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두산 불펜 출석체크 1위… 이대로는 다 퍼진다, '반전 카드' 특급 루키-필승조 언제 오나
두산은 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경기를 앞두고 베테랑 선발 자원인 최원준(30)을 2군으로 내려 보냈다. 개막 후 첫 두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2.38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2군에서 그 모자란 자신감을 잘 채워 돌아오길 바랐다.
한숨을 내쉰 이 감독은 지난해와 올해 팀의 고민 방향이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불발탄 신세가 잦았던 타격이 고민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시즌 초반 타격이 비교적 잘 흘러간 반면, 마운드에서 균열 조짐이 있다. 선발과 불펜의 연결 고리가 헐겁다. 이 감독은 "선발 투수진이 빨리 무너지기 때문에 사실 불펜진에도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면서 "시소게임이 계속되고 있다. 어제(2일) 같은 경우도 포기할 게임이 아니었다"며 고민을 드러냈다.
2일 두산은 SSG에 6-13으로 졌다. 7점 차이가 났으니 외견적으로는 완패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8회 5점을 내주기 전까지는 6-8, 2점차 근소한 열세였다. 타선이 나름대로 잘 터지고 있으니 한 방으로도 뒤집을 수 있는 격차였다. 벤치도 포기할 수 없는 경기였다. 최원준이 3이닝만 던지고 내려간 상황에서 주초 첫 경기부터 불펜 투수 7명이 총동원된 이유였다. 마무리 정철원은 3월 27일 kt전 이후 등판이 없었기에 마운드에 오른 점도 있었다고 이 감독은 설명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불펜이 버텨주지 못하니 계속 다른 투수들이 등판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7명의 투수들이 줄줄이 올라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등판해서 퍼펙트 경기를 펼친 투수가 단 하나도 없었고 불펜 투수들이 5이닝 동안 총 10개의 안타를 얻어맞았다. 악순환의 고리 끝에 경기에서도 져 실리도 못 챙겼다. 주초 첫 경기부터 불펜 동원 가능한 인원들이 죄다 쏟아져 나와 체력만 손해를 봤다.
두산은 라울 알칸타라, 브랜든 와델, 곽빈으로 이어지는 '스리펀치'는 나름대로 리그 정상급 위용을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4·5선발 쪽에서 이닝 소화가 부족하다. 최승용이 개막 전부터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최원준 김동주 모두 5이닝을 최소 실점으로 책임져주지 못했다. 여기에 이영하 홍건희 김택연 김명신 등 기대를 걸었던 불펜 자원들 또한 부진 및 부상으로 1군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해 구상 자체가 다 꼬였다.
그 결과 두산은 3일까지 경기당 5.7명의 투수를 사용했다. 이는 리그 평균(4.99명)을 훌쩍 뛰어넘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선발 투수야 모든 팀들이 경기당 한 명을 쓰는 것이니 결국 불펜이 그만큼 벌떼처럼 들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과가 좋으면 모르겠는데 그 또한 아니다. 두산 불펜 평균자책점은 6.38로 역시 리그 평균(5.14)보다 훨씬 못한 리그 8위다. 힘만 쓰고, 성과는 못 잡았다.
둘 중에 하나는 되어야 이 위기를 탈출한다. 선발 투수가 안정적으로 이닝을 끌어주든지, 아니면 불펜에서 나서는 투수들이 확실하게 자기 몫을 하며 다른 불펜 투수들을 배려해야 한다. 둘 다 됐으면 좋겠지만 지금 사정이 그렇게 여유가 있지 않다. 4·5선발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고, 불펜은 주축 선수들이 아직 복귀를 못했다. 일단 두산은 주축 불펜 투수들의 순차적 복귀에 기대를 건다. 이들이 돌아와 자기 몫을 하면 그래도 이기는 경기는 불펜 운영 계산이 편해질 수 있다."
마무리 정철원이 기복을 잡아야 하는 가운데 올 시즌을 앞두고 총액 24억5000만 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한 홍건희, 그리고 올해 시범경기까지 기막힌 투구로 큰 기대를 모았던 고졸 특급 루키 김택연, 지난 2년간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버팀목이 됐던 김명신 등의 복귀 후 투구 내용이 관심을 모은다. 홍건희 김택연 김명신 모두 현재 경기력 조정차 2군에 있다. 언제 돌아올지는 미정이다. 선수들 하기에 달렸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1군에서 던질 준비가 됐다는 보고가 있어야 한다.
이 감독은 시범경기까지의 완벽한 투구 내용에 비해 정규시즌 출발이 좋지 않아 지난 3월 30일 2군으로 내려간 김택연에 대해 "구위 문제는 아니고 로케이션 문제인데 마음이 조금 차분해지면 분명히 좋은 구위를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투수는 스피드도 중요하지만 제구력을 우선해야 한다. 스트라이크를 본인이 원하는 곳에 던진다면 사실 쉽게 난타당할 투수는 아니다. 그 부분만 퓨처스에서 잡으면 바로 부를 것"이라고 구상을 설명했다.
이들의 경기력이 정상화되면 일단 두산은 필승조 라인은 바로 잡은 채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불펜의 축이 안정화되어야 벤치도 계산을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이대로는 시즌 끝까지 불펜이 신선함을 유지할 수 없다. 2022년 KBO리그 전체 경기당 투수 사용은 평균 4.67명, 2023년은 4.75명이었다. 지금 두산은 시즌 초반이라고는 해도 너무 많다. 주축들의 경기력 정상화, 벤치의 장기적 구상 등이 모두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