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카드를 만질 수 있을까? 선수 육성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있을까? 

'수비여왕' 김해란이 공식 은퇴를 알리며 흥국생명의 수비에도 비상이 걸렸다.

흥국생명은 지난 5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리베로 김해란이 4월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23-24시즌을 마친 후 4~5월에 걸쳐 배구판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황금세대들의 은퇴가 차례차례 이뤄졌다. 정대영(GS칼텍스)을 시작으로 한수지(GS칼텍스), 한송이(정관장), 여오현(전 현대캐피탈, 현 IBK기업은행 수석코치), 하현용(삼성화재, KB손해보험 코치(예정))에 이어 김해란(흥국생명)까지 모두 현역에서 물러난다.  

김해란의 은퇴는 이번이 두 번재다. 지난 2002년 한국도로공사를 통해 프로선수로 데뷔한 김해란은 도로공사에서만 13년을 활약했다. 이후 정관장(전 KGC인삼공사)을 거쳐 흥국생명에 이르기까지 22년 동안 총 세 개 구단을 거쳤다.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후 19-20시즌을 치른 뒤 출산을 위해 한 차례 은퇴를 선언했고, 이후 21-22시즌을 시작하기 전 복귀를 선언하며 코트로 돌아왔다. 

출산 후에도 여전한 기량을 과시하며 여자배구 최초로 개인 통산 1만 디그를 기록했고 22-23시즌 정규리그 35경기 133세트, 리시브 효율 45.9%, 디그 세트당 5.61 등을 기록했다. 같은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도 5차전을 풀출전하며 리시브 효율 45.71%, 디그 세트당 7.05의 기록으로 몸을 던졌지만 결국 아쉬운 준우승에 그쳤다.

이후 무릎 상태가 눈에 띄게 악화된 23-24시즌은 거의 출전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재활에만 보냈다. 23-24시즌 기준 정규리그에는 8경기만 나섰다. 

흥국생명은 김해란이 나서지 못하는 23-24시즌, 백업 리베로였던 도수빈을 선발 출전시켰다. 그러나 김해란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부족했다. 도수빈은 23-24시즌 기준 정규리그 29경기 111세트에 출전, 리시브 효율 34.28%, 디그 세트당 4.95를 기록했으며 플레이오프 3경기 11세트 출전, 리시브 효율 37.4%, 디그 세트당 3.91의 성적표를 받았다.

백업 리베로 박수연이 간혹 원포인트 서버 및 후위 리시브 보강을 위해 나섰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그러나 달리 교체 선수가 없던 흥국생명은 전 시즌을 같은 엔트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웜업존에 변지수, 정윤주, 박현주, 박은서, 김채연, 서채현, 김나희 등의 백업 선수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기용되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23-24시즌 기준 정윤주 4경기, 변지수 4경기, 김나희 4경기, 박현주 2경기, 원포인트 서버로 기용되던 박은서가 19경기 34세트로 비교적 많은 기회를 받았지만 눈에 띄는 활약은 없었다. 

흥국생명은 시즌 후 열린 자유계약선수(FA)시장에서도 소극적으로 나섰다. 김연경이 현역 연장을 선언한 것 말고는 눈에 띄는 보강은 사실상 없었다. 주전 미들블로커였던 이주아(IBK기업은행)마저 놓치고, FA로 풀린 아웃사이드 히터 이소영(IBK기업은행), 강소휘(한국도로공사)와의 접점도 없었으며, 정지윤(현대건설)에게 컨택이 이뤄졌지만 원 팀 잔류를 선언해 A급 선수는 대부분 놓쳐버렸다. 

사실 시급한 것은 김해란의 현역 연장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비를 보충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FA로 풀린 노란(정관장), 한다혜(페퍼저축은행) 영입도 실패했다. 

결국 구단은 FA시장 B등급의 아웃사이드 히터 최은지를 영입하고, 23-24시즌 기업은행에 보상선수로 보냈던 임혜림을 이주아의 보상선수로 다시 데려오는 선에서 국내 선수 보강을 마쳤다. 아시아쿼터 시스템을 통해서는 황 루이레이(중국)를 영입하며 미들블로커를 보충했다. 

문제는 리베로다. 현재 흥국생명의 리베로는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한 수련선수 홍다비를 비롯해 3옵션이자 원포인트 서버인 박수연, 그리고 선수구성에 변화가 없다는 전제 하에 24-25시즌에도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도수빈까지 총 세 명이 있다. 사실상 한 명인 셈이다. 

김해란의 은퇴는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이 아니다. 김해란은 23-24시즌을 마친 후 한 달 가량 육아에 전념하며 은퇴와 현역 연장 사이에서 어려운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나 크게 악화된 무릎 상태로 인해 더 이상 뛸 수 없다고 판단, 결국 은퇴를 결정했다. 구단 측에서도 은퇴 고민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알고 있는 것과 대처는 별개였다. 

김해란의 은퇴 발표 후 흥국생명의 SNS에는 팬들이 모여들어 "구단은 왜 리베로 보강을 하지 않았나", "팀의 코치로라도 돌아와줬으면 한다"는 댓글을 달며 그의 은퇴를 크게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흥국생명의 22-23시즌, 23-24시즌은 모두 아쉬운 마무리로 끝났다. 김연경이 현역 연장을 선언했지만 그 외에 뾰족하게 달라진 모습은 없는 듯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다가올 24-25시즌은 김연경을 앞세우고 어떤 그림을 코트 위에 펼칠지 눈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