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정상에 선 현대건설, 선수단 구성부터 명품 조연들의 활약까지 빈 틈 없었다
현대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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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5 04:18
이보다 후련히 시즌을 돌아볼 수 있는 팀이 있을까. 현대건설의 2023-24시즌은 멋졌다.
도드람 2023-2024 V-리그가 막을 내렸다. 남자부와 여자부의 엔딩이 비슷했다. 여자부는 1일 현대건설이 흥국생명을 꺾으며, 남자부는 2일 대한항공이 OK금융그룹을 꺾으며 각각 3연승으로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그렇게 누군가는 환희의 웃음을 지으며, 누군가는 아쉬움의 눈물을 감추며 시즌이 끝났다.
시즌이 모두 끝난 지금은 각 팀이 이번 시즌 어떤 결과를 맞이했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살펴보며 전체적인 복기를 해보는 결산 시간을 가져보기 좋은 시기다. <더스파이크>가 가장 먼저 시즌 결산을 내볼 팀은 여자부의 통합우승 달성 팀,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 정규리그 1위(26승 10패, 승점 80) - 챔피언결정전 우승(VS 흥국생명, 3승)
알짜배기 자원들부터 대미를 장식한 MVP까지, 결과적으로 대성공한 선수단 구성
현대건설의 시즌 시작 전 선수단 구성은 그리 녹록치는 않았다. 팀의 주장이자 핵심 리시브 자원으로 활약한 황민경이 IBK기업은행으로 떠났고, 이다현-정지윤-김다인-김연견이 국가대표팀 일정으로 인해 팀에 맞는 컨디션 관리를 할 수 없었다. 심지어 정지윤은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하며 시즌 초반 결장이 불가피했다. 고예림 역시 무릎 수술의 여파로 인해 회복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강성형 감독은 어떻게든 활로를 찾았다. 황민경의 보상선수로 김주향을 영입했고,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에서 고민지를 데려왔다. 여기에 2순위의 행운을 얻은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도 아웃사이드 히터 위파위 시통(등록명 위파위)을 지명하며 아웃사이드 히터 뎁스를 최대한 두텁게 만들었다. 이는 대성공이었다. 정지윤과 고예림이 없는 동안 김주향-고민지는 알짜 활약을 펼쳤다. 고민지는 두 선수의 복귀 이후에도 날카로운 서브와 수비 감각을 앞세워 서베로로 나섰다. 위파위는 부친상과 부상으로 흔들렸던 몇몇 기간을 제외하면 든든한 주전으로 인상적인 시즌을 소화했다.
강 감독은 한 시즌의 농사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V-리그 경력자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를 선택했다. 이 선택은 ‘신의 한 수’로 아마 오랫동안 회자될 듯하다.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의 부상으로 어려운 시즌을 보냈던 경험이 있는 강 감독은 공격력과 내구도를 모두 겸비한 선수를 원했고, 이에 부합하는 선수였던 모마는 시즌 내내 큰 부상 없이 자리를 지켰다. 이후 치러진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마는 그야말로 전설이 됐다. 3경기에서 47.49%의 공격 성공률로 무려 109점을 터뜨리며 팀에 통합 우승을 안겼다. 그리고 본인은 챔피언결정전 MVP의 영예까지 안았다. 부상을 메꾸기 위한 뎁스 강화부터, 외국인 선수 선발까지 모든 것이 결과적으로는 대성공이었던 것이다.
‘속공-블로킹 1위’ 통합우승 견인한 중앙과 높이의 힘, 그러나 보완할 부분은 있다
정규리그의 팀 기록을 살펴보면, 현대건설의 이름이 맨 위에 있는 두 가지의 득점 부문 항목이 눈에 띈다. 바로 속공과 블로킹이다. 현대건설의 팀 속공 성공률은 53.65%다. 여자부에서 유일하게 50%를 넘긴 팀이다(2위 정관장 49.9%). 양효진의 속공과 오픈 공격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공격 수치도 일부 포함된 수치지만, 중앙에서의 화력이 타 팀보다 압도적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다현 역시 컨디션이 받쳐줄 때면 여자부에서 가장 날카롭고 막기 힘든 속공을 구사했다.
