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224일+41타석' 만의 대포! 오타니, 쐐기포+2안타 대폭발…'운'도 안 따른 이정후 무안타 침묵, SF 4연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후 첫 번째 고비를 맞은 것일까. LA 다저스와 첫 경기를 마쳤을 때 0.316이었던 타율이 0.250까지 떨어졌다. 반면 오타니 쇼헤이는 이적 첫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이정후는 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원정 맞대결에 중견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 선발 라인업
샌프란시스코 : 이정후(중견수)-라몬테 웨이드 주니어(1루수)-호르헤 솔레어(지명타자)-마이클 콘포토(좌익수)-맷 채프먼(3루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마이크 야스트렘스키(우익수)-패트릭 베일리(포수)-닉 아메드(유격수), 선발 투수 카일 해리슨.
다저스 : 무키 베츠(2루수)-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프레디 프리먼(1루수)-윌 스미스(포수)-테오스카 에르난데스(우익수)-맥스 먼시(3루수)-키케 에르난데스(중견수)-크리스 테일러(좌익수)-미겔 로하스(유격수), 선발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
▲ 강력한 LAD 마운드, 0.250까지 추락한 이정후의 타율
이번 겨울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24억원)의 계약을 맺고 빅리그 유니폼을 입은 이정후는 시범경기 13경기에서 12안타 1홈런 타율 0.343 OPS 0.911로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이 좋은 흐름은 정규시즌으로도 이어졌다. 이정후는 지난달 29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미국 본토 개막전을 시작으로 전날(3일)까지 6경기 연속 출루 행진을 이어갔다. 전날 타격감이 썩 좋지 않아 보였던 이정후는 마지막 타석에서 극적인 안타를 터뜨렸는데, 이날은 침묵하면서 연속 출루 기록이 중단됐다.
이정후는 1회초 첫 번째 타석에서 다저스의 '에이스' 타일러 글래스노우의 초구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 높은 코스로 형성된 95.8마일(약 154.2km) 포심 패스트볼에 방망이를 내민 결과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경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1-1로 팽팽하게 맞선 3회초 2사 주자 없는 두 번째 타석에서는 글래스노우와 5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97.4마일(약 156.8km)의 강속구를 건드렸고, 이번에는 투수 땅볼로 고개를 숙였다.
세 번째 타석에서의 결과도 좋지 않았다. 이정후는 1-4로 뒤진 6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이번에도 글래스노우의 96.6마일(약 155.5km) 포심을 공략했다. 그리고 97.7마일(약 157.2km)의 타구를 만들어냈지만, 2루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고전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날 마지막 타석에서는 바뀐 투수 다니엘 허드슨을 상대로 날카로운 타구를 만들어냈지만, 3루수 맥스 먼시의 호수비에 걸리면서 무안타로 경기를 마치게 됐다.
공격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수비에서는 좋은 모습이었다. 이정후는 6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다저스 키케 에르난데스가 친 98.7마일(약 158.8km)의 속도로 380피트(약 115.8m)를 비행, 기대타율 0.450의 타구를 잘 쫓아가 아웃카운트로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 개막 최장 기간 무홈런 속에서 터진 오타니의 첫 홈런!
오타니는 지난달 20일 서울시리즈 1차전이 끝난 뒤 자신의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연루, 자신의 돈 450만 달러(약 60억원)를 횡령한 사실을 알게 된 후 타격감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서울시리즈 2차전에서는 안타를 터뜨렸지만, 미국으로 돌아간 뒤 시범경기 4경기에서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날 경기 전까지 성적도 8경기에서 타율 0.242 OPS 0.630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가장 치명적이었던 것은 정교함보다는 장타였다. 오타니는 서울시리즈 개막전부터 8경기 연속 홈런을 뽑아내지 못했는데, 개막 37타석 연속 무홈런는 개인 최장 기록과 '타이'였다. 이날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치지 못하면 개막전 연속 무홈런 기록이 새롭게 쓰여질 위기에 놓여 있었다. 오타니는 첫 타석에서 역시나 홈런을 생산하지 못하면서 기록을 새롭게 쓰게 됐지만, 네 번째 타석에서 고대하던 첫 아치를 그려냈다.
