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FA급 보상선수' 표승주, 정관장 최고의 선택
[여자배구] 18일 이소영의 보상선수로 국가대표 출신 표승주 지명한 정관장정관장이 국가대표 출신 아웃사이드히터를 이소영의 보상선수로 선택했다.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구단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FA자격을 얻어 IBK기업은행 알토스로 이적한 이소영의 보상선수로 아웃사이드히터 표승주를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아웃사이드히터 표승주를 데려온 고희진 감독은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게 된 것 같아 매우 기쁘다"라며 "팀에 합류하는 대로 선수들과 손발을 맞춰 다음 시즌을 잘 준비해 보겠다"라고 밝혔다.
표승주는 이번 시즌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고 35경기에 출전해 35.66%의 성공률로 434득점을 기록하며 득점 13위(국내선수 5위)와 공격성공률 11위(국내선수 3위), 리시브 효율 12위(35.16%)를 기록했다. 보상선수가 아닌 FA시장에 나왔더라도 여러 구단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만한 좋은 선수라는 뜻이다. 정관장으로서는 팀을 떠난 이소영의 보상선수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최고의 대안을 영입한 셈이다.
▲ 정관장은 이소영의 보상선수로 이소영과 2020 도쿄올림픽에 함께 출전했던 아웃사이드히터 표승주를 지명했다. |
ⓒ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
정관장의 최대고민이 된 이소영의 빈자리
정관장은 지난 2021년 4월 3년 총액 19억5000만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2021년 챔프전 MVP 이소영을 영입했다. 하지만 정관장은 이소영이 32경기에서 377득점을 올린 2021-2022 시즌과 36경기에서 457득점을 기록한 2022-2023 시즌 연속으로 4위에 머물렀다. 리그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아웃사이드히터를 영입하고도 봄 배구는 여전히 멀게만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이소영은 작년 4월 어깨수술을 받으며 이번 시즌 초반 결장이 유력해졌다.
하지만 정관장은 이번 시즌을 통해 이소영을 영입한 보람을 제대로 느꼈다. 이소영이 주전으로 나서지 못한 3라운드까지 7승11패로 중·하위권을 맴돌던 정관장은 이소영이 주전으로 복귀한 4라운드부터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 지을 때까지 16경기에서 13승3패의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비록 이소영은 시즌 막판 발목부상으로 플레이오프를 소화하지 못했지만 이소영이 없었다면 7년 만의 봄 배구 진출은 감히 상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소영은 지난 15일 기업은행과 3년 총액21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하며 2024-2025 시즌부터 대전 충무체육관이 아닌 화성 종합실내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번 시즌 맹위를 떨쳤던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와 이소영으로 이어지는 리그 최고의 아웃사이드히터 콤비도 한 시즌 만에 해체됐다. 정관장으로서는 다가올 2024-2025 시즌 중·하위권을 전전하던 1~3라운드 시절로 돌아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정관장은 FA계약을 통해 팀에 잔류한 박혜민을 비롯해 이선우, 김세인, 곽선옥 등 아웃사이드히터 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편이다. 아직 지아의 재계약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재계약이 무산되더라도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지아 못지 않은 아웃사이드히터를 선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관장의 아웃사이드히터들 중에서 팀을 떠난 이소영 대신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이소영이 떠난 지난 15일 정관장과 재계약한 박혜민은 안정된 수비에 비해 공격에서의 파워가 떨어져 높은 공격점유율을 기대하기 힘들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이선우는 공격재능은 뛰어나지만 이번 시즌 리시브효율이 14.06%에 불과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9득점으로 깜짝 활약했던 김세인은 173cm에 불과한 작은 신장 때문에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프로 14시즌 경력의 베테랑 표승주 영입
▲ 표승주는 2022년 기업은행과 두 번째 FA계약 후 지난 두 시즌 동안 963득점을 기록했다. |
ⓒ 한국배구연맹 |
지난 2010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표승주는 GS칼텍스 KIXX와 기업은행을 거치며 프로에서 14시즌을 보낸 베테랑이다. 아웃사이드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 미들블로커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리그 최고의 '멀티플레이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자신의 포지션을 잡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표승주는 데뷔 후 지난 시즌까지 한 번도 올스타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표승주는 2019년 FA자격을 얻어 기업은행으로 이적하면서 아웃사이드히터로 자리 잡았지만 세 시즌 동안 850득점을 기록하면서 다소 아쉬운 활약에 머물렀다.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4강멤버로 활약했지만 당시 표승주의 자리는 주전이 아닌 김연경(흥국생명)과 박정아(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김희진(기업은행)을 보좌하는 벤치멤버였다. 하지만 2022년 기업은행과 두 번째 FA계약을 체결한 후 표승주는 비로소 꽃을 피웠다.
2022-2023 시즌 36경기에 출전해 529득점을 기록하며 김연경(669점)에 이어 국내 선수 득점 2위(전체 7위)를 기록한 표승주는 이번 시즌에도 35경기에서 434득점을 올리며 기업은행의 토종에이스로 맹활약했다. 그렇게 서른이 넘은 다소 늦은 나이에 리그 정상급 아웃사이드히터로 도약한 표승주는 기업은행이 2024년 FA시장에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이소영의 보상선수로 지명돼 정관장 유니폼을 입게 됐다.
정관장에는 젊고 잠재력이 높은 젊은 아웃사이드히터들이 많지만 코트에서의 경험과 이번 시즌 성적에서 표승주를 위협할 선수는 없다. 만약 정관장이 2024-2025 시즌에도 지아와 재계약하거나 아시아쿼터나 외국인선수 중 한 명을 아웃사이드히터로 선발한다면 그 선수의 파트너는 표승주가 될 확률이 가장 높다. 만약 표승주가 지난 두 시즌 기업은행에서 보여준 활약을 정관장에서도 이어간다면 이소영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도로공사에서 데뷔한 표승주는 GS칼텍스와 기업은행, 정관장까지 어느덧 7개 구단 중 4개 팀을 경험하게 됐다. 하지만 표승주가 자신의 의지로 팀을 옮긴 것은 기업은행과 FA계약할 때 한 번뿐이었고 나머지 두 번의 이적은 모두 보상선수 지명이었다. 표승주는 2024-2025 시즌이 끝나면 다시 FA자격을 얻게 된다. 표승주가 다음 시즌 이소영의 공백을 잘 메워주는 활약을 해준다면 표승주와 정관장 모두에게 '윈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