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세사르와 2년 허송세월, 여전히 그리운 김연경…어깨 무거운 신임 감독

[카토커] 세사르와 2년 허송세월, 여전히 그리운 김연경…어깨 무거운 신임 감독

촐싹녀 0 71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 은퇴 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력 약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지만, 감독의 무책임한 태도가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이탈리아) 감독은 지난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김연경, 김수지(이상 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 '황금 세대'를 앞세워 4강 신화를 이뤘다. 하지만 대회를 마친 뒤 황금세대들이 잇따라 태극마크를 반납하면서 세대교체가 불가피했다.

라바리니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세사르 에르난데스(스페인) 감독에게 큰 숙제가 주어진 셈이었다. 하지만 세사르 감독은 대표팀에 전념해도 모자랄 판에 튀르키예 여자 배구 바키프방크 코치직을 겸임하느라 본인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

소속팀 일정 탓에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럴 때마다 코칭 스태프와 화상회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코트 안에서는 소통의 결과물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세대교체에 따른 과도기라 해도 지나치게 부진한 성적이었다.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지난 2022~2023년 2년 연속 전패의 수모를 당했고, 2023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역대 최저 성적인 6위에 그쳤다. 지난해 9월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에 노메달에 그치는 등 줄곧 낙제점만 받았다.

그럼에도 늘 "성장하고 있다"면서 자화자찬한 세사르 감독이다. 하지만 여자 대표팀은 2020 도쿄 올림픽 4강 신화를 이룬 뒤 FIVB 세계 랭킹에서 11위에 올랐으나, 세사르 감독 부임 후 무려 29계단 미끄러진 40위까지 추락했다. 성과 없이 성장만 외친 탓에 떠안은 쓰라린 성적표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에 대한배구협회는 리빌딩에 일가견이 있는 페르난도 모랄레스(42) 감독을 새롭게 선임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모랄레스 감독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세대교체로 인해 전력이 약화된 푸에르토리코 대표팀을 현재 세계랭킹 16위로 끌어올리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특히 지난해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예선전에서는 4승 3패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모랄레스 감독은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의 실력을 봤을 때 여자 대표팀은 더 높은 곳에 있어야 한다"면서 "세계 랭킹을 끌어 올리고, 국제 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여자 대표팀은 오는 5월 14일부터 19일까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28일부터 6월 2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6월 11일부터 16일까지 일본 후쿠오카에서 개최하는 2024 VNL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진천선수촌에 소집돼 대비 훈련을 실시했다.

첫 시험대를 앞둔 모랄레스 감독은 "국제 대회에서 성공적인 경기를 하려면 모든 공격 자원이 가동돼야 한다"면서 "한 선수가 40점 이상을 기록하는 것은 어렵다. 고른 득점 분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피지컬과 체력이 좋은 팀이 아니기 때문에 낮고 빠른 공격으로 전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모랄레스 감독이 강조한 부분은 '소통'이었다. 그는 "코치와 선수 사이에서 좋은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번에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한 선수들이 있는데,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대표팀에 오고 싶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선수 차출 문제로 V리그 구단과 갈등을 빚은 세사르 전 감독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모랄레스 감독은 "부상 선수들에 대해 구단과 소통하고 있다"면서 "구단과 소통이 잘 이뤄져야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 구단 감독님들이 진천선수촌을 방문해 훈련을 보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V리그 구단 감독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모랄레스 감독의 노력이 엿보였다.

여자 대표팀은 김연경을 비롯한 황금세대들의 은퇴 후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모랄레스 감독은 "세대교체에는 적응 과정과 과도기가 따르기 마련"이라면서도 "지난 2년 동안 과도기를 겪었는데, 3년 차인 올해는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실시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김연경이 없지만 한 팀으로 뭉친다면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끝으로 모랄레스 감독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배구의 부흥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푸에르토리코에서도 세대교체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도전적인 자세로 받아들이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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