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아시아쿼터의 후폭풍

[카토커] 아시아쿼터의 후폭풍

촐싹녀 0 96

 


4월 29일부터 5월 3일까지 제주특별자치도에서 2024 KOVO(한국배구연맹)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 및 드래프트가 열렸습니다.

지난 시즌 처음 도입된 아시아쿼터는 한 시즌 만에 V-리그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여자부와 남자부의 체감속도는 조금 다르지만 2년째로 접어들면서 팀 전력의 확실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올해 드래프트는 작년과 또 다른 느낌입니다. 10개국 제한이 풀려 아시아배구연맹(AVC) 소속 64개 회원국으로 문호가 넓어졌고, 이중국적자 허용에 따라 본래 태어난 곳이 아시아권이 아닐지라도 이 제도의 틀 속에서 수용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습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여자부는 중국 출신 미들블로커 장위(197.1cm)가 전체 1순위로 페퍼저축은행에 지명됐고, 2순위 IBK기업은행은 중국 출신 세터 천신통(177.1cm)을 뽑았습니다. 지난 시즌 폰푼(태국)에 이어 두 시즌 연속 세터 선발입니다.

3순위 한국도로공사는 아웃사이드히터 유니에스카 로블레스 바티스타(186.7cm)를 선발해 윙스파이커를 보강했습니다. 쿠바 출신으로 카자흐스탄에서 결혼해 대표선수로 뛰었습니다.

4순위 흥국생명은 중국 출신 미들블로커 황루이레이(196.9cm)를 통해 이적한 이주아의 공백을 메웠고, 5순위 현대건설(위파위 시통/태국)과 6순위 정관장(메가왓티 퍼티위/인도네시아)은 재계약을 결정했습니다. 마지막 7순위 GS칼텍스는 아웃사이드히터 스테파니 와일러(194.4cm)를 뽑았습니다. 호주와 독일 이중국적자입니다. 여자부는 중국 선수 3명이 합류한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190cm가 넘는 선수들도 여럿 보입니다.

남자부는 이란 선수와 중국 선수가 무려 5명이나 뽑혔습니다. 지난 시즌 뛴 7명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1순위 우리카드가 이란 국가대표인 아웃사이드히터 알리 하그파라스트(194.6cm)를 선발한 걸 필두로 2순위 OK금융그룹은 중국 출신 아웃사이드히터 장빙롱(196.3cm)을 선택했습니다. 


3순위 KB손해보험은 호주 출신 아웃사이드히터 맥스 스테이플즈(193.5cm)를 지명했고, 4순위 삼성화재는 아포짓스파이커 알리 파즐리(이란/199.9cm)를 호명했습니다. 아웃사이드히터를 겸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5순위 현대캐피탈은 중국 출신 아웃사이드히터 덩신펑(203.9cm)을 통해 전력을 보강했고, 6순위 대한항공은 이란 출신 아포짓스파이커 마레프 모라디(197.8cm)를 선발해 입대한 임동혁의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마지막 7순위 한국전력은 일본 출신 세터 나카노 야마토(177.9cm)를 선택했습니다.

남자부는 아웃사이드히터 5명, 아포짓스파이커 2명, 세터 1명입니다. 이는 취약한 포지션을 보강하려는 의지도 강하거니와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서 이어지는 외국인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큰공격이 가능한 선수를 잡겠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다가오는 2024-2025시즌은 아시아쿼터 선수를 포함한 외국인선수 2명의 활약이 팀의 명운을 가를 것입니다.

이는 또 다른 사실을 동반합니다. 국내 선수들의 설자리가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당연합니다. 없던 아시아쿼터 제도가 왜 생겨났을까요. 간단합니다. 국내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배출되는 선수가 리그 경기력을 지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적인 예로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여오현, 정대영, 김해란 등 레전드 3명은 에이징 커브와 부상으로 인해 코트와 작별한 것이지 후배들에게 주전 자리를 빼앗겨 물러난 것이 아닙니다.

이런 실력자들이 빠진 자리를 누가 메워야 할까요. 신인드래프트로 답이 나오지 않자, FA(프리에이전트) 이동이나 트레이드를 시도하지만 이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외국인선수 선발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게 아닐 경우 경기력 저하를 감수해야 합니다.

아시아쿼터 제도는 큰 틀에서 보면 외국인선수 확대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여자부에서는 지난 시즌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각광 받으면서 국내선수 여러명이 주전 자리를 빼앗겼습니다. 남자부는 새 시즌이 정점을 찍게 될 듯 싶습니다.

아마도 이런 흐름은 가속화될 것입니다. 제주도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장에서 한 구단 관계자가 "왜 벌써 끝났나요. 아직 뽑고 싶은 선수가 여럿 남아있는데"라고 말한 것은 그냥 흘려들을 말이 아닙니다.

국내리그의 방향성은 외국인선수 수혈에 따른 전력강화입니다. 여기에 외국인지도자까지 그 수가 비약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지도자와 우리 선수들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코트에서 밀려났다면 진출할 수 있는 해외무대를 타진해봐야 합니다. 아무리 작은 무대라도 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찾아나서야 합니다. 국내무대에서 밀려났다고 가만있다가는 점점 설자리가 줄어들겁니다.

아시아쿼터의 자리매김은 후폭풍을 동반합니다. 또한 외국인선수 확대의 길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아마도 곧 외국인선수 제도가 아시아쿼터와 통합될 것이고 3명 보유 2명 출전, 4명 보유 3명 출전으로 조금씩 확대될겁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 선수들과 우리 지도자는 우리가 함께 일군 무대에서 서서히 사라질겁니다. 이 두려운 현실을 그냥 지켜봐선 안됩니다.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진출길을 넓혀갈 수 있는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리그는 능력있는 사람들이 실력을 증명하는 무대입니다. 능력이 떨어지거나 경쟁력을 상실했다면 다시 도전해야 합니다. 작은 무대에서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이는 거부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아시아쿼터의 이면은 이토록 냉정한 현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 후폭풍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겁니다. 경기력 상승과 시장확대를 위한 방편이라지만 국내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도 다방면으로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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