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페퍼가 약체?' MB 출신 새 감독들의 작품, 높아진 블로킹 라인

'GS·페퍼가 약체?' MB 출신 새 감독들의 작품, 높아진 블로킹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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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GS 이영택 감독, 페퍼저축은행 장소연 감독. KOVO 제공
프로배구 여자부에서 지난 시즌보다 전력이 약해졌다고 평가받는 대표적인 팀은 단연 GS칼텍스다. 간판이었던 강소휘(한국도로공사)가 자유계약(FA) 선수로 풀려 이적했고, 주전 리베로 한다혜(페퍼저축은행)도 팀을 떠났다. 여기에 베테랑 미들블로커 정대영과 한수지는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만년 꼴찌' 페퍼저축은행은 언제나 언더독 입장이다. 2021년 창단한 여자부 막내 구단 페퍼저축은행은 매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다. 지난 시즌에는 무려 23연패 수렁에 빠지며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새 시즌을 앞두고 약체로 분류되는 두 팀이 새로운 사령탑 체제를 구축했다. GS 이영택 감독과 페퍼저축은행 장소연 감독의 공통점은 현역 선수 시절 미들블로커 포지션에서 이름을 날렸다는 것이다.

미들블로커 출신인 두 감독은 데뷔전에서 '높이에서만큼은 밀리지 않겠다'는 듯한 전략으로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장신 선수를 적극 활용한 고공 플레이로 데뷔 경기에서 인상적인 지도력을 뽐냈다.

도로공사 강소휘를 상대하는 GS 선수들. KOVO 제공
이 감독은 지난달 29일 경남 통영체육관에서 열린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A조 첫 경기 한국도로공사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이 감독의 데뷔전에서 GS는 도로공사를 세트스코어 3 대 2(25-19 23-25 22-25 25-19 15-13)로 제압했다.

경기 전 이 감독은 "떨리는 마음도 있고, 기대되는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자부 경험이 있다고 해도 GS에서는 처음 경기를 하는 날이다.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도 있지만, 처음은 항상 떨린다"며 "선수들이 훈련을 많이 했다. 경기에서 보여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GS의 전력은 무시무시했다. 외국인 공격수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는 혼자서 무려 39점을 맹폭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호주 출신 아시아쿼터 스테파니 와일러(등록명 와일러)도 23득점으로 제 몫을 해냈다. 국내 아웃사이드 히터 권민지는 17득점, 미들블로커 오세연은 8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상대 공격을 막는 GS 와일러와 오세연. KOVO 제공
눈에 띄는 점은 단연 블로킹 숫자였다. GS는 높이에서 도로공사를 압도했다.

GS의 블로킹 득점은 총 18점. 도로공사(7점) 보다 2배 이상을 기록했다. 194cm 장신의 와일러가 양 팀 통틀어 최다인 6개의 블로킹 득점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했다. 권민지는 4점을, 오세연은 3점을 블로킹으로 뽑아냈다.

최근 몇 년간 GS는 중앙이 약점으로 꼽히던 팀이었다. 지난 시즌 블로킹 득점 최하위를 기록했다. 2022-2023시즌에는 이 부문 5위에, 2021-2022시즌에는 6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 감독은 부임 이후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애썼다. 이 감독은 지난 8월 미디어데이에서 "내가 미들블로커 출신인데 중앙이 약하다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된다"며 "높이가 한 번에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블로킹과 수비 시스템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데뷔전 승리 후에도 이 점에 대해 언급하며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감독은 상대와 블로킹 수 차이에 대해 "난 그걸 만들러 온 사람"이라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2세트 역전패 후에 블로킹 위치를 수정했다"며 "내용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경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현대건설 양효진의 공격을 수비하는 페퍼저축은행 선수들. KOVO 제공
또 다른 미들블로커 출신 신임 사령탑 페퍼저축은행 장소연 감독은 데뷔전에서는 패했지만 상대를 높은 위치에서 누르며 새 시즌 성적 향상의 가능성을 봤다.

페퍼저축은행은 같은 날 열린 현대건설전에서 세트 스코어 2 대 3(25-22 23-25 25-27 25-22 11-15)으로 졌다. 지난 시즌 여자부 통합 우승팀 현대건설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을 펼쳤다.

장 감독은 경기 전 "비시즌에 선수들에게 프로다운 태도와 마음가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적으로는 선수들에게 기본적인 부분을 6개월 내내 강조해 왔다"며 "연결, 어택 커버, 리바운드 플레이만큼은 놓치지 않고 해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페퍼저축은행의 경기력은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우선 주장 박정아가 27득점으로 활약했다. 외국인 선수 바르바라 자비치(등록명 자비치)는 20득점, 아시아쿼터 중국 출신 장위는 14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이날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은 '국내 최고 미들블로커진'을 보유한 현대건설과 높이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페퍼저축은행은 블로킹으로 총 18점을 뽑았는데 현대건설은 10개의 블로킹 득점을 냈다. 또 유효 블로킹도 44개로 상대보다 2개 앞섰다.

블로킹하는 페퍼저축은행 장위. KOVO 제공
특히 197cm 미들블로커 장위가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여자부 현역 최고 미들블로커 양효진과 국가대표 이다현 앞에서도 훨훨 날았다. 6개의 블로킹 득점으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블로킹 점수를 따냈다. 이밖에 페퍼에서는 하혜진(4점), 박사랑(3점), 박정아, 이예림(각 2점) 등이 블로킹 점수를 더했다.

적장 강성형 감독도 경기 후 장위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 감독은 "장위는 잘하는 선수"라며 "정확하게 연결만 올라가면 공을 잘 때린다. 블로킹 손 모양이나 타이밍도 좋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세터와 호흡이 더 좋아지면 중앙에서 공격 빈도와 효율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감독도 "장위가 충분히 잘해줬다"고 박수를 보냈다. 이어 "우리의 높이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경기다.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 팀의 경쟁력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새 팀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GS 이영택 감독과 페퍼저축은행 장소연 감독은 1일 부임 후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GS는 현대건설을 만나 2연승에 도전한다. 페퍼저축은행은 도로공사와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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