블로킹의 경우 세트 당 2.39개를 잡아냈다. 2위 IBK기업은행(세트 당 2.34개)과의 차이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리그 1위 기록이다. 실제로 정규리그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 양효진과 이다현, 그리고 사이드 블로커들이 잡아내는 결정적인 블로킹은 늘 현대건설이 경기의 흐름을 장악하는 최대 무기였다. 다만 유효 블록 부분에서는 약간의 아쉬움도 남았다. 블로킹 2위 팀 IBK기업은행과 똑같이 141세트를 소화했지만, 유효 블록 개수는 934개-1024개로 90개가 뒤처졌기 때문이다.
이동공격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양효진은 이동공격을 쓰지 않는 미들블로커기 때문에 현대건설의 팀 이동공격 스탯은 이다현의 개인 스탯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현대건설은 37.74%의 이동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4위에 그쳤다. 이동공격을 시즌 내내 6번밖에 쓰지 않은 GS칼텍스를 제외하면 3위에 해당하는데, 속공과 블로킹 순위에 비해서는 다소 낮은 순위다. 실제로 이다현과 김다인의 이동공격 호흡은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 만약 유효 블록과 이동공격까지 보완된다면, 양효진-이다현을 위시한 현대건설의 블로커 라인은 다음 시즌에도 엄청난 위용을 뿜어낼 전망이다.
난세의 영웅이 됐던 김사랑, 가장 높은 곳에서 가치를 증명한 한미르
영광스러운 결과에 대한 평가를 할 때는 그 주연들에게 이목이 집중되기 마련이지만, 주연들의 뒤편에서 항상 알토란같은 역할을 해낸 조연들을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된다. 현대건설의 이번 시즌을 돌아볼 때 명품 조연이라 할 수 있는 선수들로는 김사랑과 한미르를 꼽을 수 있다.
김사랑은 지난 2023년 12월 20일, 흥국생명과의 이른바 ‘승점 6점짜리’ 경기에서 깜짝 선발로 나섰다. 전술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주전 세터 김다인이 독감으로 인해 결장하면서, 막중한 임무를 갑작스럽게 맡게 됐다. 김사랑의 선발 소식이 전해진 뒤, 현대건설의 승리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점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김사랑은 대반전을 선보였다. 섬세한 컨트롤이나 분배는 김다인에 비해 아쉬웠을지 몰라도, 2년차 답지 않은 과감함을 앞세워 강팀 흥국생명을 꺾는 데 크게 일조했다. 이 경기는 현대건설의 정규리그 36경기를 돌아봤을 때 가장 극적인 승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그 중심에 김사랑이 있었다.
그런가하면 한미르는 시즌 내내 팀의 주력 원 포인트 서버로 활약했다. 한미르는 원 포인트 서버가 갖춰야 할 거의 모든 덕목을 고루 갖춘 선수다. 강하지는 않지만 코스 공략에 능하고 구질이 까다로운 서브를 구사하고, 후위에서의 디그 능력도 상당하다. 게다가 세터 출신이라서 2단 연결에도 강점이 있다. 이 강점들은 정규리그에서도 빛났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시리즈 동안 총 28번의 서브를 구사했고, 서브 득점 2개를 터뜨렸다. 범실은 단 하나였다. 3차전 5세트에는 한미르의 서브 차례에서 경기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한미르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가치를 한껏 증명하며 명품 조연으로 거듭났다.
비시즌의 전략적인 선수단 구성부터 팀의 최대 무기인 높이의 활용, 명품 조연들의 활약까지 현대건설은 많은 것들이 착착 맞아떨어지는 시즌을 보냈다. 그 결과는 통합우승이었다. 이제 그들은 기쁜 마음으로 숨을 고른 뒤 2년 연속 통합우승이라는 다음 목표를 정조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