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가장 무거운 자리인데'… 벤투 시절과 비교되는, '퇴화한'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 기준 8가지

[카토커] '가장 무거운 자리인데'… 벤투 시절과 비교되는, '퇴화한'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 기준 8가지

촐싹녀 0 167


 

시간이 더 흘렀음에도, 과거에 비해 오히려 기준이 퇴화했다. 대한민국 축구계에서 가장 무거운 자리를 결정하는데, 현재의 과정으로 과연 확실한 방향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2일 오후 3시,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대한축구협회(KFA)의 제5차 전력강화위원회 브리핑이 열렸다. 정해성 KFA 전력강화위원장의 브리핑은 당초보다 10분 이상이 늦어졌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이후 대략 10분간의 브리핑을 통해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건과 관련한 진행 사항을 발표했다.


정해성 위원장은 이날 현장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선임 기준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금 전했다. 이전에도 전력강화위에서 요건을 설명했던 바 있는데 그것이 모호하다는 목소리가 작진 않았다.


정해성 위원장은 "KFA에서 가져가는 기술 철학에 대한 부분을 대상이 된 감독들에게 충분하게 전달하고, 그 답을 들어 가장 적합한 감독을 선임할 생각이다. (철학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달라) 그때 말씀드린 우리가 요구하는 8가지가 있다. 가진 축구 철학, 한국 분위기에 대한 준비 등도 분명히 파악하겠다."


 

정해성 위원장은 눌변으로 다소 모호하게 답변했다. 어쨌거나 기존에 세워둔 8가지 조건을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건 분명해 보였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당연한 한국 이해도가 더 추가된 정도인 듯했다. 관련 질문이 계속 나오는 까닭은 철학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부족해 보여서다. 또한 직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도 문제였다. 당시 KFA가 명확한 절차를 수립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계속됐다. 그 결과, 한국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1년여의 악몽을 꿨다.


이번 전력강화위가 대한민국 남자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해 제시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전술적 역량: 스쿼드에 맞는 게임 플랜 짜고 실행하기


2. 육성: 취약 포지션 해결하기


3. 명분: 지도자로서 성과


4. 경력: 지도자로서 대회 경험


5. 소통: 선수·협회와 기술 철학 논의


6. 리더십: 세대 성향을 감안한 리더십


7. 코칭스태프: 감독이 최상의 결정하는 인적 시스템


8. 이러한 자질 바탕으로 맡겼을 때, 성적을 낼 수 있느냐


그리고 한국 이해도 디테일이 부족해 보인다. 장황하지만 단순하다. 더 그렇게 비춰지는 이유도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당시와 비교된다. 그때 KFA는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現 말레이시아 남자 국가대표팀 감독)을 필두로 기준과 절차를 철저하게 수립해 감독을 골라냈다. 그라운드 안부터가 아닌, 감독 선임 과정부터 '제대로' 빌드업을 진행했다. 김판곤 위원장이 제시했던 파울루 벤투 감독 선정 당시 작용했던 조건들은 다음과 같았다.


 

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본선 수준에 맞는, 9회 진출한 나라의 격에 맞는 감독


1. FIFA 월드컵 예선 통과 or 대륙간컵 대회 우승 경험


2. 세계적 수준의 리그에서 우승 경력


3. KFA가 제시하는 철학에 부합하는 감독


4. 제시하는 철학은 능동적 스타일로 경기를 지배하고 승리하기, 지속적으로 득점 상황을 만드는 축구, 전진 패스와 주도적 수비, 상대 수비 실수를 유발하는 축구, 강한 프레싱, 하이브리드 공격 전환, 강력한 역습과 멘탈 등을 지칭


성과를 말하는 부분에선 대회의 레벨과 업적이 현재보다 상세하게 설명됐다. 특히 철학에 있어서 명료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 기준에 맞춰 한국에 상륙했다. 그러고는 4년 내내 기준대로 게임을 풀어갔다. 재임하는 기간 동안 비판이 없었던 건 아니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U자형 축구라는 비아냥거림도 적잖았다. 그러나 파울루 벤투 감독은 절대 방향성이 흔들리지 않았다. 늘 능동적으로 게임 시나리오를 짰다. 그렇게 나아간 끝에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선 16강이라는 결과도 남겼다.



한국은 파울루 벤투 감독으로부터 경험한 일련의 과정, 그 시스템의 실효성을 경험한 상태다. 때문에 평범하고 모호한 기준 위주로 진행되는 인상을 주는 이번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은 결론이 났을 때 대다수의 납득을 끌어내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 이 기준으로 합리적 선별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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