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외국인 사령탑’ 앞다퉈 영입… 달라진 V리그
파에스 우리카드 감독
남녀 14개팀중 6개팀서 활약
국내 지도자들 몸값 치솟아
경험많고 검증된 감독 선임
V리그가 달라졌다. 외국인 지도자에게 굳게 닫혔던 문을 활짝 열었다.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가 지난 17일 브라질 출신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을 선임했다. 현재 이란 대표팀을 맡고 있는 파에스 감독은 2024 파리올림픽까지 계약했다. 하지만 이란의 올림픽 본선 출전이 무산되면 계약이 해지되고 우리카드의 전임 감독을 맡는다.
V리그 남자부는 7개 팀 중 한국전력, 삼성화재를 제외한 5개 팀이 외국인 감독 체제다. 2023∼2024시즌 활약한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 오기노 마사지 OK금융그룹 감독 외에 현대캐피탈과 KB손해보험, 우리카드까지 새로 감독을 찾은 세 팀이 외국인 감독을 선택했다. 한국전력과 삼성화재는 각각 권영민, 김상우 감독과 재계약했다.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
V리그에서 활약할 외국인 지도자의 국적도 다양하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핀란드에서 왔다. 필리프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과 미겔 리베라 KB손해보험 감독은 각각 프랑스, 스페인 국적이다. 파에스 감독은 브라질, 마사지 감독은 일본 국적으로 사실상 전 세계 남자배구의 다양한 흐름을 V리그에서 볼 수 있다.
리베라 KB손보 감독
여자부와 대표팀까지 확대하면 흥국생명과 남녀 국가대표팀 감독까지 국내 배구의 최상위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지도자는 8명으로 늘어난다. 이는 16개 자리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이탈리아 출신이며 이사나예 라미레스 남자 배구대표팀 감독은 브라질, 페르난도 모랄레스 여자 배구대표팀 감독은 푸에르토리코 국적이다. 그동안 국내 지도자에게만 감독직을 허락했던 V리그가 외국인 감독을 선호하게 된 배경에는 달라진 제도의 영향이 크다. 블랑과 리베라, 파에스, 아본단자 감독은 모두 국가대표팀을 지도한 경험으로 V리그에 입성했다. 특히 이들은 한국에 오기 전 대표팀 또는 클럽에서 우승을 지휘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블랑 감독과 파에스 감독은 현재 일본, 이란의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 V리그가 도입한 아시아쿼터와의 연관성도 찾아볼 수 있다. 아무래도 아시아 국가 감독이 아시아쿼터 선수에 대한 이해가 높다.
선수 못지않게 무섭게 치솟은 국내 지도자의 몸값도 외국인 감독의 합류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한 배구계 관계자는 “사실 국내나 외국인 지도자를 선임하는 것의 비용 차이는 없다”면서 “같은 비용이면 더 좋은 경력을 가진 지도자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외국인 지도자 선임 시에는 복수의 검증을 거쳐 실패의 가능성을 줄이려는 노력도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