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행복을 주고 싶다” 37세 사령탑 틸리카이넨, 한국서 새 역사 썼다
핀란드에서 온 1987년생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고 V-리그 새 역사를 썼다. V-리그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외인 사령탑 맞대결에서도 틸리카이넨 감독이 웃었다.
대한항공은 2일 오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금융그룹과 도드람 2023-2024 V-리그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3-2(27-25, 16-25, 21-25, 25-20, 15-13) 극적인 승리를 신고했다. 세트 스코어 1-2 상황에서 4, 5세트 뒷심을 발휘하며 마지막에 포효했다.
안방에서 열린 1, 2차전에서 각각 3-1, 3-0 승리를 거두며 유리한 고지에 오른 대한항공. 100% 확률을 이어갔다. 4회 연속 통합우승과 동시에 V5를 달성했다. 이제 유니폼에 새겨진 별은 5개가 됐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2021년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에 이어 대한항공의 제8대 사령탑이 됐다. 1985년생 한선수, 유광우보다도 나이가 적은 감독이다. 그럼에도 일본에서 경험을 쌓으며 아시아 배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그는 2010년부터 지도자의 길에 접어들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핀란드 U19 대표팀 감독을 맡았고, 핀란드와 독일 팀 지휘봉을 잡은 뒤 2017년 일본에 진출했다. 나고야 울프독스에서 4시즌 동안 팀을 이끌면서 일본 V.리그 준우승 1회, 3위 1회를 기록한 바 있다.
2021년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은 틸리카이넨 감독은 2021-22, 2022-23시즌에 이어 3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일궜다. 2019-20시즌 산틸리 감독 시절 기록을 포함해 V-리그 최초로 4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 우승 자리를 뺏기지 않았다.
기록 달성을 앞두고 경기 전에 만난 틸리카이넨 감독은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이번 시즌 목표가 새 역사를 쓰는 것이었다. 다른 팀이 하지 못한 새로운 것이다. 승패를 떠나 훨씬 더 무겁고, 중요한 것이다”며 “새로운 역사를 통해 구단주, 사무국, 선수들, 팬분들 모두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고 싶다”며 힘줘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뤄졌다. 대한항공이 챔피언결정전을 3경기 만에 마무리 지었다. OK금융그룹은 2014-15, 2015-16시즌 연속 챔피언 등극 이후 8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올랐지만, 대한항공의 벽은 높았다.
대한항공이 새 역사를 쓰기까지 위기도 있었다. ‘젊은 피’들의 활약으로 버틸 수 있었다.
올 시즌 비시즌 대표팀에 발탁된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 미들블로커 김민재가 부상으로 출발을 함께 하지 못했다.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 곽승석도 부상으로 결장한 바 있다. 2001년생 프로 3년차 아웃사이드 히터 정한용이 시즌 초반 제 몫을 해내며 공백을 지우려고 했다.
김민재가 복귀할 때까지는 조재영이 자리를 지켰고, 아포짓 링컨 윌리엄스와 교체 외국인 선수 무라드 칸이 흔들릴 때는 1999년생 국가대표 아포짓 임동혁이 맹활약했다.
2023년 V-리그 처음으로 아시아쿼터를 도입하면서 전력 평준화가 된 상황에서 대한항공 역시 상대팀들의 선전에 흔들렸다. 올 시즌 정규리그 3, 4라운드에서 3승3패를 기록하면서 라운드 순위 각각 5위, 4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이 없이 잇몸으로 버틴 대한항공이 마침내 ‘석석 듀오’ 정지석, 곽승석이 제 컨디션을 찾고 안정을 찾았고, 챔피언결정전 직전에 다시 교체한 왼손잡이 아포짓 막심 지갈로프(등록명 막심)가 어느 정도 공격 비중을 가져가면서 공격 균형을 이뤘다.
이날 경기에서도 4세트부터 나선 정한용, 임동혁이 펄펄 날았다. 정상 궤도에 오른 대한항공이 4년 연속 왕관을 쓰게 됐다. 틸리카이넨 감독도 포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