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타이거 우즈보다 스티브 스트리커 화려함 대신 꾸준한 선수 되고파”
보면 볼수록 반듯하고 듬직하다. 그래서일까. 그의 이름 앞에는 '성실의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한국 남자 골프의 대표적 '모범생' 문경준(41·NH농협은행)이다. 그는 불혹의 나이를 넘겼음에도 여전히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경준은 대표적 늦깎이 골퍼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테니스 선수 활동을 하다 그만두고 2년간 입시 준비를 해 대학에 진학한 뒤 골프와 운명적 만났다. 골프 선수가 되려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운동을 워낙 좋아해 취미로 시작했다.
하다 보니까 골프가 재미있었다. 게다가 느는 속도마저 엄청 빨랐다. 2004 년에 KPGA 정회원이 됐다. 2년 뒤인 2006년에는 투어 데뷔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노력 없이 거저 얻어진 건 없다. 문경준도 예외는 아니었다. 남다른 운동 신경으로 골프 발전 속도가 다소 빠르긴 했어도 흘린 땀방울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문경준은 “테니스를 했던 게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됐다. 안되면 될 때까지 연습했다. 골프장(스카이72) 연습생 시절에는 근력을 키우기 위해 캐디백을 내리면서 손님 몰래 백을 들고 스쿼드를 했다. 시간이 많지 않아 그렇게 짬짬이 체력 운동을 했었다”고 회고했다.
스윙과 체력훈련에만 매진한 게 아니었다. 테니스보다 정적인 운동이어서 골프를 하면 할수록 긴장이 더 됐다. 그래서 심리학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분명 여타 프로 골프들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었다.
문경준은 “프로가 되기 전에도 서울대에서 개최한 심리학 세미나에 참석했을 만큼 멘탈에 관심을 가졌다. 그런 노력으로 프로가 됐고 시드전도 빨리 통과했다”며 “그때 가졌던 골프에 대한 마음가짐과 자세는 지금도 그대로다”고 했다.
올해로 투어 18년 차가 되는 문경준의 KPGA투어 통산 승수는 2승이다. 박상현(41·동아제약), 최진호(40·코웰) 등 정상급 또래 선수들에 비하면 우승이 많지는 않다. 화려함은 분명 덜하다. 하지만 꾸준함 만큼은 누구와 견줘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그는 원동력으로 쉼 없는 공부를 꼽았다. 문경준은 “처음 프로가 됐을 때 목표했던 것은 어느 정도 이뤘다. 지금은 새로운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있다”며 “2019년 제네시스 대상 수상으로 PGA 투어, 유러피언투어 등 선진 투어를 경험하면서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했다.
문경준은 타이거 우즈(미국)를 알고 나서 골프를 시작했다. 멋있어서였다. 하지만 정작 닮고 싶은 선수는 스티브 스트리커(미국)다. 강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묵묵히 선수생활을 잘하고 있어서다. 한 마디로 자신과 닮아서다. 최근 무릎 수술을 받은 ‘시니어 최강’ 베른하르트 랑거(독일)도 닮고 싶은 선수 중 한 명이다. 앞으로 7년 후에 챔피언스투어에 가면 랑거처럼 롱런하고 싶은 바람도 있다.
‘문경준에게 있어 골프는 뭐냐’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영원히 함께할 동반자”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약간 정체돼 있다. 이럴 때일수록 버티는 게 상책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지금도 잘하고 있으니 좀 더 참고 버텨 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라며 “개막전이 열린 라비에벨CC도 올해가 처음이었다. ‘춘천가서 맛있는 닭갈비 먹어야지’라는 마음이었다. 그런 소소한 재미를 찾으려고 한다”고 했다.
물론 쉽지는 않다. 그는 “남들한테 얘기할 때는 해결책을 다 알고 있는 듯 말하면서도 정작 나한테는 뭐가 문제인지 모른다. 그러면서 혼자 막 파고든다”라며 “개막전 3라운드 때 엄청 부진하고 나서 많은 생각을 했다. 결론은 ‘내려놓자’였다”고 귀띔했다.
그 효과 때문이었을까. 문경준은 마지막 날 7언더파를 몰아치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올 상반기에는 KPGA 투어에 전념할 예정인 문경준은 18일 개막한 시즌 두 번째 대회 KPGA파운더스컵 with 한맥CC에서 통산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