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SK의 두 방패, 오재현과 최원혁

[카토커] SK의 두 방패, 오재현과 최원혁

현대티비 0 222



SK는 올 시즌 쏟아지는 부상과 김선형, 오세근의 동반 부침 속에도 상위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SK의 두 방패라고 할 수 있는 오재현과 최원혁이 있다. 오재현과 최원혁이 앞선에서 기대 이상의 공수 효율을 보여주면서, SK는 험난한 여정 속에도 정규리그에서 선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재현과 최원혁의 올 시즌 활약을 조명해보았다.

본 기사는 루키 3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칼을 장착한 방패, 오재현

오재현은 올 시즌 KBL에서 손꼽히는 앞선 수비수다. 큰 신장(187cm)과 탁월한 스피드와 힘을 활용해 상대 가드들을 전담마크하고 봉쇄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SK는 이 같은 오재현의 역량을 데뷔 전부터 알아봤고, 루키 시즌인 2020-2021시즌부터 오재현을 적극 기용하며 앞선 수비의 새로운 카드로 활용해왔다.

오재현의 높은 에너지 레벨과 반응 속도, 뛰어난 민첩성은 상대 가드들을 괴롭힌다. 탁월한 사이드 스텝으로 돌파 동선을 저지하고, 강한 상체 힘을 활용한 적극적인 손질로 턴오버를 유발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실제로 SK는 이런 오재현을 락 다운(lock down) 디펜더로 활용, 상대의 메인 핸들러들을 봉쇄하는 카드로 투입했고, 오재현 역시 코칭스태프의 이 같은 모습에 보답하며 윈-윈의 결과를 만들어왔다.

더 대단한 것은 오재현이 최근에는 공격력까지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것이다. 데뷔 당시부터 슈팅력 이슈에 시달려 왔던 오재현은 올 시즌 경기당 1.3개의 3점슛을 33.1%의 성공률로 메이드할 정도로 준수한 3점 슈터로 성장했다.

심지어 시즌 초반에는 코너와 윙에서 주로 워니의 손에서 시작되는 협력 수비 유발을 활용해 캐치앤슛 위주의 공격을 펼쳤다면, 김선형과 안영준이 빠진 4라운드와 5라운드에는 볼 핸들링 기반 풀업 점퍼를 활용하는 공격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전희철 감독은 "오재현이 공격에서 덤벙대는 게 없어졌다. 판단이 좋아졌다. 전에는 필요한 것과 반대로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이제는 판단을 잘 한다. 경기를 보는 흐름에 눈을 뜬 것 같다"며 "언제 쏴야하고 템포를 언제 죽여야 하는지 아는 것 같다. 턴오버 없이 경기를 잘 이끌어준 것 보면 잘 성장한 것 같다. 김선형처럼 수비수들을 몰고 다니는 수준까지는 아직 아니다. 하지만 미드레인지 게임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본인의 득점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득점까지 파생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간다면 더욱 대단한 선수가 될 것"이라며 오재현에 대해 고평가했다.



집요한 팀 수비수, 최원혁

오재현이 맨투맨 수비에 기반한 강력한 락다운 디펜더라면, 최원혁은 팀 수비 능력이 더 높은 밸런스형 수비수에 가깝다.

과거 DB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디온테 버튼을 괴롭히며 주목을 받았던 최원혁은 상무 전역 이후에는 특유의 에너지 레벨과 영리한 팀 수비 이행 능력으로 SK의 핵심 수비 카드로 역시 자리잡았다.

덕분에 SK는 지난 시즌 최성원에 최원혁, 오재현을 김선형과 함께 활용하며 앞선 수비를 보강할 수 있었고, 이는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과 2021-2022시즌 통합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전희철 감독은 최원혁에 대해 오재현과 다른 스타일을 가진 수비수라고 평가한다.

"오재현이 맨투맨 수비에 특화된 수비수라면, 최원혁은 손질과 디플렉션으로 상대 공격의 맥을 끊을 줄 안다. 최원혁은 오재현과는 다른 방향으로 수비에 공헌한다.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수비수다." 전희철 감독의 말이다.

시즌 초반 김선형을 선발로 기용했던 SK는 시즌 중반부터 플랜 B를 가동했다. 지난 시즌 막판 당한 엉덩이 근육 파열 부상 여파로 컨디션이 떨어졌다가 좀처럼 반등하지 않던 김선형을 벤치로 내리고, 오재현과 최원혁을 선발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라인업 운영 방식을 바꾼 것이다.

여름부터 준비한 이 플랜 B는 제대로 적중했다. 오재현-최원혁이 함께 코트를 누비는 SK의 '짠물' 선발 라인업은 1쿼터에 기대 이상의 공수 마진을 만들어내며 벤치에서 출전하는 김선형과 오세근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사실 최원혁의 직접 득점을 창출하는 샷 크리에이팅 능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공격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오재현도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 선수다.

다행스러운 것은 SK에는 리그 최고의 외국선수 공격수인 자밀 워니가 있다는 것. 워니가 실질적인 팀 오펜스 지휘관 역할을 하고, 워니로 인해 무너지는 상대 수비 대형을 오재현과 최원혁이 공략하는 방식이 큰 재미를 보고 있다.

실제로 최원혁의 경우 올 시즌 36.6%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당 3점슛 성공(0.8개)은 커리어-하이 기록이다. 오재현-최원혁 라인의 묘한 공격력에는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BONUS. SK의 앞선 수비수 계보

2011년 김선형의 데뷔 이후, SK는 김선형의 보디가드 역할을 해줄 앞선 수비수를 꾸준히 활용해왔다. 초창기에는 변기훈이 그 역할을 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최성원, 최원혁, 오재현이 그 바통을 이어받게 됐다.

사실 김선형이 수비가 매우 약한 선수는 아니지만, 약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김선형은 마른 몸과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슈터 타입의 공격수들을 따라다니는 수비에는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핸들러의 드리블 돌파 기반의 공격을 막거나 스크린에 대처하는 능력은 다소 떨어진다.

때문에 SK는 스피드와 힘이 좋은 가른 가드 수비수들을 활용해 김선형의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해왔다. 덕분에 김선형은 수비에서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공격에서 자신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며 SK의 레전드로 활약해올 수 있었다. 어떤 위대한 선수든 그  옆에는 좋은 시스템이 항상 따라다니기 마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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