임시 A대표팀 사령탑을 수락하면서 그 사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서아시아 U-23 챔피언십 현장에 함께하지 못하는 등 대회 준비에 소홀했다는 ‘투 잡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