오타니는 1회 첫 번째 타석에서 샌프란시스코 선발 해리슨을 상대로 5구째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개막 38타석 연속 무홈런으로 자신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기록을 새롭게 쓰게 됐다. 그러나 존재감은 두 번째 타석에서 드러났다. 오타니는 1-1로 팽팽하게 맞선 3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두 번재 타석에서 해리슨의 2구째 몸쪽 92.9마일(약 149.5km) 직구를 공략, 1루수 방면에 내야 안타를 뽑아냈다.
발로 만든 안타 이후 오타니는 스피드로 득점까지 생산했다. 오타니는 윌 스미스가 친 좌익 선상 방면의 2루타성 타구에 2루 베이스는 물론 3루 베이스까지 밟은 뒤 홈으로 성큼성큼 내달렸다. 샌프란시스코는 마이클 콘포토-맷 채프먼-패트릭 베일리로 이어지는 완벽한 중계플레이를 통해 오타니를 잡아내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깔끔했던 중계플레이도 홈을 향해 빠르게 쇄도하는 오타니를 막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고, 오타니는 슬라이딩을 통해 리드를 되찾는 득점을 만들어냈다.
세 번째 타석에서의 결과는 아쉬웠다. 오타니는 1-4로 앞선 4회말 2사 1루에서 이번에도 해리슨과 맞붙었고, 6구째 93.9마일(약 151.1km) 포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내밀었다. 방망이 중심에 맞은 것처럼 보였던 타구는 모처럼 외야로 떠올랐는데, 좌익수 직선타로 연결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네 번째 타석에서 오타니의 방망이가 대폭발했다.
오타니는 4-3으로 다저스가 근소하게 앞선 7회말 샌프란시스코의 테일러 로저스의 5구째 93.2마일(약 150km)의 싱커가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에 형성되자 거침 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힘껏 잡아당긴 타구는 방망이를 떠남과 동시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고, 무려 105.6마일(약 169.9km)의 속도로 430피트(약 131m)를 비행한 뒤 다저스타디움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으로 이어졌다. 41번째 타석에서 터진 한 방.
이 홈런은 구단 역사로도 연결됐다. 다저스는 지난달 20일 서울시리즈 샌디에이고전을 시작으로 1890년 이후 135년 만에 개막 8경기 연속 5득점 경기를 펼쳤다. 그런데 이 홈런으로 5득점째가 만들어지면서 1887년 다저스 구단 최다 기록인 9경기와 '타이'를 이루게 됐다.
▲ 다저스 라이벌은 샌프란시스코? 어림도 없었다
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다양한 라이벌을 보유한 구단. 사실상 서부지구에 있는 모든 팀들이 라이벌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다저스의 라이벌로 가장 많이 꼽히는 팀은 샌프란시스코인데, 이번 겨울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내며 전력을 보강한 다저스의 적수가 되지는 못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당연히 다저스가 손에 넣었다. 다저스는 2회말 맥스 먼시의 볼넷, 키케 에르난데스의 안타, 크리스 테일러의 볼넷으로 마련된 1사 만루 찬스에서 미겔 로하스가 땅볼로 선취점을 뽑아내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그러자 샌프란시스코도 반격에 나섰다. 3회초 패트릭 베일리가 균형을 맞추는 솔로홈런을 터뜨리면서 경기는 원점이 됐다.
하지만 다저스는 다시 리드를 되찾고 간격을 벌려나가기 시작했다. 다저스는 3회말 선두타자 오타니가 안타로 출루하며 물꼬를 튼 후 윌 스미스가 1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1-2로 다시 달아났다. 그리고 후속타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연속 적시타를 뽑아내며 간격은 1-3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다저스는 4회말 로하스가 솔로포를 작렬시켜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그래도 이날 전까지 2연전 내내 팽팽한 접전의 경기를 펼쳤던 만큼 샌프란시스코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는 6회초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의 볼넷과 호르헤 솔레어의 2루타로 마련된 1사 2, 3루 찬스에서 마이클 콘포토가 다저스를 턱 밑까지 추격하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승부를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끌고갔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가 분위기를 뒤집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다저스는 7회말 공격에서 오타니가 개막 41타석 만에 다저스 데뷔 첫 홈런을 작렬시키며 꽉 잡은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지난해 8월 23일 신시내티 레즈전 이후 무려 224일 만에 터진 아치였다. 이에 샌프란시스코는 솔레어가 아치를 그려냈지만, 끝내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서 4-5로 패했고, 4연패의 늪에 빠졌다. 반면 다저스는 지난 1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맞대결부터 이날 샌프란시스코와 3연전을 모두 쓸어담으며 4연승을 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